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기세 14만 5천 원?!!!
다섯 달째, 강원도 인제에서 아홉 살 아이와 생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펜션 한 채를 임대해 살고 있다 보니 집세 외에 전기세를 내야 한다. 보통 한 달 전 전기세를 이달 초에 내는 형태라 11월 15일부터 12월 14일까지 전기세가 새해 첫 주에 나왔다. 그런데 고지서를 보자마자 내 눈을 의심했다. 이웃집 전기세는 4만 원에서 5만 원 초반대로 비슷하게 나왔는데, 우리 집만 14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전기를 많이 썼으니 전기세가 많이 나온 것일 텐데 이해가 되질 않아 알아봤다. 이곳은 태양광 발전으로 미리 적립된 전기를 한 겨울에 소진하는 형태라고 하는데, 아파트에서만 살았기에 설명을 들어도 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한 행동의 결과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친환경과 거리가 먼 인간이었던 것이다.
사실 숙소 컨디션을 최적화하기 위해 꽤 많은 짐을 본가에서 가져왔다. 특히, 좁은 원룸에서 아이와 공간 분리감 없이 지내야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기에 조명기구를 가져와 사용 중이었다. 차디찬 형광등 불빛 아래에 있다 보면 뼛속까지 우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름 전기효율이 좋은 조명을 썼는데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아니면 11월부터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로 잠자기 전 전기장판을 틀기도 했는데, 그 때문이었을까. 전기세 1등의 원인은 추위와 고군분투하느라 지친 나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인제의 겨울은 정말이지 너무나 춥다. 추위가 두렵고, 쌓이는 눈이 무서워질 지경이니까.
많이 놀라고 당황하고 언짢았지만 순순히 전기세를 냈다. 그리고 후회했다. 이렇게 전기세 폭탄을 맞을 줄 알았다면 더 알뜰살뜰히 전기를 아껴 썼어야 했다. 내 몸 추운 건 다른 걸로 해결했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전기에만 의존한 나의 나약함이 부끄러웠다.
계속 이렇게 버틸 수 있겠어? 괜찮겠어?
어쩐지 가슴속에 무언가가 툭,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했는데, 나는 젊은가? 아이의 시골유학생활을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이곳에 왔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좋을 때가 더 많았으니 지금껏 잘 지내왔다고 믿었다. 그런데 고작 전기세 폭탄이라는 작은(!) 사건 앞에서 내 안의 목소리가 툭,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인제의 여름과 가을은 환상적이었다. 다만, 겨울은 혹독하다. 특히 나처럼 도시생활 밖에 하지 않은 도시인에게는 더 가혹하다. 이 겨울만 잘 버티면 될 텐데 내 마음은 약해져 갔다.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일 아닌 것이 유독 나에게만 큰일이 된 것은 내 탓일까.
다음 달 전기세 고지서에는 더 많은 금액이 쓰여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