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이동수단’은 곧 ‘시대의 전환점’과 같다. 이동수단이 발전하게 되면서 주거와 활동지역이 넓어졌고 이동수단의 발달 정도에 따라 사회의 발전 속도 역시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가 발명되어 해상 운송이 발달했고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육상 운송의 길을 열었다. 비행기는 항공 운송의 길을 열었으며 자동차는 개인 이동 수단이 되면서 생활 권역을 더욱더 확대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과도기를 거쳐 가는 지금, 인류는 1인 모빌리티 시대에 잘 맞는 ‘전동 킥보드’를 만나게 됐다.
사실 전동 킥보드는 이미 1세기 전 등장했던 이동 수단이었다. 뉴욕에 있는 기업 ‘오토 패드 컴퍼니’가 1913년 미국 최초의 양산형 가솔린 모터 킥보드를 선보였으며 최대 시속 약 56km/h를 자랑했다. 하지만 당시 높은 가격과 각종 사회적 논란으로 생산은 중단되었다. 그리고 2001년 다시 세그웨이(Segway) 전동 킥보드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부는 듯했지만, 2020년 7월 생산을 중단했다. 그사이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전통 킥보드가 ‘공유 서비스’라는 날개를 달고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1. 공유 경제의 한 축
공유 경제는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세계 도시화율이 50%를 넘었고 우리나라는 이미 90%를 넘었다. 이제는 인구 유입만으로 도시 성장을 이루는 시대는 저물었으며, 도시 혁신이나 재생을 통해 또 다른 성장 원동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공유 경제는 도시 혁신, 재생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이며 다양한 공유 서비스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는 이동 수단 공유 서비스의 대표 격으로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줄지어 시장 진출을 시도하며 성장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약 20여 개의 업체가 운영 중이었으며, 수도권이나 광역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줄지어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에 진출하며, 1인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봤다. 또한,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면서 앞으로 서비스 확장을 예고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2022년에는 20만 대, 시장 규모는 약 6천 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는 2030년까지 약 2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유 서비스의 날개를 단 전동 킥보드는 그야말로 훨훨 날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달리는 시한폭탄
공유 경제가 주는 이로움은 대부분 잘 알고 있다. 개개인에게 더 많은 정보와 권한을 주고 낮은 비용으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친환경적인 요소라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전동 킥보드 역시 도심에서는 접근성이 쉽고 필요한 만큼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무엇보다 차를 타기도 걷기도 애매한 거리를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복잡한 도심 내 출퇴근이나 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만족스러운 이동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의 안전성을 고려한다면 ‘달리는 시한폭탄’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한국교통안전공단 통계에 따르면 퍼스널 모빌리티로 인한 사고 789건, 부상 835명, 사망 16명이 발생했다. 연평균 95%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교통사고 사망자는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게다가 오는 12월 10일부터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돼 오히려 규제가 완화되면서 면허증 없이도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안전장비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지만, 벌칙조항이 삭제돼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사실상 경찰이 단속할 권한이 없다. 만 13세 이상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의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기존에는 전통 킥보드가 소형 오토바이로 취급되었지만, 12월 10일부터는 자전거 도로로 통행할 수 있게 되면서 자전거와 동일한 이동 수단으로 취급되면서 사고 발생률이 더욱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전동 킥보드 주차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 하나로 도보, 도로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의 불편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3. 모두를 위한 ‘지정 차로제’ 도입
다행인 것은 여기저기서 들리는 문제점이 수렴되어 안전사고를 예방할 방안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전동 킥보드를 비롯해 공유 서비스 이동수단의 길거리 방치를 막고, 안전 주행을 위해 ‘주차 가이드라인’과 ‘지정차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전동 킥보드를 이용한 후 지정된 지역에만 진입하면 어디든 주차할 수 있었지만, 보행 지역에 무분별하게 주차되고 있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서울시는 가로수, 벤치, 가로등, 전봇대, 환풍구 등 주요 구조물 옆을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 수단 주차 구역으로 지정하고 보행을 방해하는 곳은 주차 제한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행법상 왼쪽 차로는 [승용자동차, 승합자동차], 오른쪽 차로는 [대형승합자동차,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 건설기계, 이륜자동차, 원동기 장치 자전거]가 주행할 수 있게 지정했으며, 현재 추진 중인 내용에는 현행과 동일하되 가장 오른쪽 차로에 [자전거 등, 우마, 건설기계, 위험물 운반 자동차]를 적용할 예정이다. 3차로 이상의 도로 가장 오른쪽 차로를 시속 20km 미만 차량과 공유하는 것이다.
현행 시속 25km인 자전거, 개인형 이동수단의 기준 속도를 20km로 제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보도를 이용해야 할 때는 시속 10km로 제한할 예정이다.
#4.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수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울 도심 중에서도 출퇴근 시간 꽉 막히기로 유명한 역삼-양재 구간은 전동 킥보드로 10분, 약 1500원이면 갈 수 있게 됐다. 택시를 이용하면 15분 정도로 전동 킥보드만큼 빨리 갈 수 있지만, 요금은 5천 원을 훌쩍 넘는다.
도심 속에 늘어선 차들로 피로감은 점점 쌓여가고 개인형 이동수단의 편의성은 곧 필요성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1~2인 가구의 증가, 도심으로의 집중이 더욱더 집중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전동 킥보드의 미래는 더욱더 밝아 보인다. 게다가 환경을 고려한 이동수단이라는 점은 더욱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안전 대책’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이용자의 낮은 안전 의식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각종 법규는 더욱더 다듬어져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노력도 동반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폐기된 전동 킥보드를 처리하는 과정까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아직 전동 킥보드 이용과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생각한다면 갈 길이 한참 멀어 보이지만, 도심 교통난 해결과 환경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도시재생사업에 핵심 이동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