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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책) 쓰는 직장인은 왜 환영받지 못할까?

by 김형준


나는 언제까지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할까? 직장 동료에게 내 책을 소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인가? 그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간의 나의 노력을 인정해 줄까? 아니면 트집 잡을 무언가를 찾을까? 대표를 비롯해 상사는 나를 어떻게 볼까? 내가 가장 걱정하는 건 업무 역량과 연결 짓는 것이다. 몰랐으면 모를까 이유를 안다면 그냥 넘어갈 상사는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직장에 8년째 근무 중이다. 8년 전 입사할 때부터 읽고 쓰는 생활을 병행해 왔다. 그 사이 철저하게 숨겨왔다. 나와 같은 처지를 경험했던 이들의 충고는 한결같았다.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거다. 회사 입장에서 업무 역량과 상관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달갑게 보지 않는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좋지 않은 인상만 남긴다고 했다.


똥이 될지 된장이 될지는 알려져 봐야 알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 입을 가로막은 건 똥이 될 상황이었다. 어쩌면 이해받지 못한다면 직장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매력적인 경력을 갖지 못한 터라 이직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도박을 하기보다 철저히 숨기는 걸 선택해 왔다. 8년 동안 말이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재작년 의도하지 않았지만 책을 냈다는 걸 몇몇은 알게 되었다. 대놓고 잡아 땠다. 아니라고, 나는 그럴 깜냥이 없다고 둘러댔다. 그들도 더 캐묻지 않았다. 그때 그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오히려 당황해하는 내가 더 이상해 보일 것 같았다. 그들에게는 별일 아니게 느끼는 듯 보였다. 내 말을 믿었는지 아니면 정말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넘어갔다.


내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숭민숭 넘어갔던 걸까? 반대로 그 순간 인정했다면 우려했던 상황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꼬치꼬치 캐물으며 색안경을 끼든가, 호기심이 발동해 그간의 노력을 인정해 주든가. 어떤 상황으로 이어졌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만약 밝혀야 한다면 내 입으로 당당하게 말할 거라고 다짐해 왔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도둑질하다 걸린 것처럼 입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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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책을 쓰기까지 2여 년 걸렸습니다.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될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그런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 책을 홍보하는 문장이다. 책 쓰는 걸 아는 이들에겐 당연하게 먼저 말을 꺼낸다. 한 권이라도 더 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매일 홍보 글을 올렸다. 더 많은 이들이 내 책에 한 번이라도 눈길을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나를 알든 모르든 더 많은 사람이 내 책을 선택하는 건 분명 바라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걸 목적으로 책을 쓰는 것도 사실이다. 책 쓰기는 나에게 취미가 아닌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건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다.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과거에 숨기고 싶은 경험조차 가감 없이 드러낼 용기도 갖게 되었으니까.


책을 내는 이유와 가치 의미만 생각한다면 아무에게도 숨겨서는 안 된다. 숨길 이유가 없다. 오히려 더 당당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직장에도 말하는 게 당연하다. 이후에 벌어진 상황은 고민거리가 아닐지 모른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 일이 내가 추구하는 의미를 퇴색시키지는 못할 테니까. 내가 정말 행복하길 바란다면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 당당해져야 한다. 남의 시선보다 내 가치관을 우선에 두는 것이다.


"내가 정말 행복해지는 선택은 무엇일까?" 답은 이미 알고 있다. 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남을 의식할 필요 없다. 그들의 반응까지 걱정할 이유 없다. 내가 정말 걱정해야 할 건 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못하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겠지만, 단 몇 명이라도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터다. 그 기회가 누구에게 찾아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나는 내 책을 더 당당하게 알리는 것뿐이다.


나는 작가와 강사로 평생 살 각오로 퇴직을 준비하는 중이다. 직장을 떠나야만 가질 수 있는 직업이다. 그러니 한 번은 반드시 부딪쳐야 할 상황이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머릿속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기대보다 불안이 더 크고, 확신보다 불확실로 무게가 기운다. 해보지 않았기에 두려운 건 당연하다.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땐 무조건 하라고 했다. 그래야 어떤 결과든 얻으니 말이다.


나는 내 일을 하면서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벌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직장을 떠나야 한다. 도전은 빠를수록 좋다. 내 직업에 확신을 갖는다면 한 번은 과감해져야 한다. 어떤 결과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원치 않은 결과여도 어쩔 수 없다. 이 또한 그간의 내 태도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하나만 생각하자. 내가 정말 행복 지는 선택은 무엇일까? 행복을 바란다면 해야 할 일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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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막막할 때 책을 만났다 | 김형준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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