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GTX 신호 고장으로 소란

2025년 6월 4일 세 번째 글

by 김형준

서울역에서 GTX를 탔습니다.

승강장에 도착하니 방금 열차가 출발했습니다.

평일 배차 간격은 8분입니다.

플랫폼에서 리쿠르트(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며 기다렸습니다.

느낌상 열차가 올 때가 된 것 같은 데 조용합니다.

이미 내 뒤로 선 줄이 승강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어폰을 뚫고 안내 방송이 들립니다.

화면을 멈추고 안내 멘트에 집중했습니다.

"신호 체계 오작동으로 건너편 승강장에서 탑승해 주세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갑니다.

계단 앞에서 자기 차례가 오길 기다리는 사람 중 몇몇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이런 일은 알려야 한다는 투철한 신고 정신이 발동한 것 같습니다.

또 누군가는 운영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한 무리 사람들이 건너편으로 몰려갔고 대기 중인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몇십 초 차이로 열차를 놓쳤고 원치 않는 소란을 경험했습니다.

그 와중에 대부분은 조용히 지시를 따랐습니다.

몇 명은 구시렁구시렁 불만을 말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이 상황을 열심히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떤 행동을 하시나요?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겁니다.

누가 어떤 행동을 했다고 비난받을 이유 없습니다.

다만 다수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건 필요합니다.

이미 불편해진 상황에서 튀는 행동으로 주변에 불쾌감을 줄 필요 없을 테니까요.

가장 우선되어야 할 건 수습하려고 애쓰는 이들을 배려해 주는 게 아닐까요?

그래야 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겠죠.


사실 계단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몇 가지 옵션을 생각했었습니다.

역사 밖으로 나가 버스 타러 갈까?

반대편으로 건너 가 사람 틈에 끼여서 열차 탈까?

아니면 온 길로 다시 가 3호선을 탈까?

어떤 걸 선택해도 짜증 날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그들을 탓했죠.

불만이 생기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겁니다.

다만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죠.

어쩌면 이럴 때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드러내봐야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요.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떠오른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겁니다.

그 선택에 따른 결과도 스스로 감당하는 거죠.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에서 벌어진 일은 나의 의지와 무관합니다.

저는 다음 행동을 선택할 뿐입니다.

선택했으면 더는 군말할 필요 없습니다.

어떤 걸 선택하든 집에는 갈 수 있을 테니까요.


걱정과 달리 상황은 빠르게 정리됐습니다.

대부분은 잠자코 가는 걸 선택한 것 같습니다.

저도 건너편 승강장에서 대기 중인 열차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큰 불편을 겪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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