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살이를 정리하다

by 글쓰는 워킹맘
엄마, 그동안 밥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원할 것 만 같았던 강원도 인제살이를 마무리했다.


세탁실의 세탁기가 얼어붙어 빨래를 못해도

외풍이 심해 코가 시리게 잠을 잘 때도

인제에서 살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싶었다.


남편 그늘이 필요할 때도

중학생 큰 아이가 빨리 돌아오라 조를 때에도

내 마음만은 굳건히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강원도 인제살이는

내게 많은 것들을 요구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니 두려움도 컸지만,

감내하고 포기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이 생활을 더 지속할지 중단해야 할지

한 달 넘게 고민하다 어렵게 아이에게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아이가 대뜸 고맙단다.


그동안 밥 해줘 감사하다고 말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세상에서 내게 가장 어려웠던 일이

아이를 돌보고, 요리를 하고, 밥상을 차리는 일인데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껏 성실히 해냈다는 걸


올해 열 살이 되는 아이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서였다.


KakaoTalk_20240123_124733757.jpg 1톤 트럭에 6개월 인제살이하며 쌓인 짐을 실어 보내면서


영하 15도, 체감온도 영하 20도가 넘었던 역대급 한파의 날 아침,

1톤 트럭에 인제살이의 흔적이 가득한 짐을 실어 보냈다.


아이와 단둘이 사는데 무슨 짐을 그리 많이 쌓아뒀을까.


승용차 한 대만으로는 도저히 이사가 어려울 것 같아

용달 서비스를 이용했다.


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도 뜨거웠다. 하지만,

함께 했던 이웃들의 정(情)은 뜨겁고 깊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떠나는 사람의 마음도,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도

인제의 혹독한 겨울이 어찌할 수조차 없었다.


다시, 도시 생활이다.

당분간 시골살이를 시도할 계기가 없겠지만

한여름밤의 꿈이라도 한바탕 꾼 것만 같다.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인제살이.

길지 않았지만, 밀도 높았던 그 시간 속에

아이와 나의 추억이 녹아있다.


인제,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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