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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아 Mar 07. 2021

03. 우리모두 문제해결사가 되자

암기형 지식을 통한 문제해결로는 불가능하다.

자랑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암기왕이었다. 

초중고등학교때, 그리고 심지어 대학교때까지도, 시험공부를 할 때는 교과서의 시험범위에 해당하는 내용을 그냥 통째로 외워버리는 것이 내 공부방식이었다. 사진 기억력이라고 하나, 그런 능력이 특출나게 좋았던 것 같다. 나는 내용을 집중해서 몇 번 보면 그것을 기억 속에 사진을 찍은 것처럼 저장해버릴 수 있었다. 운 좋게도(지금 생각하면 운 없게도?) 이 능력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잘 맞았다. 나는 주입식으로 지식을 쏟아 붓기만 하는 교육 방식에 최적화된 학생이었다. 당연히 내신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암기왕의 행운은 딱 대학교까지만 지속되는 행운이었다. 직장에 가거나, 대학원에 가거나, 사회 생활을 하거나... 세상에 내던져진 이후에는 사진 기억력을 통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세상에서 풀이를 요구하는 것은 미리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이 아니라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에 대한 답이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해답은 학습지의 맨 뒤쪽에 나와있지 않았다. 직장에서는 맡은 업무에서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원했다. 대학원에서는 사회 현상에서 나름대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에 대해 답을 하기를 요구했다. 사회 생활에서는 직접 내가 가진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야 했다.


문제와 답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암기력이 아니라 응용력이었다. 



그것은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이고, 표면이 아닌 핵심을 파고드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발견이었다. 그것이 중요한 까닭은 보편적인 원리에 대한 이해가, 세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가 되어주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성급하게 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여러가지 원리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접근 방식을 통해 발견되어야 하고,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나는 문제와 문제의 해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현실 속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더 다면적으로 관찰되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사회 현상들을 관찰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했다. 그리고 종합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만 스스로 문제를 '정의'할 수 있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모색할 수 있다. 어떤 사회 현상을 읽었다면, 거시적인 환경부터 세부적인 현상을 살펴본다.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를 다양한 프레임워크로 도식화해보고, 그 추세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것을 밝히기 위해 직접 현장에 있는 날 것의 답을 찾아 본다. 그리고 행동한다.


 


'날 것의 답'은 학창시절에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었던 개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내가 학창시절에 쌓았던 지식은 지식이 아니었다. 뒤늦게 문제 해결 능력의 중요성을 발견하게 된 이후에야, 지식을 쌓기 위해 어떤 접근을 했어야 하는지 깨닫는다. 빠르게 내리는 답보다, 느리지만 접근방식과 발견과정이 탄탄한 발견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한다. 암기는 비약의 습관을 고착화시킨다.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은 세상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


그러니 우리모두, 문제 해결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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