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지금 부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대로 마흔이 될 수 없다.#10
스포츠 경기가 각본 없는 드라마인 이유는 종료 휘슬이 불기 직전에도 승부는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이 스포츠 경기이다. 학생 때 공부 잘 하던 친구가 좋은 직업을 갖는 것만은 아니다. 공부를 못한다고 천한 직업을 갖는 것도 아니다. 학생 때 공부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닌 것이다.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필요에 의한 공부만 하게 된다.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걸음마를 뗀 아이는 호기심이 왕성해지며 다양한 사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때부터 글자에 관심이 생기고 책을 접하게 된다. 부모는 글씨를 모르는 아이를 위해 수시로 책을 펼쳐 보인다. 아이도 한 때는 호기심으로 책을 가까이 하게 된다. 유아기를 지나 초등학교부터 책과는 점점 멀어지는 교과 과정으로 이어진다. 따로 시간을 내서 읽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만들어 진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 이런 시간은 더 줄어들게 된다. 대학에 가면 책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스펙 쌓기 공부만이 남아 있게 된다.
캘리포니아 대학은 3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대학이다. 120년의 역사지만 명문 대학이 된 건 오래지 않았다. 이 대학이 명문대학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독특한 학사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입학 첫 해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학교에서 정한 인문철학서 100권을 읽고 토론해야 한다. 전공을 정하기 전 인문철학공부를 통해 자신을 찾고 더 나아가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찾도록 돕는 과정이다. 진로 뿐 아니라 인문철학은 세상을 배우고 역사를 배우는 과정이다. 이는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기초적인 공부가 지금의 캘리포니아 대학이 명문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12년의 정규 교육이후 선택적 대학공부까지 더하면 14 ~16년의 공부를 하게 된다. 또 대학원 진학까지 감안하면 18년을 공부에 매달리게 된다. 그렇게 공부하고 난 후 사회에 나온 우리 대부분은 전공분야 외에는 문외한이 된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사회에 내 던져 진다. 20~30년 직장생활 이후 은퇴 시기가 오면 또 다른 삶을 찾아야 한다. 이 시기 발등에 떨어진 불 마냥 여기 저기 기웃 거리며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헤매 다닌다. 이때 까지 쌓아온 공부와 경력을 뒤로 하고 전혀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려 한다. 사회구조가 우리를 이런 현실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 든다. 학교에서의 공부가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 당장의 성과만을 위한 극약 처방 식 공부이다 보니 은퇴를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주지 못하고 있다.
마흔의 공부는 달라야 한다. 변화를 위한 공부는 달라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극약 처방 식 땜질 공부는 더 이상 의미 없다. 늦을수록 돌아가야 한다. 가장 먼저 나를 아는 공부가 필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나를 알아가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고전과 인문 서적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수 세기를 이어 내려온 고전은 인간 본질을 탐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이다. 2700년을 이어온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우리 인생을 담고 있다. 전쟁을 배경으로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또 열흘간 펼쳐진 백 가지 사랑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담아낸 『데카메론』은 인간의 건강한 성적욕망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책들이 세대를 이어 지금도 우리에게 메시지를 준다는 건 그만큼 인간 본질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일 것이다. 또 인문서는 나와 너, 나와 가족, 나와 국가, 나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바른 길을 알려준다. 지식이 많다고 바르게 산다고 할 수 없다. 인간에 대한 이해,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역할, 자식의 도리, 부모로써의 바른 마음가짐 등은 학교 공부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직, 간접 경험으로써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부족하면 제 역할을 못할뿐더러 잘못 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깨달지 못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공부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교과 과정인 인문철학서 100권의 탐구를 통해 나를 찾아가는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시간 여유가 있고 책을 좋아 한다면 100권을 읽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책을 멀리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정말 책 읽을 시간이 없어 못 읽는 건지? 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건지?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어떤 이유이건 책을 멀리하고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무언가 배우려 마음먹으면 호기심이 생긴다.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면 좀 더 빨리 배우고 싶은 조바심이 난다. 과정을 뛰어 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 가는 건 지루하고, 지루하면 지칠 수도 있다. 지치고 흥미를 잃기 전 좀 더 빨리 배우고 싶어진다. 무엇을 배우건 과정을 무시하면 제대로 배울 수 없다.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성취 수준에 따라 2-3단계를 뛰어 넘을 수도 있다. 그 분야에 재능을 발견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나를 알아가는 공부는 취미로 배우는 그것과는 다르다. 단계를 건너 뛸 수도 없고, 조바심을 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지름길이 있을 수 없다. 만약 편법과 조바심으로 대충 하게 된다면 파도에 쓸려갈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지 말고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본질적인 질문에 집중해 보자. 단 한 권을 읽어서 내가 찾는 답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외면 할 것인가? 아닐 것이다. 그런 책을 만나지 못했을 뿐 책이 우리에게 답을 준다는 진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 책을 만날 수 있다면, 그로인해 삶의 방향을 다시 수정할 수 있다면 책을 멀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는 책이 줄 수 있는 최대의 효용이라 생각한다. 2만원도 안 되는 돈을 투자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면, 그래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이만큼 효율적인 투자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물론 한 권으로 찾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이유는 없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절대 손해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원하는 답을 주는 책을 만나기까지 성심을 다해 천천히 한 권씩 읽어나가야 할 꾸준함이 필요하다.
학생 때는 성적으로 순위를 매겼다. 이름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 시험 성적에 모든 것을 걸었다. 대학 입학보다 더 힘들게 취업을 해야 했고, 취업 후 적성과는 상관없이 먹고 사는 문제로 직업을 유지해야 했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 또 한 번 변화의 시기에 놓여있다. 이 시기에 있는 우리는 같은 출발선에 있다. 대부분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이제부터 또 한 번 경쟁 아닌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때와 다른 점은 노동력 감소로 인한 직업 선택 폭이 좁아진다. 나이 들수록 노동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30여년의 풍부한 경험을 단지 은퇴의 이유로 포기한다는 건 개인의 차원을 넘은 사회적 낭비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식 집약 형태의 직업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 분야의 지식과 경험위에 인간 본질을 이해하는 공부를 더해 우리가 함께 잘 살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경험은 오롯이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귀한 가치이다. 가치에 가치를 더하는 방법은 조건 없이 나눌 때 일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기 위한 마음은 타자를 위한 마음이 우선 된다면 가능하다. 타자를 위한 마음은 나를 알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 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공부가 반드시 선행 되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공부는 누가 가르친다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책이 보다 현명하게 질문과 답을 찾아갈 수 있게 도울 것이다.
더불어 산 다는 건 내가 가진 것을 타인을 위해 나눌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조건을 달기보다 가진 것을 먼저 베풀면 배가 되어 돌아온 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먼저 내놓으면 손해라는 생각에 선뜻 나누지 않으려 한다. 이는 상대에 대한 이해 부족이 문제일 수 있다. 나와 상대를 동일 시 하고 자신이 중요하듯 상대도 귀한 존재라 생각한다면 내 것을 내놓기 어려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뛰어난 능력도, 많은 재산도 아닐 수 있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좋아하는 일을 이어갈 수 있는 호기심과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 주변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열린 마음이 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