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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3시간전

스마트폰은 내가 아니다

출처 : https://www.pexels.com/


스마트폰이 내 몸의 일부가 돼버린 것 같다. 일하다가 화장실을 갈 때, 잠시 옆 부서에 갈 때에도 스마트폰을 몸에 지닌다. 마치 한시라도 떨어지기 힘든 연인처럼 나는 곧 스마트폰이고, 스마트폰이 곧 내가 되었다.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도 평소에 자꾸 잊는다. 스마트폰의 전원이 OFF가 되는 순간, 내 삶도 함께 꺼질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한 후배의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와 함께 이동하는 순간에도 SNS 피드를 열어보는 후배의 모습에서 나를 봤기 때문이다. 평소에 나도 종종 저럴 때가 많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타고 움직일 때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도 부족할 시간에 다른 사람의 SNS 피드를 보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니! 너무 부끄럽고 한심했다. 


스마트폰은 내가 아니다. 나는 스마트폰이 아니다. 나는 스마트폰의 주인이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도구인지 경계가 없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그 후배에게 뭘 보고 있냐고 묻지 않았다. 물을 수 없었다. 습관적으로 SNS 창을 여는 사람은 후배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거울삼아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을지 계산하는 것도 싫다. 


나는 크레타 해변이 마음에 들었다. 행복하고 자유로웠다. 더 이상은 바랄 것이 없었다. 다만 내 속에 사그라들지 않는 한 가지 욕망이 있었을 뿐이다. 나는 죽기 전에 되도록 많은 땅과 바다를 보고 만지고 싶었다. - 니코스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나 역시 죽기 전에 되도록 많은 것, 특히 실제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싶다. 더 많은 자연과 좋은 사람들, 사랑이 넘치는 순간을.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대신 말이다. 기억하자. 스마트폰은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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