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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21. 2024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면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여름이 오면 덥다고 아무 일도 안 하려는 사람과 땀을 흘리며 더위를 기꺼이 즐기려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저는 전자에 해당합니다. 더운 날씨도 싫고 움직일 때 흘리는 땀도 귀찮습니다. 다른 계절에 비해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시기입니다. 땀이 많은 체질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내의가 금방 젖습니다. 그러니 땀에 젖은 옷으로 하루를 보내지 않으려면 움직이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제 경우 여름을 쾌적하게 나려면 아무것도 안 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집에서 키우는 화분처럼 아무것도 안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만약에 인생을 화분처럼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주인이 물 주길 기다리고 햇볕이 드는 곳에 놓이기 바라고 때마다 잡초를 제거해 주고 뿌리가 자라면 분갈이해주는 그런 인생인 거죠. 물론 화분의 본질은 정성껏 키우는 데 의미가 있다지만, 누군가의 인생이 마치 화분처럼 키워진다면 어떨까요? 그런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세상일도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경험해 본 일입니다. 호기심이 생겨 시도하고 해보니 재미있고 성격에 잘 맞고 그러다 보니 더 잘 하게 되는 일입니다. 반대로 할 수 없는 일은 어떨까요? 먼저, 할 수 없다는 결정은 누가 내린 걸까요? 생각해 보면 할 수 없는 일은 시도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호기심이 안 생겨 시도하지 않았거나 애초에 나와 맞지 않다고 단정 짓고 도전하지 않았던 거죠. 만약에 호기심이 없어도 그냥 한 번 시도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보다 분명해졌을 겁니다. 그 일이 나와 맞지 않는 걸 알게 되거나 아니면 다시 한번 시도해 볼 여지가 있다고요. 




아홉 번 이직하는 동안 다양한 직업으로 눈을 돌렸었습니다. 안정된 직장에 다닐 수 있는 직업을 원했습니다. 하릴없이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눈에 띄는 광고들이 있었습니다. 직업을 찾을 때다 보니 직업과 관련된 광고만 눈에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한날은 교통사고 조사원 광고를 봤습니다. 며칠 동안 검색했습니다. 전망, 연봉, 자격조건, 시험 정보, 하는 일 등 조사했습니다. 시험과목을 보고 단번에 포기했습니다. 중학생부터 수포자였던 제가 도전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았습니다. 욕심부렸다가 산 중턱에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안 가니만 못한 꼴이 될 것 같았습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게 공인노무사였습니다. 이름도 근사했습니다. 그때는 공인노무사 자격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습니다. 시험과목 중 수학이 없어서 도전해 볼 의욕도 생겼습니다. 대신 민법, 노동법 같은 생소한 과목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해볼 만하다 여겼습니다. 발만 담가볼 요량으로 기출문제집부터 샀습니다. 몇 주 못가 책꽂이를 차지하는 운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책 내용은 한글로 쓰였지만 다른 나라말 같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겉도는 느낌만 들었습니다. 조용히 보내줬습니다.






그다음으로 선택했던 게 공인중개사입니다. 1년 넘게 월급이 나오지 않는 회사에 출근하며 근무시간 동안 공부했습니다. 동차 합격을 목표로 준비했지만 1차만 합격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얼마 뒤 다른 직장에 취업하게 됩니다. 같이 공부했던 동료는 동차 합격 후 공인중개사 사무실로 취업을 했고요. 저는 원래 전공대로 건설회사에 취직했고 직장에 다니면서 2차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1년 뒤 다시 시험을 봤지만 결국 떨어졌습니다. 다시 도전하려면 1차부터 다시 해야 했고 엄두가 안 나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직업을 갖기 위해 이제까지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어떤 직업은 시작조차 안 했었고 어떤 직업은 시험의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도전했던 직업 모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할 수 있다 없다라고 판단하려면 적어도 그 일을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자격증을 따는 건 직업인으로 첫 발 뗄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입니다. 화분에 비유하면 씨앗을 심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씨앗조차 아니었던 겁니다. 그러니 시도했다고조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도의 흔적만 남긴 세 번의 도전은 남긴 게 없었습니다. 남은 건 할 수 있는 일, 이제까지 해왔던 일뿐입니다. 살던 대로 살아야 했습니다. 이 일 또한 평생 직업일 수 없었습니다. 지시에 따르게 익숙했습니다. 판단은 내 몫이 아닙니다. 화분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또 평생직장도 아닙니다. 언제든 그만두라면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주인 기분에 따라 가지를 자르면 수명이 끝나는 화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독서는 가장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때 스마트폰 대신 책을 든다는 건 훨씬 더 의지를 필요로 합니다. 화분처럼 직장만 다녔던 저도 얼마 전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7년이 지났습니다. 스스로 시작했고 시간을 쪼개 틈틈이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은 게 1,480권입니다. 여전히 읽는 중이고요. 이만큼 읽은 덕분에 화분 같은 삶에서도 벗어나는 중입니다. 




여름으로 들어서는 요즘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을 합니다. 땀에 흠뻑 젖고 나면 활력이 돕니다. 여전히 여름은 싫지만 땀나는 건 굳이 피하지 않습니다. 능동적인 태도를 갖게 되면서 땀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마찬가지로  책을 한 권씩 읽어낼 때마다 자신감도 덩치가 커졌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갈 욕심도 생깁니다. 배우는 데 머무르지 않고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더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 책에서 배웠기 때문이죠.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시작한 지 1년째입니다. 1년 전 시도했기 때문에 가르치는 일은 '할 수 없는 일'이 아닌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책 읽고 글 쓰다 보니 자연히 작가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적성에도 잘 맞아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역량을 키우는 중입니다. 직장이 나를 버리거나 내가 직장을 버려도 될 때가 오기를 바라면서요. 이 말은 주인의 처분만 바라는 화분 같은 삶이 더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스스로 선택해 시작한 작가의 삶이 오롯한 나로 설 수 있게 했습니다. 




여름에 땀이 나는 건 당연합니다. 덥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퇴직합니다. 퇴직이 두렵다고 평생직장만 다닐 수도 없습니다. 직장을 벗어나려면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해야 합니다. 그 일은 앞서 말한 '할 수 없는 일'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할 수 없다고 안 하실 건가요? 무슨 일이든 도전해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고요. 그러니 이왕이면 직장에 다니는 동안 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저도 그래서 7년째 병행해 오는 중입니다. 직장에 다니는 여러분은 자기만의 대안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다행입니다. 만약 없다면 저와 함께 준비해 보면 어떨까요? 저를 포함 세 분 작가의 경험과 책에서 힌트를 얻는 겁니다. 그리고 천천히 준비해 보는 거죠. 한 번에 될 일 아닙니다. 시간을 두고 함께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시작한 세 작가가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함께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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