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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디 hyundesign Dec 04. 2023

백(白)이란 무엇일까?

하라켄야의 '백'을 읽고

백을 컬러의 범주를 넘어서서 해석한 책.

하라켄야의 여러 작업물을 보면 흰, 백, 질감, 자연과의 연결 등등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 이외의 다양한 감각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브랜딩의 총합체로 항상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작가의 생각이 잘 녹아져 있는 책이다.


특히 백이라는 것에 대해 심도 깊게 들어가는데, 한 주제로 이렇게 딥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면서도 경이로웠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예시로 백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그부분에 있어서는 사실 잘 공감되지는 않았고,

가장 와닿은 부분은 백을 공백, 고요함, 가능성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백을 공백으로 표현하며 어떤 것으로 채워지든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으로 표현하는데, 디자이너로서 하얀 화면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가능성으로서 작업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또한 백이라는 것은 비어있음을 표현한다고 하는데,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에서의 비어있음을 empty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possibility를 뜻한다. 일상에서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답답할때 명상을 많이 시도해보려고 하는데, 명상을 하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다시 나의 생각을 채울 수 있는 공백이 생기며, 그것이 다시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기에 가장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했다.


내 일상에서 명상은 공백을 경험하는 일인 것 같았다. 이로써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공백이라는 것을 경험하며, 공백의 강력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P18 백은 감수성이다

우리는 문화 속에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게 깃들어 있는 백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다. ‘고요함’이나 ‘공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거기에 잠재되어 있는 의미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P28 색을 벗어난 색

백은 색으로 존재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색을 벗어난 만큼 보다 강한 물질성을 환기시키는 질감이며, 틈이나 여백과 같은 시간성과 공간성을 잉태한다.


P 32 정보와 생명 본연의 모습

백은 생명의 주변에 존재한다. 뼈는 죽음과 잇닿은 백이지만 삶과 잇닿은 ‘젖’이나 ‘알’도 하얗다. 수유는 동물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행위이자 부모의 생명을 자녀에게 건내주는 행위이다.


P66 공백의 의미

백은 때로 ‘공백’을 의미한다. 색채의 부재로서 백의 개념은 그대로 부재성, 그 자체의 상징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이 공백은 ‘무’나 ‘에너지의 부재’가 아니다. 오히려 미래에 충실할 내용물이 가득 차야 할 ‘징조의 가능성’으로서 제시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백의 운용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강한 힘을 낳는다. 텅 빈 그릇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지만 이것을 가치가 없다고 보지 않고 무언가가 들어갈 ‘징조’로 보는 창조성이 엠프티너스에 힘을 부여한다. 백은 이 같이 ‘공백’ 또는 ‘엠프티너스’의 커뮤니케이션에서의 힘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P99 발상은 공백에 깃든다

공백을 자원으로 생각함으로써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나 창조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 관하여 설명했다. 그곳에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공백을 보완하려고 두뇌가 운동을 한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나 사고가 발생한다. 나아가 발상을 하는 뇌의 움직임 자체도 ‘사고’라는 능동성에 의해 제로에서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함에 따라 성립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라는 과정 이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질문’을 둔다. 질문이란, 어떤 계기로 뇌 안에서 형성되는 공백이다.


P101 독창적인 질문에 해답은 필요 없다

“침묵이야말로 달변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이처럼 언뜻 모순으로 가득 찬 말도 단순한 반대어가 아니라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 말처럼 들릴 것이다. 단순히 말만 많은 것은 오히려 언어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의미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침묵이야말로 의미의 가치를 담보하며 예지를 불러일으키는 사고나 커뮤니케이션의 요체인 것이다.


한편, ’Simple is Best’라거나 ‘Less is More’등으로 불리는 뿌리는 공백이나 엠프티너스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엠프티너스는 단순히 조형적인 간소함이나 합리적으로 세련되어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허용하는 공간이 존재하며, 그것을 활용하는 것으로 인식의 형성이나 의사소통이 몇 배나 풍부해진다. 그 가능성이 엠프티너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기하학적으로 단조로운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의식적으로 무언을 가장해 보아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백이나 엠프티너스의 운용에는 역시 수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심플과 단순이 아니라 기능하는 공백을 사용해야 한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불러들이는 잠재력 자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완벽하다. 독창성이란 엠프티너스의 각성 능력, 즉 질문의 질이다. 독창적인 질문이야말로 ‘표현’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하며 거기에는 한정된 해답 따위는 없다. 그것은 이미 수 많은 해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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