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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Nov 06. 2024

속초 여행의 시작과 끝은 바다와 서점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본능과 직관, 호기심과 유혹에 이끌려 책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분야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산책형’ 책 고르기를 권합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천천히 거닐다 보면 보도블록의 미세한 틈새로 뭔가를 열심히 나르는 귀여운 개미들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사람들의 손길이 자주 닿는 서가와 저 멀리 구석의 책장을 산책하듯 살펴보다 보면 잘 모르던 분야에서 매혹적인 책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스스로도 의식조차 못했던 내면의 지적 호기심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김영건,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중에서


최근, 두 아이들과 속초에 다녀왔다. 속초에 가면 꼭 들러하는 일이 두 가지 있는데 바다와 서점에 가는 것이다. 속초에는 동아서점과 문우당 서림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두 곳 모두를 들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동아서점에만 들렀다. 서점에서 책과 책 사이를 산책하는 일은 세상 호화롭고 신나는 일이다. 동아서점의 대표님이 쓴 책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도 챙겨 읽는 속초여행이란, 언제나 최고다.



속초 하면, 바다가 아닌가. 속초 여행의 시작을 서점에서 했다면 끝은 바다에서 맺는다. 바다로 시작해서 서점으로 끝맺는 경우도 있다. 일 년에 여러 번 찾아도 좋은 속초. 그런 속초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지난해 인제에서 살 때는 이웃 엄마들과 툭하면 속초 나들이를 했고, 그때마다 서점에 왔다. 나란 사람은 서점에 오면 생기가 돈다. 그리고 바다로 나가 파도 앞을 서성대다 복잡했던 생각마저 내려놓는다. 이 파도 앞에 내 고민과 걱정은 사소한 것들로 전락해 버리니 말이다.


저는 오늘도 서가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며 책을 꽂습니다. 책의 파도에 휩싸여 어쩔 줄 모른 채로, 언젠가 저처럼 놀랄 당신을 상상하면서요. - 김영건,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중에서


서점과 바다. 책과 파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의 조합이 잘 어울리는 곳이 속초가 아닐까. 속초에 가면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사서 속초 바닷가에 앉아 책을 펼치면 최고의 여행이 된다. 고성 앞바다도 좋다. 그리 멀지 않으니까. 속초 외옹치 해변도 좋고, 고성 봉포해변도 좋다. 돗자리를 준비하면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다. 바닷가 모래 위에 잠시 앉아 책을 읽는 경험은 특별하다. 겨울이 되기 전에 해보면 좋을 경험이다.


고리타분하게도 저는 제가 읽은 책들이 진정으로 삶에 유용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책을 두고 ‘유용’ 운운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 않아요. 하나 저는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책을 읽었습니다. 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때에도, 서점에 드나드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언제나 책을 필요로 했지요. - 김영건,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중에서


혹시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속초에 간다면 동아서점에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속초, 하면 바다에 서점까지 함께 떠오를 것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정갈하고 따뜻하게 꽂혀있는 책과 서점 특유의 색깔로 이뤄진 큐레이션 된 책을 보고 있노라면 먹지 않아도 배부를 지경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또 그립다. 눈 내린 속초로 가 서점에서 종일 놀고 싶다.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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