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이와 지하철을 타고 근교로 세상구경을 떠났다. 상상 아트플랫폼이라는 공간이 오픈했다기에 전시회를 함께 감상할 겸 인천역 지하철을 내려 아이와 걸어가고 있었다.
평범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며 인파가 드문 주말 한낮의 거리에서 더덕더덕 유리창에 종이가 붙어있는 한 가게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림을 구매하거나 음료를 사지 않으셔도 상관없으니 잠시 무더위를 피해 쉬었다 가세요 안에는 시원하고 그림을 무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또 더덕더덕 A4로 프린트한 다른 종이에는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다.
<긴급속보>
화장실이 2층에 있으니 볼 일 있으신 분들은
편하게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윤아트갤러리
처음엔 이 문구를 보고 카페 사장님이 외롭고 마음이 따듯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무더운 여름 뜨거운 마음씨에 이끌려 가게로 들어갔다. 이 뜨거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더 알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입장하자 편안한 인상의 사장님이 우리를 반겨주셨다.
그리고 가게 한편에 또 다른 문구를 보고 갑자기 나도 모르게 울컥,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을 참으면서 빠르게 메뉴판을 훑었는데 가격도 너무 저렴했다. 돈쭐을 내주고 싶었는데 큰 보탬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와 나 각자 마실 음료를 하나씩 주문하기로 했다. 음료가 만들어지는 동안 천천히 가게를 둘러보았다.
1층 내부는 말을 형상화한 다양한 그림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사장님이 말을 좋아하시나 보다 했는데 이유가 있었나 보다.
가게 한편에 이런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하니 감사한 일들이 일어나고 고맙다고 말하니 고마운 일들 속에 있게 된다.
행복하다고 말 하니 마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것 같다. 말, 말대로 된다.
계단이 가파르니 손잡이를 꼭 잡고 오르라는 안내문구도 꼭꼭 붙어있었다. 가게 곳곳에서 사장님의 따듯한 마음씨가 물씬 느껴졌다.
일반적인 카페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방문을 반갑게 기다리듯 깔끔하게 준비해둔 정갈함이 돋보였다. 카페 한편에는 사장님이 다닥다닥 붙인 A4용지를 프린트했을 컴퓨터와 프린트가 있었다.
뉴스에선 매일매일 무정하고 슬픈 기사들이 쏟아지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악하게 살기보다 선하게 사는 것이 더 어려운 요즘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무명의 타인에게 아무 조건 없는 따듯함을 보내는 일은 하물며 더 어렵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무드와 감성 인테리어가 담긴, 유명한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카페는 아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올여름 가장 핫한 카페다. 가게를 둘러보는 내내 사장님이 어떤 분인지가 느껴졌다. 인테리어는 돈을 바르면 바를수록 고급지지만 이 따듯한 마음은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다. 삭막한 세상에서 나는 음료값보다 더 진귀한 깨달음을 오늘 또 얻었다.
아직 세상에는 좋은 어른들이 남아 있다. 이 다정함으로 누군가는 살아간다. 내가 사장님께 해드릴 수 있는 건 이 글을 쓰는 일밖에는 없다. 그래서 이 다정함을 잊지 않고 기록하려고 이 글을 쓴다. 음료 한 잔보다 더 마음을 따듯하게 데울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