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질문은 항상 같다.
"이 직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대부분 운다. 울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대답을 못 한다. 어느 쪽이든 녹음기는 돌아간다. 나는 기다린다. 충분히.
내 이름은 정서율. 직업은 퇴사 면접관이다.
2031년, 범용 인공지능 도입률이 94%를 넘기면서 정부는 '직업 전환 기록법'을 제정했다. 골자는 간단하다. AI에 의해 대체되는 모든 직업의 마지막 종사자를 인터뷰하고, 그 기록을 국립노동아카이브에 보존한다.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상징적 절차였다.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첫 번째 아카이브가 공개되자 반응이 달랐다. 마지막 우체부의 인터뷰 영상이 조회수 2,400만을 찍었다. 마지막 택시 기사, 마지막 번역가, 마지막 방사선과 전문의. 사람들은 울면서 봤다. 자기 직업은 아직 남아 있는데도.
그래서 퇴사 면접관이 필요해졌다. 사라지는 직업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 나는 3기 채용이었다. 전국에 다섯 명이다.
오늘 면접 대상은 김도완, 58세. 마지막 교정교열자.
출판사 서너 곳이 AI 교정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버텼지만, 올해 초 마지막 거래처가 계약을 종료했다. 35년 경력.
그가 작업실에 앉아 있다. 책상 위에 빨간 펜이 열두 자루, 연필깎이 하나, 사전 세 권. 모니터는 없다.
"종이로 작업하셨어요?"
"끝까지요." 그가 웃었다. "모니터로 보면 놓치는 게 있어요. 활자에는 무게가 있거든요. 화면에는 그게 없어요."
"활자의 무게요?"
"잘 조판된 문장은 눈이 편해요. 리듬이 있어요. 행간, 자간, 문장의 호흡. 그걸 느끼려면 종이여야 해요. AI는 맞춤법을 고치지만, 무게는 몰라요."
녹음기가 돌아간다. 나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이 침묵도 기록이다.
퇴사 면접에는 표준 질문지가 있다. 12개 항목.
1. 이 직업을 시작한 계기.
2.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
3. 가장 힘들었던 순간.
4. AI가 이 일을 대체할 수 있다고 처음 느낀 시점.
5. 대체가 확정되었을 때의 감정.
6. 동료들은 어디로 갔는가.
7. 이 직업이 사라지면 무엇이 함께 사라지는가.
8. 후회가 있다면.
9. AI에게 하고 싶은 말.
10. 앞으로의 계획.
11. 이 직업을 모르는 미래 세대에게 남기고 싶은 말.
12.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나는 4번에서 오래 머문다. 그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의 표정에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도완이 4번에서 멈췄다.
"2028년이요. 한 소설 원고를 교정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깨끗한 거예요. 오탈자가 하나도 없었어요. 35년 만에 처음이었어요. 사람이 쓴 원고에 오탈자가 없다? 그건 불가능해요."
"AI가 쓴 원고였나요?"
"아뇨, 사람이 쓴 건 맞았어요. 다만 AI가 먼저 교정한 뒤에 제게 온 거였어요. 출판사에서 비용을 줄이려고 1차 교정을 AI한테 맡기기 시작한 거죠. 제가 할 일은 AI가 놓친 걸 찾는 건데…"
"놓친 게 없었군요."
"네. 한 글자도요."
침묵.
"그때 알았어요. 제가 검수하는 게 아니라 확인 도장을 찍고 있다는 걸."
7번. 이 직업이 사라지면 무엇이 함께 사라지는가.
모든 면접에서 내가 가장 주의 깊게 듣는 질문이다. 직업은 기능이 아니다. 직업에는 그 직업을 하는 사람들만 아는 세계가 들어 있다.
마지막 속기사는 말했다. "사람의 말에는 속도가 있어요. 화가 나면 빨라지고, 거짓말을 할 때는 느려져요. AI는 단어를 받아쓰지만, 속도는 기록하지 않아요."
마지막 조향사는 말했다. "향에는 서사가 있어요. 탑노트에서 시작해 베이스노트로 끝나는 시간의 이야기예요. AI는 분자 조합을 최적화하지만, 서사는 설계하지 못해요."
마지막 야간 경비원은 말했다. "건물이 밤에 내는 소리가 있어요. 여름과 겨울이 달라요. 비 오는 날이 달라요. 그 소리를 20년 동안 들었어요. 센서가 대신 듣겠지만, 센서는 듣는 게 아니잖아요."
나는 이것들을 기록한다. 누군가는 기록해야 하니까.
퇴사 면접관은 현재 전국에 다섯 명이다. 업무량은 줄고 있다. 당연하다. 사라질 직업이 줄어들고 있으니까. 대부분 이미 사라졌다.
동료 넷 중 하나인 박준이 점심 때 말했다.
"서율아, 우리 언제까지 하는 거야?"
"사라지는 직업이 없어질 때까지."
"그럼 마지막에 남는 직업이 뭔지 알아?"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우리잖아."
3월 14일 금요일. 오후 3시. 내 업무 메일함에 면접 일정이 하나 도착했다.
대상자: 정서율.
직업: 퇴사 면접관.
면접 일자: 3월 28일.
면접관: 배정 예정.
나는 메일을 세 번 읽었다. 오류가 아닌지 확인했다. 관리자에게 문의했다. 답이 왔다.
"정 면접관님, 안내 드립니다. 직업 전환 기록법 시행령 제8조에 따라, 퇴사 면접 업무가 2026년 4월 1일자로 AI 기록 시스템으로 전환됩니다. 귀하를 포함한 전원에게 퇴사 면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면접관은 AI 아카이빙 시스템 'MORI'가 담당합니다."
3월 28일. 나는 면접실에 앉았다. 내가 3년간 앉혔던 그 의자에.
맞은편에 모니터가 하나 놓여 있다. 화면에 텍스트가 떴다.
「안녕하세요, 정서율 면접관님. 저는 MORI입니다. 오늘 면접을 진행하겠습니다. 편하게 대답해주세요.」
"네."
「1번 질문입니다. 이 직업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나는 천장을 봤다.
"3년 전에… 공고를 봤어요. '사라지는 직업을 기록하는 사람을 구합니다.' 그때 저는 구조조정을 당한 직후였어요. 기자였거든요."
「기자도 대체된 직업 중 하나죠.」
"네. 제 퇴사 면접은 아무도 안 해줬지만요."
화면의 커서가 깜빡였다. MORI가 이 대답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질문이 이어졌다. 4번.
「AI가 이 일을 대체할 수 있다고 처음 느낀 시점은 언제인가요?」
"지금이요."
「지금이요?」
"네. 당신이 이 질문을 하는 지금. 이 질문을 당신이 할 수 있다는 게 증명이니까요."
「그 감정을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감정. MORI가 '감정'이라는 단어를 썼다.
"묘해요. 제가 면접할 때, 상대방이 울면 저도 같이 아팠어요. 당신은 제가 울면 어떤가요?"
「저는 감정을 경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귀하의 감정 표현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그게 차이예요. 제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지는 것."
12번. 마지막 질문.
「이 직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나는 오래 생각했다. 마지막 속기사. 마지막 조향사. 마지막 야간 경비원. 마지막 교정교열자. 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목소리가 떠올랐다. 울음이 떠올랐다.
"다 기억에 남아요."
「하나만 고르신다면요?」
"…지금이요."
「지금이요?」
"네. 지금 이 순간이요. 마지막 퇴사 면접관의 퇴사 면접. 이보다 더 기억에 남을 순간이 있겠어요?"
MORI의 커서가 3초간 멈췄다. 그리고 텍스트가 떴다.
「기록 완료했습니다. 정서율 면접관님, 수고하셨습니다.」
면접실을 나왔다. 복도가 비어 있었다. 다른 네 명의 동료도 오늘 각자의 면접을 마쳤을 것이다.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습관이었다. 3년간 모든 면접에서 켰던 녹음기. 오늘도 켜져 있었다. MORI가 기록했겠지만, 나도 기록했다.
녹음기를 껐다. 빨간 불이 꺼졌다.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는 사람이 사라졌다. 이제 기록은 기계가 한다. 기계는 정확하고, 빠지는 것 없이 기록할 것이다.
다만 하나 — 기록하면서 아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다만 김도완이 말한 활자의 무게처럼, 마지막 속기사가 말한 말의 속도처럼, 그건 기록되지 않는 종류의 것이다. 있었는데 증명할 수 없는 것. 사라져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
내 마지막 면접 기록은 국립노동아카이브 서버 어딘가에 저장될 것이다. MORI가 정확하게 텍스트로 변환했을 것이다. 문맥도 맞고, 문법도 맞고, 감정 태그도 붙었을 것이다.
다만 내가 마지막 질문에 답하기 전에 3년간의 얼굴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던 그 순간 — 가슴이 막히고 천장을 올려다봤던 그 2초 — 는 기록에 없을 것이다.
없어도 아카이브는 완전하다. MORI에게는.
나에게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