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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Sep 01. 2023

말투만 바꿔도 삶이 달라진다

욕을 습관처럼 하는 친구가 있다. 그에게 욕은 표현의 일부다. 감정이 담기지 않아서 상대방도 기분 나쁘지 않다. 일종의 추임새이다. 그 친구가 글을 쓴다면 어떨까? 글에도 욕을 쓸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글로 쓰기 전에 머릿속에서 한 번 더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문장에서 욕을 쓰는 게 적절한 건지 한 번 더 고민하고 쓰게 된다. 그러니 글에는 욕을 담을 수도 담겨서도 안 된다. 


글을 말하듯이 쓰라고 배웠다. 평소 대화할 때 사용하는 단어로 글을 쓰라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욕이나 비속어를 사용하라는 말은 아니다. 어려운 단어, 격식을 갖춘 표현이 아닌,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글을 쓰라는 것이다. 말을 글로 쓰려면 앞에서도 적었듯 머릿속에서 순화 과정을 거친다. 같은 표현이라도 적확한 단어를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이 어떤 효과를 줄까? 내 경우 태도가 달라졌다. 언어가 순화되었고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덩달아 삶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2018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책은 연례행사처럼 읽었다. 그마저도 다 읽은 적 없었다. 그랬던 내가 꾸준히 책을 읽게 되었고 글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전까지도 부정적인 생각과 두 딸에게 비난 섞인 말을 수시로 내뱉었다. 어리다고 상처를 안 받는 건 아닐 테다. 멋모르는 아이도 자신을 비난하는 말은 싫었을 것이다. 그때는 아이들 감정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배우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랬던 내가 글을 쓰면서 말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 감정, 생각, 느낌, 태도에 대해 쓰기 전 한 번 더 고민했다. 선뜻 써지지 않았다. 그동안 어떤 말투와 단어를 사용했는지 되돌아봤다. 글로 담지 못할 표현이 더 많았다. 그때부터 글을 쓰면서 말투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비난, 짜증, 원망, 남 탓할 때 쓰는 표현을 줄여갔다. 쓰면서 하나씩 고쳤다. 맑은 물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금방 색이 변한다. 그만큼 빨리 변화하지는 않았다. 종이에 물감이 스미듯 천천히 달라졌다. 매일 쓰면서 매일 나를 돌아봤다. 이제까지 물감이 베인 종이는 제법 제 색을 찾아가는 중이다. 감정만 앞세운 대화가 줄었다. 비난의 말투 대신 공감의 표현을 쓰려고 노력한다. 짜증보다는 이해하려고 애쓴다. 원망 대신 내 잘못은 없는지 먼저 돌아본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적어도 책을 읽기 전보다는 분명 나아졌다. 글로 쓰기 전 머릿속에서 한 번 더 고민했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달라지는 계기는 다양하다. 외부 충격으로 인해 변화를 결심할 수도 있다. 스스로 다짐하고 실천하며 꾸준히 변화해 갈 수도 있다. 방법은 달라도 사람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나처럼 말투를 글로 쓰면서 되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람은 말하는 대로 산다는 표현이 있다. 부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기대할 수 없고, 상대를 비난하는 사람은 자신도 비난을 받고, 남을 헐뜯는 사람은 자신도 똑같이 당하는 게 이치이다. 그러니 말투부터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는 게 없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건 의식이 변해야 말투도 달라지고 태도도 바뀐다. 보여주기식으로 몇 번은 고칠 수 있다. 낙엽은 색이 바래져야 떨어지는 법이다. 말투도 안으로부터 변해야 달라지는 법이다. 이를 위해 꾸준한 글쓰기가 필요하다. 물론 글쓰기가 만능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어떤 방법이든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성장을 돕는 도구는 다양하다. 사람마다 맞는 도구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중이다. 쓰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를 돌아보면서 의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의식이 변하면서 태도도 변한다. 태도가 달라지면서 인생도 나아지는 중이다. 지금 이 글이 그 증거다. 이전과 분명 달라졌기에 이 같은 내용도 쓰게 되었다. 달라지는 나를 증명하기 위해 매일 노력 중이다. 무엇이든 지속하면 성과가 나기 마련이다. 성과가 나면 계속하게 된다. 계속하면 더 나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 삶도 계속 나아지는 중이다. 말투를 고치기 위해 글로 쓴 게 그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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