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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04. 2024

숨이 멎어가는 브런치에 심폐소생을

어느 때부터 돌려 막기로 브런치를 연명하는 중이다.

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서 새 글 쓸 여유가 없었다.

새 글이라면 브런치를 열고 직접 타이핑하며 쓰는 글을 말한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스레드, 브런치까지 운영해 왔다.

4개는 성격이 제각각이다.

그 안에 채우는 글의 성격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해졌다.

가장 많은 시간은 먹고사는 걸 해결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갉아넣는 중이다.

그러고 나면 글을 쓸 마음의 여유도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그 핑계로 글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정이 이러니 돌려 막기는 불가분의 선택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발행하면 복사해서 브런치에 붙여 넣는 식이다.

기껏 제목만 바꿔 발행한다.

귀찮을 땐 제목도 바꾸지 않았다.

브런치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스스로 잘 안다.

이러려고 브런치에서 나에게 '작가'라는 호칭을 붙여주지 않았을 테니까.


직장인이라면 먹고사는 문제가 1순위이다.

수많은 직장인이 호기롭게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다.

불타는 열정으로 시작하지만 월급쟁이 굴레는 이를 가만 두지 않는다.

끓어오르던 열정을 식히는 월급은 얼음물보다 차갑다.

이내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직장 생활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글은 무슨.


나도 직장에 다니면서 몇 가지 일을 플러스했다.

글 쓰고 책 읽고 모임 운영에 강의까지 시작했다.

강의를 시작하고 우선순위에도 변화가 왔다.

강의 준비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강의안을 만드는 것도 연습도 시간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건 점점 밀려난다.

안 쓸 수 없니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사용해 왔다.

한 마디로 돌려 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 계정이 해킹당했다.

다시 살리자니 기분이 몹시 찝찝했다.

어떤 놈에게 내 알몸을 보여준 기분이랄까?

차라리 삭제하기로 마음먹고 계정 삭제 버튼을 눌렀다.

한 달 뒤 완전히 삭제된 다고 알려왔다.


이게 전화위복이 됐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를 내려놓았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집중했다.

요즘 하루에 많게는 3개 포스팅 남긴다.

분량을 줄인 것도 있지만 마음의 여유도 한몫했다.

브런치에도 이렇게 글을 남길 만큼 약간의 여유가 찾아왔다.


아마도 마음의 문제였던 것 같다.

4개를 운영하니까 '나는 바빠'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지 않았을까?

정작 대부분의 시간을 남이 올린 게시물 구경하는 게 전부였다.

한 마디로 시간 낭비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선택과 집중하는 중이다.

브런치에도 지금 이렇게 글을 남길 만큼 여유를 부린다.

글을 안 쓰고 살 수 없다면 방법을 찾고 시간을 쪼개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마음먹기에 따라 시간 여유도 애정도 더 생기는 법이다.

이제 돌려 막기는 지양한다.

손으로 쓰기를 지향할 것이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던 브런치에 새 숨을 불어넣는다.

머지않아 피가 쌩쌩 도는 브런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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