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배워서 남 주자.

이대로 마흔이 될 수 없다. #7.

by 김형준

저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지금의 특성화 고를 당시는 실업계라 불렀습니다. 실업계를 선택한 이유는 남들보다 일찍 관심분야의 전문지식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고3 마지막 학기는 취업을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취업 대신 대학진학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대학 입학시험은 ‘학력고사’에서 ‘수학능력’ 시험으로 변경되었고, 이듬해 치러진 두 번째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목표로 정해놓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6개월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시험 결과는 평균에 약간 못 미쳤지만 운 좋게 대학엔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학교교육은 좋은 대학을 목표로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릅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또 한 번 취업전쟁을 치릅니다. 정규교육의 목적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밤을 세고 잠을 줄여가며 치열하게 공부한 끝이 남들과 같은 월급쟁이 생활인 것입니다. 물론 안정된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삶에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일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하고, 때가 되면 회사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요?


율곡의 『격몽요결』에서 교육의 시작은 ‘입지(立志)’ 라 하여 자신이 왜 공부하려는 지에 대한 뜻을 세우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교육에 입지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갖겠다는 똑같은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공부에 대한 물음에는 똑같은 답을 갖고 있다 보니 결과가 뻔한 삶이 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왜 공부하고 어떤 공부를 할 거인가에 대한 뜻을 세운다면 닿고자 하는 목적지는 모두 다를 겁니다. 목적지가 다르면 가는 길도 달라집니다. 그 길에 대학이나 취업은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때론 대학과 취업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새롭게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새롭게 배워보고 싶은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새로운 무언가를 원한다면 ‘왜’ 라는 물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물음에 답을 찾게 되면 ‘어떻게’는 자연스레 찾아가게 될 겁니다.

불안한 노후를 대비할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자영업은 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온라인 쇼핑몰도 해보았지만 그것도 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양한 책을 읽다보니 다양한 간접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원하는 일인지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더 많은 책을 찾아 봤습니다. 읽고 고민할수록 답은 명확해져 갔습니다. 나이제한 없이 꾸준히 공부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지속가능한 직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첫 강연을 준비할 때였습니다. 주제는 책을 통해 변화 된 저의 삶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강연이 처음인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거기에 두 시간 오롯이 혼자 이끌고 가야 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자발적으로 만든 자리이다 보디 물러 설 곳도 없었습니다. 두 시간을 이야기 하려면 정리할 내용도 많았습니다. 준비에 주어진 시간은 두 달이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내용을 구체화 시키며 PPT로 시각화 시켰습니다. PPT로 만든 자료에 맞게 멘트도 구성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강연을 위해 부족한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PPT 만드는 방법, 발표 시 자세, 발성, 표정 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걸 배우는 과정도 병행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감은 농도를 더해갔습니다. 자고 나면 어깨위에 부담이라는 덩어리가 조금씩 자라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부담감에 압도 되었다면 결과는 안 좋았을 겁니다. 다행인 건 준비하는 기간 동안 부담감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정해놓은 시간 책을 읽었습니다. 강연 관련된 내용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내용도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강연 준비를 더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해 주셨습니다. 그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제 선택이 옳았습니다. 매일 읽는 책을 통해 내용을 새롭게 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책을 읽다가도 불현 듯 스치는 내용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읽은 내용 중에는 강연에 절대적인 도움이 된 것도 있었고, 강연 시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도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강연에 필요한 내외적인 부분을 채우며 부담감을 최소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쓸데없는 배움은 없다고 했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모든 건 자신에게 이로움을 준다고 했습니다. 또 지금 당장 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머지않아 어떤 형태로든 이로움을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첫 강연을 준비하며 매일 꾸준히 읽은 책들로 인해 큰 실수 없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산 정약용은 수십 권의 저서를 남긴 걸로 유명합니다. 대부분은 유배시절 집필되었다고 합니다. 다산은 어려서부터 다독으로 지식의 폭이 넓고 깊었다고 합니다. 평생 책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쌓아 왔고, 유배 온 시간동안 집필에 집중하며 이 같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다독을 통해 배움의 깊이가 남다른 이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유시민 작가, 채사장 작가, 김병완 작가, 이상민 작가 등은 수 천, 수 만권의 책을 읽고 깊이 있는 지식을 담은 다양한 저서를 내놓았습니다. 그들은 책을 통해 지식의 갈증을 채웠고, 자신 안의 배움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책에 담아 내놓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책을 쓰고 경험을 나누는 일이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마흔의 길목에 서있는 우리 모두는 각자의 분야에서 십 수 년 이상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지금까지의 경력과 경험은 누구 앞에 내 놓아도 자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자신의 업무분야를 신입직원에게 교육시킬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깊이는 결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십 수 년 쌓아온 경력과 경험은 보다 깊은 배움으로 이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생소한 분야를 배워보는 것도 좋지만 경력과 경험이 많은 분야를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왔다면 앞으로는 지혜를 더하며 머리로 배워가는 시간이 필요 합니다.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일 만큼 가치 있는 일도 드물 겁니다. 언제까지 몸을 쓰며 현업에 있을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십 수 년 몸으로 배운 소중한 경험들을, 생소한 자영업에 뛰어 들기 위해 버린다는 건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겁니다.


마흔의 공부는 달라야 합니다. 수험생 같은 맹목적인 공부는 더 이상 삶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제일 먼저 왜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뜻을 세워야 합니다.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공부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찾게 된 공부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학습’은 배움을 습관이 되도록 갈고 닦는 거라 했습니다. 습관으로 들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적이 필요합니다. 왜 이 공부가 자신에 필요한 것이며, 이 공부를 통해 무얼 얻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배우는 것들은 남을 주기 위해 배워야 합니다. 내 안에 가둬두기 위한 공부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배운 걸 나눌 때 배움은 가치를 더 합니다. 내 가치는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통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그 빛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건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눌 때일 겁니다. 많은 이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자신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