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때부터 해외에 살던 내가 느끼는 '한국'과 '미국'
미국의 주거 형태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많은 독자들이 이미 알듯이,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house'라고 부르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 거주한다. '정'이 많은 국내와는 다르게, 사생활의 보호를 매우 중요시하는 미국은 개인주의가 발달되어 있다. 한국의 주거문화를 이야기하며 나왔던 말이지만, 배수관을 사용하는 세대가 적으면 적을수록 원하는 온도의 물이 나오기가 어렵고, 세대수가 적을수록 보안이나 커뮤니티 시설이 떨어진다. 더불어, 세대수가 적을수록 집안 내 소모품을 교체하는 데 있어 비용이 높다. 한국의 부유층은, 이러한 단점을 최소화하며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빌라 형태를 선호하지만, 미국의 경우 빌라조차도 사생활이 침해된다 판단하여 마당이 있는 주택에 거주한다. 주말마다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마당이 있어 대형견을 많이 기르는 것도 이에 파생된 문화이다.
국내에서는 재벌이나 엄청난 갑부 수준이 아닌 이상, 특히 서울의 경우, 인구밀도가 매우 높기에 주택에서 사는 게 힘들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구밀도가 한국과 비슷한 NYC나 LA, 마이애미 같은 경우는 어떨까?
뉴욕은 한국의 신도시처럼 초기 도시 설계를 완벽하게 설정을 하고 시공을 한 '계획도시'이다. 현존하는 거주지들 중 대다수의 건물들이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에 건축되었다. 최소 100년은 된 건물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내부와는 다르게, 거주지 건물들의 외부는 조금 낡거나 앤티크 한 냄새를 풍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크라이슬러 빌딩(건축연도 1928년)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건축연도 1931년)처럼 해당 시기에 높은 건축물들이 생겨났었고, 당시에는 '하늘에 가까울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기이다. 고층 건물일수록, 건물 중 높은 층에 입주할수록 좋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주택 형태의 거주지보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복층 이상의 건물들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인구밀도뿐 아니라 NYC는 토지 가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장소 중 하나이다. NYC의 중심부인 맨해튼의 경우 1cm^3당 127만 달러, 1평당 423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에서 가장 공시지가가 높은 명동의 경우 아직 10억 원, 100만 달러가 안되는 걸 감안했을 때, 개인 주택이나 커뮤니티 시설이 존재하는 빌라형 주택을 짓기에는 단가가 맞지 않는다. 커뮤니티 시설이 갖고 있는 매력은 충분하지만, 커뮤니티를 지을 대지에 다른 주거시설을 짓는 것이 건설회사에는 큰 이득인 것이다. 더불어, 현재 NYC 내에 새로 건설이 가능한 부지는 없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해당 부지에 건축을 해야 하기에, 고급 빌라 형태로 건설을 하기에는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뿐 아니라, 커뮤니티를 지을 수 있는 물리적인 부지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 현실적으로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철거하고, 증축해 높게 쌓아 올리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을 너무 빨리 했기에, 지금에 와서는 저층 아파트 형태의, 부자가 산다고 하기에는 입지를 제외하고는 매리트가 없는 그런 거주형태가 뉴욕에서 성행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