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른 살 때 어머니는 평생 처음 당신의 집을 가졌다. 반지하 방 두 칸 짜리였다. 그때 나는 독립해 혼자 살았다. 작은 형도 그보다 일찍 독립했고 그 집에는 어머니와 큰형만 살았다. 반지하여서 볕이 안 들고 습기로 축축했다. 어머니도 형도 자기 밥벌이로 낮동안은 집을 비웠다. 일에 찌든 몸으로 집에 돌아와도 집은 안락함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형광등을 켜야 밥을 먹을 수 있었고, 신발 신고 나가야 화장실을 쓸 수 있었다. 내가 일찍 독립한 것도 이런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내의 오빠 덕분에 결혼하면서 내 집을 장만했다. 평생 이사를 안 가도 되는 건 집값의 절반인 빚을 감당할 충분한 이유가 됐다. 그렇게 신혼을 시작했고 그 집에서 두 딸을 낳았다. 네 식구가 되어 10년을 사니 19평은 점점 작아졌다. 초등학생인 두 딸을 위해 같은 동네에서 더 큰 집을 찾았다. 집을 살 형편은 안돼서 살던 집을 전세 주고 우리도 전세를 얻었다. 내 집값이 오르기 바라며 전세살이를 시작했고 얼마 뒤 개인회생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내 집을 팔았다.
일산에 산지 15년째다. 일산은 요즘 장항지구 개발로 오랜만에 활기가 도는 중이다. 이미 새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도, 자기 집이 완공되길 기다리는 이도 있다. 또 새 아파트를 짓겠다고 광고하는 곳도 여럿이다. 비슷한 때 아내도 나도 같은 분양 광고를 봤다. 아내는 이미 모델하우스에도 다녀왔다. 호수공원 옆이라 위치도 괜찮다. 대출로 충당해야 하겠지만 분양가도 적당했다. 2014년 내 이름으로 가입했던 청약 통장을 쓸 기회라고 아내가 말했다.
마흔여덟, 일반 분양 1순위에 도전한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터라 경쟁률은 마음에 두지 않는다. 오로지 나에게 찾아올 운만 바란다. 이제까지 대운이 들어온 적 없었다. 이번 청약에 평생의 한 번 대운이 들어오기만 기도한다. 설령 이번에 안 돼도 상관없다. 아마도 다른 방법으로 대운이 오려나보다 생각하면 된다. 살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대운이 한 번은 들어오지 않겠는가?
전세살이 6년째, 주인 잘 만난 덕에 처음 집값 그대로 사는 중이다. 그 덕분에 가정 살림도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대출이자는 여전히 부담이기는 하다. 나도 아내도 지금 사는 집과 동네에 만족한다. 물론 두 딸도 같은 학교를 다니며 친구도 많이 만들었다. 잘 정돈된 동네는 두 딸이 어디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 다행이다. 한 마디로 삶의 만족도가 높은 동네이다. 그러니 이곳을 떠날 이유가 없다. 부디 이런 마음이 전해져 우주의 기운을 끌어당겨 청약 당첨으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