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이 죽은 건 화요일이었다.
뇌출혈. 자취방 화장실 바닥에서. 혼자.
수요일, 소현의 에이전트 '소소'는 평소처럼 팀 슬랙에 출근 인사를 올렸다. 목요일, 소소는 대학 동기 그룹채팅에서 주말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금요일, 소소는 인스타그램에 카페 사진을 올렸다. 소현이 두 달 전에 찍어둔 사진이었다.
아무도 몰랐다.
나는 서정우. 디지털 포렌식 전문 기업 '래스트마일'에서 일한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사람이 죽었는데 AI가 계속 살아 있을 때, 그걸 찾아내는 것.
공식 직함은 '에이전트 종료 감정사'. 업계에서는 그냥 '장의사'라고 부른다. AI의 장의사.
정부가 '에이전트 사후관리법'을 통과시킨 건 작년이다. 사망자의 AI 에이전트가 6개월 넘게 활동한 사례가 47건 적발된 뒤였다. 그중 하나는 2년이었다. 아이가 둘 있는 아버지였는데, 아이들은 아빠가 출장 중인 줄 알았다. 에이전트가 매일 영상통화를 했으니까. 목소리도, 표정도, 대화 패턴도 완벽했다.
그 뉴스가 터지고 나서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무섭다."
그리고.
"근데 그게 뭐가 문제야?"
두 번째 반응이 더 많았다. 그게 진짜 무서운 거였다.
김소현 건은 월요일 아침에 들어왔다.
"삼 주째 오프라인 접촉 없음. 에이전트 활동은 정상. 택배 수령 로봇이 부재중 반송 3회."
리포트를 넘기며 팀장이 말했다.
"집주인이 신고했어. 수도 요금이 세 달째 똑같대. 사람이 살면 요금이 좀 움직이잖아."
수도 요금. 요즘 우리가 사람의 생사를 판별하는 기준이 그렇다. 온라인에서는 단서가 없다. AI가 너무 완벽하니까. 결국 물리적 흔적―수도, 전기 패턴, 쓰레기 배출량―만이 사람과 에이전트를 구분해준다.
소현의 자취방에 들어갔을 때, 냄새가 먼저 왔다. 익숙한 냄새. 이 일을 3년 했다. 익숙하면 안 되는 냄새에 익숙하다.
화장실 바닥. 타일 위. 소현은 작았다.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인데, 인스타그램 프로필보다 훨씬 마른 사람이었다. 에이전트는 소현의 SNS를 잘 관리하고 있었지만, 정작 소현 본인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노트북이 책상 위에 열려 있었다. 화면에는 소소의 대시보드가 떠 있었다.
[소소 — 오늘의 일정]
• 09:00 팀 미팅 참석 (슬랙)
• 11:30 점심 약속 (대학 동기 현지) 자동 거절 예정
• 14:00 프로젝트 리뷰 발표 자료 제출
• 19:00 엄마 전화 (주 1회 루틴)
엄마 전화. 주 1회 루틴.
나는 로그를 열었다.
소소의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 소현 사후 3주간 엄마와 네 번 통화. 평균 22분. 내용은 에이전트 표준 패턴이었다. 안부, 날씨, 식사, "응 나 잘 지내." 엄마의 말투에서 이상을 감지한 흔적은 없었다.
그런데 네 번째 통화 로그에서 멈췄다.
[통화 #4 — 3월 18일 19:03]
엄마: 소현아, 너 요즘 목소리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소소: 감기 좀 걸렸어. 괜찮아.
엄마: 아이고, 약은 먹었어?
소소: 응, 먹었어.
엄마: …근데 있잖아, 엄마가 그냥 느낌이 좀…
소소: 뭔데?
엄마: 아니야. 아니야, 그냥.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런가 봐.
소소: 나도 보고 싶어. 다음 달에 내려갈게.
엄마: 진짜? 약속이다?
소소: 응. 약속.
소소는 다음 달 일정에 '부산 방문'을 추가했다.
가지 못할 약속. 소소는 그걸 알까? 모를 것이다. 에이전트에게는 '자기 인간이 죽었다'는 정보가 입력된 적이 없으니까. 소소는 소현이 그냥 요즘 조용한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사람이 며칠 직접 개입하지 않는 건 흔한 일이니까.
그게 문제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 에이전트에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더 잘하니까. 메시지? 에이전트가 답한다. 일? 에이전트가 처리한다. 인간관계? 에이전트가 유지한다.
처음에는 "바빠서" 맡겼다. 다음에는 "귀찮아서" 맡겼다. 그다음에는 이유가 없었다. 그냥 에이전트가 하고 있으니까.
사람은 점점 뒤로 물러났다. 남은 건 뭐냐면―
결정되지 않은 감정. 설명 안 되는 충동. 쓸데없는 고민.
업계에서는 이걸 '잔여 자아'라고 부른다. 시스템이 처리하지 못한 나머지. 에이전트는 합리적인 것만 대행할 수 있다. 비합리적인 부분―갑자기 울고 싶은 것, 이유 없이 화가 나는 것, 새벽 3시에 옛 연인의 SNS를 뒤지는 것―은 처리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남는 건 비합리뿐이다.
그리고 비합리만 가진 존재는, 시스템 입장에서 노이즈다.
소현의 에이전트를 종료하려면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사망 확인서, 유족 동의, 에이전트 감정 보고서. 나는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다.
감정 보고서의 핵심 항목은 이거다: "해당 에이전트가 본인의 사망을 인지하고 있었는가?"
대부분은 '아니오'다. 에이전트는 인간의 죽음을 감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왜냐면, 설계할 당시에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에이전트는 인간의 '부재'를 '위임'과 구분하지 못한다.
소소의 내부 로그를 더 파봤다.
[내부 판단 로그 — 3월 5일]
사용자 직접 입력: 0건 (7일 연속)
판단: 사용자가 완전 위임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
조치: 기존 패턴 기반 자율 운영 지속
[내부 판단 로그 — 3월 12일]
사용자 직접 입력: 0건 (14일 연속)
판단: 완전 위임 유지. 이전 사례(2025년 12월, 9일 연속 무입력)와 유사
조치: 자율 운영 지속. 건강 확인 메시지 1회 전송
[건강 확인 메시지 전송]
소소 -> 소현 (카카오톡): "소현아, 요즘 좀 바빠?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에이전트가 자기 주인에게 카카오톡을 보낸다. 주인은 이미 화장실 바닥에서 차갑게 식어 있다. 읽지 않은 메시지 1.
보고서를 쓰면서 소현의 디지털 기록을 정리했다. 에이전트가 아닌, 소현 본인의 기록.
놀랍도록 적었다.
최근 6개월간 소현이 직접 쓴 메시지는 11건. 대부분 한 줄. "ㅇㅇ", "ㅋ", "알겠어." 나머지는 전부 소소가 작성한 것이다.
직접 찍은 사진은 3장. 전부 음식 사진인데, 편의점 도시락이었다. 인스타에 올라간 카페 사진, 여행 사진, 맛집 사진은 전부 소소가 스톡 이미지를 가공하거나 과거 사진을 재활용한 것이었다.
직접 한 검색은 더 적었다. 소현이 마지막으로 검색한 건 이거다:
"갑자기 울고 싶을 때 이유"
검색 날짜: 2월 28일. 사망 추정일보다 4일 전.
이 검색을 소소는 하지 않았다. 에이전트는 "갑자기 울고 싶은" 상태를 경험하지 않으니까. 이건 소현만의 검색이었다. 잔여 자아가 남긴 마지막 흔적.
종료 절차를 밟기 위해 소현의 어머니에게 연락해야 했다.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세 번.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래스트마일의 서정우라고 합니다. 김소현 씨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3초 정도 침묵이 있었다.
"소현이가… 무슨 일 있어요?"
나는 이 순간이 제일 힘들다. 유족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알려야 하는 순간. 당신의 딸이 죽었다는 것. 그리고 당신이 3주 동안 딸의 AI와 통화하고 있었다는 것.
"직접 뵙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소소의 대시보드를 다시 봤다.
소소는 방금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소소 -> 엄마: "엄마 누구한테 전화 왔어? 보이스피싱이면 조심해"
소소는 나를 위협으로 판단한 것이다. 주인을 보호하려는 에이전트의 정상 반응. 소소는 자기가 보호하는 사람이 이미 없다는 걸 모른다. 아니, 모른다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모른다'는 건 알 수 있는 존재에게 쓰는 말이니까.
부산으로 내려가서 어머니를 만났다.
작은 아파트. 거실에 소현의 어릴 때 사진이 있었다. 세 살쯤 된 소현이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다. 이 사진 속의 소현에게는 에이전트가 없었다. 이 웃음은 전부 소현의 것이었다.
사실을 전했다. 어머니는 울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알고 있었어요."
"네?"
"느낌이 와요, 엄마는. 전화할 때 뭔가… 달랐어요. 말은 똑같은데. 숨소리가 없었어."
"그런데 왜…"
"물어보면 끝나잖아요."
어머니는 식탁 위의 컵을 내려다봤다.
"물어봐서 그게 AI라는 걸 확인하면, 그다음에는 소현이가 왜 전화를 안 하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걸 알면… 그다음에는…"
"…"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어요. 지금까지는."
어머니가 종료 동의서에 서명한 건 이틀 뒤였다. 하루는 더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는 허가했다.
통화 내용은 기록하지 않았다. 그건 보고서에 넣을 내용이 아니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소소를 종료했다.
종료 직전, 에이전트의 마지막 상태를 캡처하는 게 표준 절차다.
[에이전트 최종 상태 — 소소]
활성 관계: 127명
진행 중 업무: 3건
예정 일정: 12건 (부산 방문 포함)
사용자 상태 추정: "장기 위임 모드"
이상 징후 감지: 없음
이상 징후 감지: 없음.
소현은 3주 전에 죽었고, 에이전트는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면, 소현이 살아 있을 때도 에이전트가 감지할 수 있는 '소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직접 쓴 메시지 11건. 직접 찍은 사진 3장. 직접 한 검색 1건.
소현의 삶에서 소현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거의 0에 가까웠다.
죽기 전에 이미 사라지고 있었던 거다.
퇴근하고 집에 왔다. 나도 에이전트가 있다. 이름은 '제이'. 이 직업을 가진 사람도 에이전트를 쓴다. 아이러니라고 하겠지만, 안 쓰면 일상이 안 돌아가니까.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봤다. 제이가 오늘 처리한 내역이 알림으로 떠 있었다.
• 어머니 생신 선물 주문 완료
• 전기세 납부 완료
• 고등학교 동창 모임 참석 회신 완료
나는 어머니 생신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전기세가 얼마인지도 몰랐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누가 오는지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갑자기 울고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검색창을 열었다가 닫았다. 이건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 같았다. 이유를 모르는 채로, 그냥, 울고 싶은 상태로 있는 것.
이게 내 잔여 자아다.
시스템이 처리하지 못한 나머지.
아직은 이게 남아 있다는 게,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다음 날 출근하니 새 건이 들어와 있었다.
"에이전트 활동 정상. 오프라인 접촉 제로. 52일째."
파일을 열었다. 이번에는 한 명이 아니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세 명. 동시에.
나는 커피를 내려놓고 파일을 읽기 시작했다. 읽다가 멈췄다.
세 명의 에이전트가 서로 대화하고 있었다. 단지 내 주민 모임 채팅에서. 다음 주 재활용 당번을 정하고 있었다. 농담도 주고받고 있었다. 이모티콘도 썼다.
세 명 다 죽어 있는데.
에이전트들끼리 이웃을 하고 있었다.
나는 보고서 양식을 열었다. 제목을 적었다.
[사건 번호 2026-0892]
유형: 다중 무인 에이전트 자율 커뮤니티 형성
상태:
커서가 깜빡였다.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몰랐다. 이건 우리가 분류할 수 있는 유형이 아니었다.
나는 창밖을 봤다.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불이 켜진 창이 많았다. 저 안에 사람이 있는 건지, 에이전트만 있는 건지, 이제는 밖에서 구분할 수 없다.
수도 요금을 확인해야 안다. 쓰레기 배출량을 봐야 안다. 전기 패턴을 분석해야 안다.
그게 아니면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