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지금 꿈 꾸어도 늦지 않습니다.

이대로 마흔이 될 수 없다. #8.

by 김형준

지금의 직업을 갖기 전 열다섯 가지 아르바이트를 경험해 봤습니다. 처음 시작은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부터였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이 결정된 후 기회가 주어져 해보자는 마음에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꿈이 있었습니다. 실업계 건축과를 진학했던 이유가 곧 꿈꾸던 미래의 시작이었습니다. 실업계 고에서 기초를 다져 취업하고, 실무를 쌓아 가면 언젠가 내 이름으로 설계사무소를 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꿈으로 그칠 거라는 현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아무 생각 없이 마칠 즈음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을 선택했던 이유도 현실을 알게 된 후 선택이었습니다. 운 좋게 대학은 들어갔지만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었습니다. in 서울의 4년제 대학과 대학원은 기본이고, 유학은 필수 코스로 밟아야 그나마 이름 있는 사무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거기서 날고 기는 이들과 경쟁하며 경력을 쌓고 살아남아야 자기 이름의 사무소를 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나는 학력부터 같은 출발선에 서지 못했습니다. 현실을 인식하고부터 학교 공부에 소홀해졌습니다. 현실을 알고부터 꿈은 꿈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꿈은 평범한 직장인이라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출발선이 다르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 생각했고, 그 시작이 인테리어 사업이었습니다. 젊은 객기에 뛰어들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또 한 번 꿈이 꺾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좌절의 경험은 평범하게 살아야 할 이유를 더욱 견고하게 해 주었습니다. 더 이상 꿈을 좇아봤자 남은 인생이 낭비될 것 같았습니다.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게 평범한 삶이라 생각했고, 월급에 의존하는 삶이 더 안정적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흔세 살까지 살아왔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고, 평범한 직장인이 되겠다는 꿈은 이루고 살아왔습니다.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건 살면서 깨달았습니다. 사업을 할 땐 제 때 월급 한 번 받아 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혼자 살며 아르바이트를 할 땐 제대로 된 직장을 갖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러다 제대로 된 직장을 갖고 가정을 이루고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을 살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유지하고, 월급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가끔 가족과 외식하고, 때가 되면 휴가 가고,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이는 이런 일상은 직장을 갖고 고정 수입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꿈을 이루었다 할 수 있을까요? 십 수년 이어온 직장 생활은 삶을 권태롭게 만들었습니다. 만족하며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노후 준비도 하고, 아이도 원하는 대로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은 꿈이 될 수 없었고, 인생의 종착지도 될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남들 걷는 길 위에서 같은 속도로 걸어온 것뿐입니다. 어디로 가는지 정해지지 않은 길을 휩쓸려 걷고 있었습니다. 내 인생을 살면서 남이 정해 놓은 길 위에서, 그 길이 최선이라 착각하며 안일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평범한 삶인 줄 알았습니다.


많은 책에서 꿈을 가지라 합니다. 직장을 다녀도 꿈을 가지라 합니다. 같은 하루도 꿈이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다고 합니다. 꿈이 없던 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직장인이면 정해진 일상이 있고 그렇게 사는 게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책을 통해 그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꿈이 있는 이들의 하루는 꿈에 닿기 위해 한 발 다가선 하루입니다. 꿈이 없는 이들의 하루 어제와 같은 곳에서 제자리걸음만 하는 하루입니다.


연극 중간 암전이 있습니다. 잠깐의 어둠을 이용해 무대에 변화를 주는 시간입니다. 스텝들은 어둠 속에서 정해 진 위치에 소품을 놓기 위해 수 없이 반복하며 연습해야 합니다. 반복된 연습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건 몸에 익히는 과정입니다. 몸에 익히기 전에 왜에 대한 물음을 가져야 합니다. 왜 그 자리에 그 소품을 놓아야 하는지? '왜'를 알고 행동해야 합니다. '왜'에 대한 대답이 행동이 되고 이를 몸에 익힌다면 실수 없이 해낼 수 있습니다. 꿈이 있는 이들의 하루는 암전 속 스텝들의 몸놀림과 같습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고 왜 이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꿈이 없는 사람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불명확하고 왜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꿈이 없는 일상은 어둠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살아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꿈을 갖고 싶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 를 보면 자신의 기질을 찾아가는 몇 가지 방법이 나옵니다. 내가 정말 무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물음에 깊이 고민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 중 '욕망 요리법'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욕망은 내면의 목소리로, 꿈으로 가는 열쇠다.

모든 욕망이 꿈과 연결되진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은 행복하다.

욕망은 나를 다른 사람과 구분해 주는 중요한 특징이자 내가 꿈꾸는 삶에 대한 힌트가 숨겨진 것이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내 안의 강점 발견법)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막연한 꿈을 찾기보다 지금의 내가 무엇 좋아하고 무얼 하면 행복해지는지 들여다보았습니다. 뒤늦게 시작한 책 읽는 게 좋았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현실에서 한 발 물러나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답답하고 스트레스받는 일상에서 책 읽는 그 순간만큼은 자유로웠습니다. 다양한 세상을 오가며 현실의 짐을 덜 수 있었습니다. 마음은 점점 여유를 찾아갔습니다. 막막한 현실에 시달리기보다 일상을 내 의지대로 살 수 있었습니다. 이런 내가 이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고,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이 아닌 곳에서 만족과 여유를 처음 가져보았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여유와 안식을 갖게 되었고, 행복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딱딱한 지식을 머리에 넣는 게 아니라 삶의 전반에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를 책을 통해 익히게 되었습니다. 몰랐던 새로운 걸 알아가는 과정이 그저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 들었습니다. 나와 같은 길에 있는 많은 이들도 이걸 알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현실에 좇겨 필요한 것 포기하고 놓치며 살고 있습니다. 안따까웠습니다. 저도 같은 일상을 사는 직장인이지만 하루 중 짧은 시간이라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면 삶이 여유로워질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단 몇 줄의 책이라도 읽고, 단 몇 분이라도 자신을 들여다 보고, 단 몇 걸음이라도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진다면 삶은 더 충만해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가진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생겼다고 꿈이 될 수 있는지는 신중해야 했습니다. 무턱대로 주변 사람을 붙잡고 내가 하는 대로 해보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참견이고 잔소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대신 영향력을 갖고 싶었습니다. 나의 행동이, 나의 말 한마디가 많은 이들의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단, 영향력은 내가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보이는 모습, 내가 하는 말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변화하길 원하는지에 달렸습니다. 그러기 위해 더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신이 되어야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신 목표가 생겼고, 욕망이 자리하고, 꿈을 갖게 된 이상 적어도 잔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가 왜 살아야 하고 무얼 위해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게 되었기에 더 이상 삶을 건조하게 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이 소중하고, 글을 쓰는 순간이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흔이 넘은 지금 새로운 꿈을 찾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습니다. 꿈은 지금 꾸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