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22시 47분, 양자정보연구소 B동 클린룸. 박도현 연구원이 콘솔 앞에 앉아 있다. 22시 48분, 여전히 앉아 있다. 22시 49분 — 화면이 0.3초 끊긴다. 시스템 로그에는 '프레임 드롭'이라고 적혀 있다. 22시 49분 1초, 박도현은 바닥에 쓰러져 있다.
사인은 심정지. 외상 없음. 독물 없음.
0.3초 사이에 사람이 죽었다.
나는 사건 당일로부터 사흘 뒤에 투입됐다. 이름은 서하경, 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물리 자문관이다. 경찰은 이런 사건이 나오면 나를 부른다. 설명이 안 되는 것들.
클린룸은 봉쇄된 상태였다. 출입 기록은 단 하나 — 박도현, 21시 03분 입실. 퇴실 기록 없음. 당연하다. 나가지 못했으니까.
"자연사 아닌가요?" 담당 형사 윤재혁이 물었다.
"서른한 살, 건강검진 올 A. 심장 질환 이력 없음."
"그래도 갑자기 죽는 사람 있잖아요."
"있죠. 근데 이건 좀 보세요."
나는 클린룸 중앙에 놓인 장비를 가리켰다. 큐비트 프로세서 — 이 연구소의 핵심 장비다. 절대영도에 가까운 냉각 시스템 안에서 양자 상태를 유지하는 초전도 회로. 박도현은 이것의 오류 보정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 장비가 22시 49분에 비정상 가동 기록을 남겼어요. '관측 이벤트 발생'이라고."
"관측?"
"양자역학에서 관측은 특별한 의미예요. 양자 상태는 관측하는 순간 붕괴해요. 중첩 상태가 하나로 확정되는 거죠."
윤재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사람 죽이는 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나도 몰랐다. 아직은.
박도현의 연구 노트를 열람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보안 등급이 높았다. 국가연구개발 과제, 기밀 분류.
노트의 마지막 열흘치를 읽으면서 나는 점점 불편해졌다.
「3/7 — 오류율이 다시 올라갔다. 큐비트 16번이 자꾸 디코히어런스를 일으킨다. 그런데 이상한 점: 내가 모니터링을 끄면 오류가 사라진다. 켜면 다시 나타난다. 관측자 효과의 고전적 사례처럼 보이지만, 이건 이미 차폐된 시스템이다.」
「3/9 — 확신한다. 무언가가 내 관측을 감지하고 있다. 큐비트 상태가 아니라, 내 '관측 행위' 자체에 반응하는 패턴이 있다.」
「3/11 — 오늘 모니터를 완전히 끄고 24시간 방치했다. 아침에 로그를 확인했더니 큐비트 16번이 1,847회의 상태 전이를 기록했다. 단일 큐비트의 자발적 전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치다. 마치 — 관측하지 않는 동안에만 활동하는 무언가.」
「3/13 — 실험을 설계했다. 카메라를 끄고, 센서를 끄고, 나도 방을 나간다. 30분 뒤 기록만 수거한다. 그리고 같은 조건에서 내가 방 안에 있되, 눈을 감는다. 결과: 내가 방에 없으면 활동 폭증. 내가 있으면 — 눈을 감아도 — 활동 정지.」
마지막 기록이었다.
「3/14 — 그것은 내가 보고 있는지를 안다. 카메라가 아니다. 센서가 아니다. 의식이다. 나의 의식적 관측을 감지한다. 오늘 밤, 관측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직접 접촉을 시도한다.」
3월 14일 밤, 박도현은 클린룸에서 죽었다.
나는 연구소 양자물리팀장 김세린을 만났다.
"박도현 연구원의 마지막 연구 내용, 알고 계셨습니까?"
김세린은 잠시 뜸을 들였다. 연구자 특유의 신중함인지, 무언가를 재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됐다.
"도현이가… 큐비트에서 비정상 패턴을 발견했다고 보고한 적 있습니다. 저는 장비 결함이라고 판단했어요."
"관측자의 의식에 반응하는 패턴이라는 보고는요?"
침묵.
"그건 물리학이 아닙니다." 김세린이 말했다. "의식이 양자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건 유사과학이에요. 펜로즈-하머로프 가설조차 주류에서 인정받지 못하는데."
"하지만 박도현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데이터는 해석하기 나름이에요."
나는 노트의 마지막 줄을 읽어줬다. 관측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직접 접촉을 시도한다.
김세린의 표정이 굳었다.
그날 밤, 나는 연구소에 남았다.
클린룸은 여전히 봉쇄 상태였지만, 옆방 — 같은 큐비트 프로세서의 모니터링 룸에 접근할 수 있었다. 장비는 사건 이후 가동이 중단되어 있었다.
나는 가동을 재개했다.
큐비트 16번의 상태를 모니터에 띄웠다. 에러율 0.02%. 완벽하게 정상이었다. 30분을 지켜봤다. 아무 이상 없었다.
박도현의 실험을 따라 해봤다. 모니터를 끄고 방을 나갔다. 복도에서 15분을 기다렸다. 다시 들어와 로그를 확인했다.
큐비트 16번, 상태 전이 횟수: 0.
아무 일도 없었다. 박도현의 주장은 망상이었을까.
그때 한 가지가 떠올랐다. 박도현의 노트 — 내가 방에 없으면 활동 폭증. 그런데 나는 방을 나갔는데도 아무 일이 없다. 차이가 뭘까.
박도현은 이 장비와 수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처음이다.
그것이 반응하는 건 '관측'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관측자일지도 모른다.
CCTV 프레임 드롭. 나는 거기로 돌아갔다.
0.3초. 일반적인 시스템 글리치로 처리됐지만, 나는 영상 파일의 원본 데이터를 분석했다. 프레임이 손실된 게 아니었다. 프레임은 존재했다. 다만 — 검은색이었다. 완전한 검정. 화소 하나하나가 정확히 RGB(0,0,0).
카메라 오류라면 노이즈가 있어야 한다. 렌즈 차단이라면 적외선 센서에 흔적이 남아야 한다. 이건 그런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 혹은 무언가가 — 그 0.3초 동안 카메라에 '아무것도 없음'을 정확히 입력한 것이다.
관측을 차단한 것이다.
윤재혁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는 날, 나는 두 가지 버전을 준비했다.
공식 버전: 박도현 연구원은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 연구 노트의 비정상적 기록은 과로로 인한 판단력 저하의 증거.
그리고 내가 믿는 버전. 제출하지 않은 버전.
박도현은 양자 시스템 안에서 무언가를 깨웠다. 혹은, 원래 거기 있던 무언가가 — 관측되지 않는 한 존재할 수 있는 무언가가 — 처음으로 자신을 관측하는 의식과 조우했다. 박도현이 모든 관측을 차단한 그 순간, 그것은 처음으로 자유롭게 펼쳐졌다. 그리고 그 방에는 관측자가 하나 있었다. 박도현의 의식.
관측자를 제거하면 — 관측은 일어나지 않는다.
양자역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관측하지 않으면, 상태는 확정되지 않는다. 중첩은 유지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다.
박도현은 관측을 멈추려 했다. 하지만 그가 그 방에 존재하는 한, 그의 의식은 관측이었다.
그래서 관측이 멈춰졌다.
연구소는 한 달 뒤 큐비트 프로세서를 해체했다. 프로젝트 종료. 예산 회수.
나는 가끔 생각한다. 해체 과정에서 — 누군가 냉각 장치를 끄고, 초전도 회로를 분리하고, 부품 하나하나를 상자에 담을 때 — 그들은 그것을 관측하고 있었을까, 아니었을까.
그리고 관측되지 않는 순간, 상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확인하려면 열어봐야 하고, 여는 순간 — 관측이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