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Sep 01. 2023

모두들 덕분에 한 달 만에 2쇄

《직장 노예》를 실물로 영접했다. 한 달 동안 이어진 출판사 퇴고로 고칠 만큼 고쳤다고 생각했다. 다시 읽었다. 여기저기 눈에 걸린다. 그때는 왜 안 보였을까. 정성을 다하지 않았나 보다. 퇴고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도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는 읽지 않겠다고 각오하지 않는 이상 계속 눈에 들어온다. 눈에 올 때면 고칠 부분도 항상 보인다. 출간된 책을 읽으며 고칠 부분이 보여도 고치지 못하니 미련이 남았었다.


벼르던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 몰랐다. 출판사 홍보담당에게 문자가 왔다. 2쇄를 찍겠단다. 문자를 한참 들여다봤다. 분명 '2쇄'라고 적혀 있었다. 사무실이 아니었다면 소리 지르고 싶었다.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는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무기만 안 들었지 사달라고 강요했다. 그래도 기꺼이 사줬다. 물론 아직도 안 산 사람도 있지만. 아무튼 한 권이든 열 권이든 책을 사준 이들 덕분이었다.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도 처음 경험했다. 2쇄를 찍으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몇 주전 인스타그램 DM으로 장문의 문자가 왔다. 첫 책 《인생을 두 배로 사는 강점 혁명》을 읽은 독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뒤이어 책 읽은 소감을 전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본인의 처지와 비슷해 눈물이 났고, 어느 부분에서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러고는 퇴사를 결심했단다. 성급한 결정은 아니라고 했다. 같은 직장을 5년 넘게 다녔고 변화를 생각해오고 있었단다. 때마침 내 책이 결심을 실행하는 데 용기를 줬다면서 감사 인사도 남겼다. 1년 전 출간했던 책이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손에 닿았다는 것도 낯선 경험이었다. 거기에 더해 내 책을 통해 변화를 결심하기까지,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신중히 준비한 만큼 꼭 원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바라는 삶을 살길 마음으로 기도한다.

지난 8월 2일 《직장 노예》가 서점에 자리를 차지했다. 어느 서점에서는 눈에 잘 띄는 자리를 내주었다. 어느 서점에서는 한참을 뒤져 책장 맨 아래 구석에서 발견했다. 속상한 기분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다. 내 책을 뒤춤에 감추고 주변을 맴돌다가 신간 소개 코너에 냉큼 올려놓고 자리를 피했다. 그 뒤 그 책의 운명은 알지 못했다. 누군가의 눈에 띄었길 바랐다. 눈에 잘 띄는 자리를 잡은 책이 얼마나 팔렸을지 짐작이 안 갔다. 매일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 눈에 띄고 선택받기를 바랐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뿐이었다.


《직장 노예》의 출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확신을 가졌다. 이 책은 분명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잘 될 것이라고. 제목은 물론 내용에도 자신 있었다. 분명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로 믿었다. 내 책을 선택한다면 깻잎 한 장 차이만큼이라도 삶의 틈을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틈은 만들어지기가 어렵지, 한 번 생긴 틈이 벌어지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니까. 이 또한 경험을 통해 배웠다. 나 또한 깻잎보다 얇은 틈이 시작이었다. 점점 틈이 벌어지면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대단한 결심을 세우지 않았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뚜렷한 목표는 더더욱 거리가 멀었다. 그저 오늘 내 손에 들린 책 한 권에, 글 한 편에 집중했다. 그리고 계속 같은 일상을 반복해 왔다.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이 있게 되었다.


퇴근하고 꼬박 6시간 동안 본문을 수정했다. 보면 볼수록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고칠게 보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아마 시간이 지나면 이번에 안 보였던 게 다시 보일 테다. 다시 손을 댄다는 건 아마도 3쇄를 찍는다는 의미겠지. 은근히 기대가 된다.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거짓말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을 테니까. 나 또한 사람이다. 바랐던 2쇄가 현실이 되니 자연히 3쇄에도 시선이 간다. 속물이고 싶다. 욕심부리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의 작가 이전에 마흔여덟 삶을 살아낸 선배이자 후배의 마음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건 변화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의 말이다. 어쩌면 실패만 반복한 이들의 자기 합리화일 수 있다. 사람은 변한다. 단, 스스로 선택했을 때이다. 변화를 선택하면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계기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계기이든 그게 출발선이다. 출발선에 설 각오만 있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남은 건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걷는 거다. 아니면 뛰어도 된다. 중요한 건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니까. 그렇게 가다 보면 분명 목표한 곳에 닿는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6년 만에 2쇄를 찍게 된 나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투만 바꿔도 삶이 달라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