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답장도 안 하고 계속 읽었던 책
하루 만에 다 읽은 책이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지루함을 없애고자 읽게 된 책이었다. 흡입력이 대단해서 친구들한테 카톡이 오는지도 모르고 봤었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 주선하는 계약 결혼에 대한 내용이다. 고객이 원하는 기간동안 아내, 남편 행세를 해주는 것이다. 이 일을 하는 ‘노인지’가 주인공이다. 가족으로 인해 상처가 크고, 왜 아직도 취업도 못했냐라고 몰아붙이는 세상으로부터 도망 가고자 이 일을 하겠다고 수락한다. 몇 년 동안 집에 오지 않아도 되고, 가족한테는 해외 출장이라고 거짓말하기 딱 알맞다.
직업의 필수 요소 중 존엄성이 얼마나 필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계약 결혼 업무는 2년 동안 배우자 노릇을 해주고 그 이후에는 깔끔히 이혼한다는 내용이다. 한 문장으로 봤을 때는 아무렇지 않지만, 매우 심하게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다. 이 일을 계속하면서 존엄성, 도덕성을 점점 상실하는 노인지가 나온다. 난데없는 성관계 장면들때문에 불쾌하기도 했지만, 노인지가 자신을 놔버리는 장면인 것 같아서 이해가 되기도 했다. ‘노인지가 얼마나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일까’ 내내 초조하면서 불안하게 보게 되서 책을 놓지 않고 계속 읽게 된다.
그리고 노인지가 스토커 김태성이 사라졌을 때, 그의 안위를 걱정하고 결국엔 그가 어디에 납치되었는지 찾아내서 풀어준다. 내가 노인지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노인지 자신은 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집을 갖고 있지만, 이것은 단지 2년 짜리 결혼 계약이어서 그런 것이고, 진짜 노인지로 돌아가면 김태성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나온다.
‘나였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시멘트 바닥에 누웠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남편을 본다.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동행했을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더 나가면 나도 같은 처지가 될 거라고 경고한 것일까. 봐, 이렇게 되는거야.’
회사에서 ‘김태성을 잘 처리했다.’라고 말한 것이 사실은 사람을 반불구 상태로 만들고 폐쇄된 정신병동에 감금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그동안 회사에서는 모든 사람을 이렇게 처리했을까. 계약 결혼으로 임신을 한 직원이 출산하고 싶어하면 일을 그만 두게 하는 대신, 평생 영위할 수 있는 돈을 주고 지낼 수 있게 해준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닐 수 있구나.’
'세상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과 직업에서 존엄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어서 나쁘지 않은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밑줄 쳤던 문장>
‘너무 무거워 보통 힘으로는 끌어올릴 수가 없다. 겨우 꺼낸다 해도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짐이 아니다.’
‘(자살은) 법적 승인보다 주변인의 승인이 더 까다롭다. 승인받지 못해 그냥 살다가 목이라도 매면, 이번엔 사후 심판자 등장한다. 그 정도였으면 진작 나왔어야지 미련하게.’
그런데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고,
‘괜히 읽었다. 대체 작가가 무엇을 전달하기 위해 쓴 책인지 모르겠다.’라는 평이 많은 책이어서 조금 놀랐다.
읽고 싶은 사람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추천할 만한 좋은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흡입력 하나는 끝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