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의 유일한 자유시간, 새벽
알람도 없이 일어난다. 이젠 일찍 일어나는 일이 억지스럽지 않다. (가끔 더 일찍 일어나기도 한다. 새벽 3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란!)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 그저 몸이 깨어난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난다는 것이 축복받은 일인 줄도 몰랐던 1년 전, 나는 처음으로 절박했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새벽에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뭐라도 해야 살 것 같았으니까.
새벽에 일어나 할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가볍게 스트레칭도 하고,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을 수도 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가끔 신문도 본다. 집안 정리와 청소도 가능하고 공부를 하기도 한다. 새벽의 1시간은 오후의 3시간보다 더 값지다. 집중도가 높아지는 시간이기에 그렇다. 나의 저녁, 밤은 없다고 봐도 된다. 특별한 일정이 있지 않다면, 무조건 집으로 '퇴근'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과 함께 잠들기에 그렇다.
원래부터 아침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침 출근시간이 조금만 늦었으면 좋겠다 바란 적도 있다. 결혼 전엔 아침밥을 포기하고, 5분이라도 더 자는 데 사활을 걸었다. 그랬던 내게 새벽 4시에 눈뜨는 일이 당연해진 것은 두 아이들 덕분이다.
임신과 출산의 순간에도 '새벽 4시'
임신 중에는 깊이 잠들기 어렵다. 두 아이를 임신했을 때 모두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생전 없던 불면증은 그때 생겼다. 경험해 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내 몸 안에 또 다른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몸에 부담을 주는 일이었다. 새벽 4시는 임신부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내겐 우연이 아닌, 운명 같은 시간이었으려나.
돌이켜보니, 그때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일기를 썼다. 방송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도 새벽에 일어나면 텔레비전 대신 식탁에 앉아 글을 썼다. 누군가에게 보일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못했다. 뱃속 아기에게 말을 걸 듯, 나의 모든 것을 글로 나눴다. 쑥스러워 아기에게 말을 걸진 않아도, 글로는 '사랑한다' 말했다. 그래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특기가 없는 내게 글쓰기는 유일한 취미였고, 쉬어갈 수 있는 도구로 존재했다.
글쓰기로 태교한 두 아이들 모두 새벽에 진통을 시작해 아침에 태어났다. 임신과 출산하는 과정 내내 새벽 4시에 깨어 있었다. 엄마가 밤보다는 새벽에 강하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일찌감치 알았다.
워킹맘의 새벽 4시
그렇게 5년 차로 출산을 하고, 생후 100일이 되기도 전에 다시 회사에 나갔다. 회사에 다니면서 나의 새벽 4시는 아이 돌보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뱃속에서부터 새벽 4시를 느꼈을 아이들은 그 시간만 되면 일어나 배고프다고 울고, 기저귀를 갈아달라 보채기도 했다. 그냥 물을 달라며 일어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시계를 보면 새벽 4시였다. 엄마도, 아이도 새벽 4시는 그렇게 특별했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던 그때, 나는 책 대신 기저귀를 꺼내 들었고, 펜 대신 젖병을 잡았다. 그리고 이제 아이들은 기저귀와 젖병이 필요 없을 만큼 자랐다. 올해 10살, 5살인 아이들은 더 이상 새벽 4시에 깨지 않는다. 아침에 깨우기가 힘들 정도로 푹 잔다. 덕분에 나는 새벽에 자유인이 된다.
누군가에게 새벽 4시는 잠들어 있거나, 일을 하거나, 신생아에게 수유하는 시간이다. 어쩌면 지독한 불면증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깨어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글쓰는 워킹맘에게 새벽 4시는 어떤 시간인가.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
누군가 돈 주고 팔라 해도
절대 팔지 않을 '나만의 자유 시간'
평일이나 주말이 다르지 않았던 나의 새벽 4시를 돌아본다. 특별한 일을 하진 않았지만, 약 1년 간 쌓인 나의 새벽 시간이 조금은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만들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시작하는 7시까지의 3시간. 새벽마다 습관처럼 하는 일과 생각과 마음을 기록해두기로 한다. 마흔 살의 평범한 워킹맘에게 새벽 4시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살았을 테다.
아직은 어린 아기를 돌보느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어려운 엄마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아이들이 컸어도 너무나 바쁜 일상에 지친 엄마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다. 새벽 4시. 그 시작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불면증, 수면장애였지만, 그 끝은 꿈을 실현시킨 '인큐베이터' 같은 순간이었다고 말해주겠다.
누구에게나 그 순간은 이미 있다.
이젠 그 순간을 꺼내어 누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