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Aug 18. 2024

글 한 편 뚝딱, ㅇㅇ활용법

한 줄 메모(팩트 + 감정)

지하철을 탔다. 생각만큼 시원하지 않아 살짝 짜증이 났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승강장에 서기까지 5분도 안 걸린 것 같습니다. 잠깐 걸었다고 땀방울이 이마에 맺힙니다. 열차 안 에어컨 바람이 땀을 식혀줄 겁니다. 땀이 흘러내릴 즈음 열차가 들어옵니다. 열이 열리자 냉큼 끝자리에 앉았습니다. 그제야 살 것 같습니다.




땀이 마르기 바라며 책을 꺼냈습니다. 환풍기 바람에 기침이 납니다. 환풍기를 껐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뒤 환풍기가 꺼졌습니다. 지하에서 달리던 열차가 지상으로 나왔습니다. 열린 출입문 사이로 바깥공기가 들어옵니다. 여전히 후덥지근합니다. 햇볕도 뜨거워 실내가 금방 더워지는 것 같습니다. 하필 환풍기가 꺼져 더 덥게 느껴집니다. 몇 정거장 이동하는 중에도 실내는 여전히 덥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분은 환풍기를 틀 생각이 없나 봅니다. 불편 신고를 해야 하나?


서울로 나올수록 열차 안에 사람이 많아집니다. 당연히 실내 온도도 올라갑니다. 환풍기에서 바람이 나오지 않으니 더 덥습니다. 언제까지 참아야 할지 두고 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덥지 않은가 봅니다. 스마트폰에 고정한 표정은 편안해 보입니다. 내가 유별난 걸까? 괜히 설레발치면 나만 이상한 놈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더워도 잠자코 두고 봤습니다.  


열차는 본격 지하 구간을 달리는 중입니다. 꾹 참고 책에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간간이 눈이 감깁니다. 졸지 않은 척 눈을 부릅뜹니다. 얼마 못 가 또 눈꺼풀이 닫힙니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사이 열차 안이 시원해졌습니다. 환풍기가 작동하지 않아도 공기가 서늘합니다. 피부가 뽀송합니다. 기분도 덩달아 상쾌합니다.


20일 이상 열대야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니 신경이 더 곤두서는 느낌입니다. 낮에도 이어지는 더위에 짜증 지수는 끝도 없이 오릅니다. 당연히 시원할 줄 알았던 열차 안이 덥게 느껴지니 덩달아 짜증이 났습니다.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온도 조절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참고 견뎌야 합니다. 대중교통은 여럿이 함께 이용합니다. 나도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도 덥고 춥고 느끼는 감정은 제각각일 것입니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감정에 조금 더 관심 가지면 불편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쓸데없이 짜증 내기보다 잠깐 여유를 가지면 짜증도 덜 내게 될 것입니다. 더위로 인해 서로가 힘든 요즘 나부터 조심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배려하는 만큼 더 큰 배려로 돌아올 거로 믿습니다.   



이 글은 메모 한 줄에서 시작됐습니다. 첫 줄에 적은 '지하철을 탔다. 생각만큼 시원하지 않아 살짝 짜증이 났다'라고 사실 + 감정을 적은 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지하철을 탄 사실, 지하철 안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하나씩 풀어냈습니다. 30분 남짓 걸렸습니다. 있었던 일을 적으니 고민할 거리도 없습니다. 글감도 저절로 찾아집니다. 오늘 있었던 일 또는 어제 했던 일 중 하나를 정하면 됩니다. 메모도 사실 + 감정으로 적는 걸로 충분합니다. 그 문장에 살을 붙이고 마무리로 메시지만 장착하면 글 한 편 완성입니다.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목적보다 그저 글 한 편 완성하겠다고 목표해 보세요. 일상에는 수많은 글감으로 넘칩니다. 틈틈이 메모해 놓은 것 중 하나를 골라 쓰는 겁니다. 글쓰기,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쉽고, 반대로 어렵다고 느끼면 한없이 어렵습니다. 대단한 걸작을 쓰는 게 아닙니다. 그저 일상 이야기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그러니 메모만 열심히 해도 글로 쓸 수 있는 글감은 차고 넘칠 겁니다.


다음 주 특강에서는 이 밖에도 다양한 내용이 준비됩니다. 막연하고 어려운 글쓰기, 쉽고 구체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아래 신청서 작성해 주시는 분에 한 해 당일 문자로 링크 전송합니다.  



https://naver.me/GwpR2XAW


매거진의 이전글 어제보다 오늘 더 잘 사는 '비교' 활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