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Aug 31. 2023

글을 쓸 때 감정을 빼야 하는 이유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있다. '이 말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이다. 보통은 이런 경우 쓰지 말라고 조언해 준다. 고민의 전제는 좋고 나쁨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내 글로 인해 누군가 선의의 피해를 볼 수도 있고, 내용이 마뜩잖은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러니 괜한 분란 일으킬 바에 쓰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한다. 


혹자는 말한다.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라고. 맞는 말이다. 숨기고 드러내지 않을수록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할 기회가 줄어든다. 당당하게 드러낼 때 치유든 회복이든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라면 가감 없이 쓰는 게 맞다. 이 말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한정 지어야 한다. 나만 좋자고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불편해할 내용을 쓰면 언젠가 그 화살이 자신을 향할 수도 있다.


여전히 대상을 특정해 쓰는 글은 조심스럽다. 순간의 감정에 홀려 마음껏 떠들 때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다. 쓰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 그때의 감정은 마치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와 같다. 과연 그게 자신에게 도움이 될까? 쓰는 동안은 기분이 풀리지는 몰라도 그 글에 남은 불편한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렇게 배설하듯 쓰는 건 뒤에서 험담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든 되돌려 받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성인군자처럼 고상한 글만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글을 쓰는 목적 중 감정의 배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게 감정을 빼고 사실만 쓰는 글이다. 화가 나는 상황을 경험하고 화가 났다고 적으면 공감하는 독자는 많지 않다. 오히려 화가 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보여줌으로써 독자도 같이 화를 내게 끔 공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상대방과의 불쾌한 경험도 마찬가지다. 내 입으로 상대를 깎아내리기보다, 그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상대방을 욕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감정을 빼고 사실만 적는다. 이렇게 쓴 글을 상대방이 읽어도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실만 적었으니까. 느낀 그대로 드러내는 건 하수요, 사실만 말하는 건 고수의 처세라고 생각한다.


내가 쓰는 글이 곧 나를 말해준다. 내 기분에 취해 험담하고 욕하면 딱 그 정도 수준의 삶을 사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의연하게 대처하고 말을 아끼면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태도에 변화가 생기면 자연히 글도 달라진다.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로일로일소일소,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를 내면 한 번 늙어진다고 했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로써 상대를 존중해 주면 나도 존중받는다. 그런 태도가 쌓이면 결국 이해와 존경으로 나에게 돌아올 거라 생각한다.    






https://docs.google.com/forms/d/1SoD-_ZaM9Al1vV9lrJnNVbJbkbqY7ST4miCwpfMKYk4/viewform?edit_requested=true


매거진의 이전글 '5'의 법칙, 이렇게 쓰면 분량 걱정 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