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Dec 20. 2023

지금은 '지금'에 집중할 때

유난히 첫 문장 쓰기 망설여지는 날 있습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30분째 생각만 했습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유일한 해결 방법은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쓰는 것입니다. 글이 안 써진다고 쓰면서 시작하는 겁니다. 그렇게라도 시작하면 어떤 생각으로든 이어지게 됩니다. 가령 왜 생각만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생각이 왜 들었는지, 요즘 어떤 고민이 있는지,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지 등등. 생각들을 들여다보는 겁니다. 들여다보면 무언가 하나 걸립니다. 그걸 붙잡고 써 내려가는 겁니다.


며칠째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당장 오늘 세금 계산서를 발행해야 하는 데 거래처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어제 퇴근길에 들러 서류를 전달했습니다. 오늘 중 회신을 받지 못하면 월말 수금도 불투명해집니다. 상대방도 내 마음처럼 서둘러 주면 좋겠지만, 저마다 사정이 있으니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부탁하는 입장이라 다그치는 건 언감생심입니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처럼 입만 바짝바짝 마릅니다. 사정이 이러니 글쓰기에도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글을 쓰는 이 순간 아무리 애를 끓여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지난 일에 대한 미련은 지금 이 순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걱정과 미련은 에너지를 빼앗을 뿐입니다. 글을 써야 하는 지금은 오로지 글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직장인이다 보니 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일에 대한 걱정은 그림자처럼 자리를 지킵니다. 오히려 답이 있는 수학 문제를 푼다면 지금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 일에 정답이 없으니 이 순간에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집중이 안 된다고 쓰다 보니 원인을 찾았습니다. 마음이 콩팥에 가 있으니 집중이 안 된 겁니다. 살다 보면 이런 날 많습니다. 걱정은 언제 달라붙었는지 알아채지도 못한 밥알처럼 늘 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다 눈에 띄면 쪽팔림과 함께 돌덩이가 되어 자신을 짓누르게 됩니다. 차라리 눈치채지 못했으면 좋았을 것을요.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입니다. 돌덩이가 된 순간 아무것도 못하게 됩니다. 오로지 그 문제에만 빠져버립니다. 정작 그 순간에 해야 할 일을 못하면서 말이죠. 


지금에 집중하려면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스스로 인식하는 겁니다. 알아차리면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생각을 계속 붙잡고 있을지, 아니면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할 것인지. 걱정이 걱정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대개는 지금으로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걱정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결국 스스로를 더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래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알아차리는 게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지금 이 글도 이 방법으로 시작됐습니다. 생각이 많을 때 왜 생각이 많은지 써보는 겁니다. 무슨 생각 때문에 지금에 집중 못 하는지 적어보는 겁니다. 적어보면 하나씩 분명해집니다. 무슨 생각을 붙잡고 있고, 그 생각이 왜 들었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은 무엇인지, 그 답으로 인해 당장 달라질 수 있는지, 달라질 게 없다면 나를 위해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나름대로 적다 보니 해야 할 게 명확해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글로 적는 겁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알아차리는 건 중요합니다. 해결하지 못할 일을 붙잡고 있는지,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만 하는지, 지난 일에 미련을 두고 있는지 알아차리면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찾게 됩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그 일에 집중하면 됩니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1시간 넘게 이 글을 쓰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부터 했던 걱정은 여전히 걱정으로 남아 있습니다. 때가 되면 어떤 결론이든 날 겁니다. 다행인 건 첫 문장을 썼기에 오늘도 이렇게 글 한 편 써내게 됩니다.


생각, 걱정, 미련, 후회 등을 안 하고 살 수 없습니다. 사람이니 이런 감정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로 인해 정작 지금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산다는 겁니다. 달라질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있는 탓에 달라질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보내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 '지금 이 순간'을 삶의 구심점으로 삼으십시오. 시간 속에 살면서 잠깐씩만 '지금 이 순간'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살면서 실제로 필요한 경우에만 과거와 미래를 잠깐씩 방문하도록 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월간 책방 책쓰기(글쓰기) 12월 무료특강 - Google Forms


매거진의 이전글 끝낸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