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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카피 Mar 17. 2020

처진 눈

  눈 처진 거야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었으니 뭐 새삼 컴플렉스라고 할 건 아닌데, 나이먹어가며 눈 작아지고 눈가에 힘 빠지니 그 처진 눈이 엄청 강조된다.


  다연이도 눈이 처졌다. 아빠에게 물려받은 게 죄 이런 것 뿐이라고 투덜거린다.


  그렇지만, 딸아이는 또 이렇게도 말한다. 처진 눈 덕에 인상이 선해 보여 면접까지만 가면 어떤 시험이든 아르바이트 채용이든 통과될 확률이 높다고.


  나는 속으로 빙그레 웃는다. 내가 살며 늘 해왔던 말이기 때문이다.


  나쁘기만 한 건 없다. 좋기만 한 게 없는 것처럼. 


  처진 눈 덕에 나를 착한 사람이라고 믿어준 사람들이 고맙다. 처진 눈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처진 눈을 고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스스로를 칭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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