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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캐피탈 Aug 17. 2022

전기차 시대, 디자인 변화가 시작되다

달라지는 자동차 디자인

전기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를 의미하는 파란색 번호판을 앞뒤로 부착하고 도로를 주행하는 전기자동차를 보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닌 일상의 모습이 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속속 새로운 모델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전기자동차는 내외장 디자인 측면에서도 비슷하면서 각기 다른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있다.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산업에서 디자인의 역할과 변화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1. 실내 공간이 넓어지다


©현대자동차


자동차가 대중화된 지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기자동차의 급성장은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이 지배적이었던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인 약 110.7% 증가하며 총 666만 대가량이 판매되었다. 우리나라의 전기자동차 시장도 약 13만 대 가까운 판매량이 집계되었으며 이 또한 전년대비 두 배 이상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와 같은 전기자동차 시장의 주요 성장 배경에는 저소음, 저렴한 유지비와 더불어 정부의 보조금 지급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전기자동차 보조금의 정책 변화 및 상품성의 지속적인 개선이 예상됨에 따라 전기자동차의 주요 가치는 금전적 측면에서 전기자동차 자체의 가치로 이동되고 있다. 배터리 성능 개선을 중심으로 한 주행거리 증가, 충전시간 단축, 내부 공간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이동 경험 제공 등 전기자동차 자체의 가치 향상에 더욱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기자동차의 주목할 만한 가치 중 하나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넓어진 실내공간이다. 특정 차량을 제외한 기존의 대다수 내연기관 차량의 기본적인 패키지인 전면부 엔진, 중간 탑승 공간, 후면부 적재공간에서 벗어나, 현대자동차의 'E-GMP'와 같은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이른바 본격적인 전기자동차가 등장했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성하는 엔진, 변속기와 같은 주요 부품들이 사라지고 모터, 감속기, 인버터가 일체화되어 구성된 소형화 파워트레인이 앞뒤에 위치한다. 이러한 차량 패키지의 변화는 차량의 차축 중심과 차의 앞뒤 끝부분의 거리인 오버행 길이의 단축, 앞뒤 차축 거리인 휠베이스의 증대로 이어지며 이를 통해 앞뒤로 차량의 차축이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하게 된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대표적 전기자동차인 아이오닉 5의 경우 차량의 길이는 4,635mm로,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의 4,650mm 보다 짧지만, 휠베이스는 3,000mm로 아반떼의 2,720mm를 넘어서,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의 휠베이스인 2,900mm를 넘어서는 수치를 보여준다. 이는 내연기관과 구성이 전혀 다른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공간 효율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이에 따라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른 전기자동차의 다양한 활용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나리오로만 상상해왔던 이동형 사무실, 레저 및 휴식 공간, 물류 배달 등의 폭넓은 활용이 가능해진다. 또한 충전 시스템인 V2L (Vehicle to Load) 기술과 연계하여 모빌리티 전용 냉장고, 스타일러,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까지도 활용할 수 있다. 목적지로의 이동을 넘어서,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모빌리티로서 그 가치를 확장하며 재정립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오닉 V2L 기능 알아보기




#2. 그릴 디자인 개념의 재정립


©현대자동차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하여 전기자동차가 갖는 또 다른 디자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그릴 디자인에 관한 개념이 새롭게 재정립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구조상 공기를 흡입하여 연소 및 폭발시키는 과정으로 구동되며 이를 위해, 전면부 공기 흡입 및 라디에이터 냉각을 위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수적 요소로 자리해 왔다. 이는 향후 자동차의 디자인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자체의 디자인과 더불어 제조사의 디자인 조형 언어로까지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개념은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 구조가 자리 잡고 발전되어온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한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여전히 차량의 외관 디자인 이미지를 좌우하는 핵심 디자인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내연기관 차량과 구동 개념이 상대적으로 다른 전기자동차의 경우, 라디에이터 그릴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면부를 막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이른바 '폐쇄형 그릴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T사의 경우 그릴을 없앤 '안티 그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과거 기능에 의하여 존재하였던 그릴이 전동화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혹은 조명 기능이 더해서 개념이 재정립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 아이오닉 6의 혁신적인 디자인


최근 출시된 현대 아이오닉 6의 경우 전면부에 빛이 들어오는 '라이팅 그릴' 적용을 추진 중이며 전면부의 그릴 패턴 및 조명을 적용시켜 차량의 충전 상태 및 자율주행 기능 등을 외부에서 알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는 향후 미래 모빌리티 교통 환경에서 이동 수단 자체의 기술발전만이 아닌, 보행자와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채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의 교통 환경에서 이동 수단의 가치가 더 이상 목적지로의 쉽고 편안한 이동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모빌리티에 이러한 소통의 가치가 부여된다는 점은 상당히 주목할 대목이다.


사람을 비롯하여 동물이 진화를 하면서 더 이상 그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 퇴화된 채 흔적만 남게 된 것을 흔히 흔적 기관이라고 하는데,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재, 라디에이터 그릴은 흔적 기관으로 남는 대신, 전동화를 통해 다시 한번 진화하면서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통해 그 가치를 재정립하고 있는 것이다.




#3. 전기자동차와 유선형 디자인의 가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산업혁명을 거쳐 대량생산체제로 들어서면서 등장한 산업 디자이너의 직업의 기틀을 닦은 노먼 벨게데스, 헨리 드레이퍼스, 레이몬드 로위와 같은 디자이너들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조형언어 중 하나는 유선형 (Streamline)이다. 이는 당시 증기 기관차를 비롯하여 버스, 함선 및 냉장고, 연필깎이 등에도 폭넓게 적용되었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한 지면에서 이동하는 이동 수단의 특성상 공기 저항을 줄이는 것이 동력 및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 판단되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선형 형태에 집중해왔다.


자동차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선형의 개념 또한 함께 발전하여 왔으나, 2000년대에 이후로 들어서면서 직선과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유행 및 제조사별로 다양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조형언어를 선보이면서 1930년대처럼 전방위적인 적용보다는 복고적인 분위기를 담은 컨셉 모델로서 간간이 소개되어 왔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그 가운데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의 디자인 유형을 'Electrified Streamliner'라고 명명하고, 유선형에 대한 개념을 디자인 전면에 내세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부드러운 곡선의 조형미와 더불어 공간 효율성까지 담보한 아이오닉 6의 디자인은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차량 중 가장 낮은 공기 저항 계수인 cd 0.21을 보여주었다. 이는 전기차량 중 가장 낮은 수치인 cd 0.20에 근접하는 수치이며, 이러한 낮은 공기 저항 계수는 에너지 소비 효율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이와 같은 수치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향상, 배터리 효율성 증대 등 차량의 상품 경쟁력 제고에도 절대적이다. 


물가에서 물살의 흐름에 의해 자연스럽게 다듬어진 매끈한 강돌을 연상시키는 이른바 '스트림라인 실루엣'으로 불리는 아이오닉 6의 볼륨감 넘치는 외관 디자인과 더불어, 아이오닉의 상징적인 *파라메트릭 픽셀도 전후면에 적용되었다. 이는 과거 라디에이터 그릴 등 정형화된 형태를 중심으로 제조사의 조형언어를 정의하던 단계에서 픽셀 조명을 통해 사용자와 차량의 상태 및 자율주행의 유무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로의 전환을 대비하는 한 단계 진일보한 브랜드의 정체성과 전기자동차 디자인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파라메트릭 픽셀 :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디자인으로 구현한 아이오닉 5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

▶ 파라메트릭 픽셀, 영상으로 확인하기



친환경, 저소음, 저렴한 유지비 등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에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기자동차는 향후 자율주행, 다목적 모빌리티 PBV (Purpose Built Vehicle) 등의 미래 모빌리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로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동화를 기반으로 모빌리티가 제공하는 새로운 공간과 경험 그리고 이를 완성하는 디자인을 통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 사용자 중심 모빌리티의 구체적인 모습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완성한 현대 문명의 모터리제이션에 이어, 새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하며 이동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용자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전기자동차는 어떠한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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