나를 알아가고 인정하는 다이어트
현직 트레이너의 건강관리 에세이
우린 음식을 생각보다 '그냥'먹는 경우가 많다. 배부른데도 계속 먹거나 배고프지 않는데도 먹는다. 더 먹으면 살찌는데,, 걱정하며 더 먹지 말아야 되는 걸 알지만 결국 속이 더부룩할 정도로 먹은 적이 있지 않은가. 또한 누군가 먹을 것을 건네줄 때 배고프지 않은데도 자연스럽게 받아먹은 적이 있지 않은가. 단순히 습관으로만 치부해서 먹지 않겠노라 다짐하기만 하면 같은 상황이 닥칠 때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습관을 관찰하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이 보이고 진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습관은 기록해야 보인다. 매번 식사에 포만감, 지속정도와 만족감을 매겨본다. 포만감을 넘어섰는데 계속 먹는 상황과 배고프지 않은데 먹는 상황이었는지도 기록해 보는 것이다. 반복되는 행동이 보일 때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자.
상황 1. 항상 아빠랑 식사를 하게 되면 과식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과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빨리 먹게 된다. 왜 빨리 먹을까? 아버지가 빨리 먹는 편인데 그걸 보면 나도 조급해진다. 아버지가 홀라당 다 먹어버릴 것 같은 무의식에 나 또한 빨리 먹게 되어 필요 이상으로 먹게 되는 것이다. 기록과 성찰을 통해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로 아버지와 식사할 땐 내가 먹을 분량을 따로 빼놓았다. 덕분에 아빠와 식사하면서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을 수 있었다.
상황 2. 기록을 통해 배고프지 않은데 먹는 일들이 포착되었다. 해야 할 일이 있지만 할 일을 미루기 위해, 또는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서 먹는 경우가 있었다. 해야 할 일을 미룰 때나, 심심할 때 음식을 찾는다는 걸 기록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를 발견하기만 해도 같은 상황이 올 때, '내가 또 미루기 위해 먹는구나. 불안한가 보다.'라며 내 마음을 알아차리거나, '심심해서 먹는구나. 다른 할 일을 찾아보자.'처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볼 수 있다.
상황 3. 점심식사 후에 딱히 당기는 것이 아님에도 회사에서 나눠주는 무료 아이스크림을 챙겨 먹는 모습을 발견했다. 무료인데 안 먹으면 마치 혜택을 나만 못 받은 느낌이어서 안 먹자니 아까운 내면, 직원들이 다이어트하냐고 묻는 것이 싫은 내면을 발견했다. 이후 굳이 먹어서 내 몸에 마이너스를 주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때 안 먹는 선택을 해서 내 몸에 가벼운 느낌을 주자고 다짐했다. 또한, 동료들이 다이어트하냐고 물으면 딱히 그러는 건 아니지만 그냥 먹고 싶지 않다.라고 답변하기로 했다. 물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대신 식사를 덜 먹고 남은 배로 아이스크림을 더 맛있게 먹겠노라. 생각을 했다. 내가 기분 좋게 먹는 포만감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황 4. 기록을 보니 점심엔 필요이상 먹는 순간들이 있었다.
공통적으로 배고프고 허기진 상태에서 먹으면 배부르게 먹는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배고프면 식사 전 물 한 컵으로 허기짐을 잠재운 후에 천천히 곱씹어 먹기로 했다.
상황 5.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폭식을 했다. 닭발을 시켜서 다 먹고 아이스크림 한통을 완전히 클리어한 후 배가 충분히 부른데도 과자 두 봉지를 더 뜯어먹었다. 식후 만족감보단 자책감, 더부룩해서 불쾌한 포만감만 남았을 뿐이었다. 그때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자. 스트레스가 상당했었다. 스트레스는 어떤 스트레스였을까. 회사에서 기인한 스트레스, 살을 빼기 위해 음식을 참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 윽박지르던 부장님, 그럴 만한 실수가 아니었는데 나에게 무안을 주었다. 누가 봐도 그 상황에선 부장님이 너무했지만 더 속상한 건 아무도 안 말리는 상황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부장님한테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오히려 화를 돋우는 것보단 가만히 있는 게 상황적으로 나았을 수 있다. 바꿀 수 있는 건 나의 태도일 뿐. 부장님은 좋은 리더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리더에겐 맘을 쓰지 않기로 했다. 또한, 빨리 빼고 싶은 생각에 음식을 참지 말고 먹고 싶은 음식 먹으면서 빼는 걸 선택하기로 했다.
당시 무슨 상황이었는지 복기해 보며 내면에 어떤 욕구가 있었는지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말 단순 습관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일에 집중하면서 과자를 집어 먹는 것. 관성 같은 습관이다. 이런 습관을 발견했을 땐 [집중해야 할 일]과 [음식 섭취]의 연결을 끊어야 한다. [집중해야 할 일]과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기존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다. 할 일을 하면서 물이나 차를 옆에 두어 마신다던지 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매 식사에 포만감과 만족도를 매기며 식사일지를 써보자. 그중 배고프지 않은데 먹은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자. 내면의 욕구를 들여다보고 수용하면 충분히 건강한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들에 집중하면서 내면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자. 이전보다 나를 잘 알아차리게 되면서 더욱 활력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