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World Fit!
창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 중의 하나는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Market Fit, PMF)이다. 우리 제품과 시장의 궁합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에서 제품이 살아남으려면 그동안의 언어화되지 못했던 unmet needs가 있어야 하고 그 니즈가 상당히 커야 하고 아직 솔루션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제품이 솔루션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 솔루션을 단계적으로 가설 검증하고 브랜딩하고 마케팅해야 한다.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거의 서른 명 가까이의 사용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보면서 나는 인간 또한 프로덕트-마켓 핏이라는 단어처럼 '미 월드 핏(Me-World Fit)'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용자들은 '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고, 어떤 커리어로 전환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자존감이 낮아서 우울하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적으로 쓰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활용한다는 과제를 수행하는 사용자들은 그 경험을 통해 '몰랐던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경험을 했는데, '자기자신을 몰랐던' 것은 20대이거나 50대이거나 심지어 60대이거나 마찬가지로 겪는 어려움이었다.
내 자신을 하나의 제품으로 보자면 세상에 내던저져서 세상과의 궁합을 맞추어 가야 하는 평생의 업보를 등에 업고 살아간다. 내 자신을 구성하는 잔뜩 떡져있는 여러가지 특징들 중에 어떤 것이 세상과의 궁합이 맞는지 계속 실험을 반복해서 셀링 포인트를 찾아야 세상과 화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야 할지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번역가 전혜린은 이렇게 말했다. '나만이 오식활자처럼 거꾸로 박혀있는 듯한 컴플렉스...' 나도 그런 느낌을 가졌던 적이 있다. 나와 세상의 궁합이 맞지 않다고 느꼈고, 내가 느끼는 것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왕따 시킨다'라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의 생각과 개성이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는 그 누구도 힘이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프로덕트-마켓 핏처럼 미-월드 핏을 찾자. 나의 가장 대중적인 부분과 세상의 교집합을 찾아서 세상과 화해하고, 어떤 존재로 포지셔닝하고 브랜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자. 나 자신이라는 스타트업을 어떻게 린하게 반복적인 수정을 통해 성장을 이루어나가야 할지는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숙제다. 단계적 가설 검증을 통해 하나의 인간 또한 성장해 간다. 상장할 수 있는(성공할 수 있는) 길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