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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16. 2023

끝낸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DEAD LINE = START LINE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건 정신병 초기 증세다'라고 말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다른 결과를 바라면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겁니다. 직장인, 학생, 사업가, 주부 등 저마다 고만고만한 일상을 삽니다. 하루, 한 주, 한 달 주기로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특별한 일이 생길 리 만무합니다. 아니, 별일 없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살던 대로 사는 게 가장 속 편하다 말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누구는 바라는 대로의 삶을 살아냅니다. 또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삽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저는 반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반복하는 방법의 차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시간제한'입니다. 매일 반복하는 어떤 일이 있다면 그 일에 시간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시간제한을 두면 그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 뇌가 움직입니다. 학교 다닐 때 이런 경험 있을 겁니다. 시험 보는 날 아침 잠깐 읽었던 내용이 시험에 나오고 답을 맞힌 겁니다. 짧은 시간 뇌가 순간적으로 기억에 저장시킨 덕분입니다. 뇌는 그 순간을 위기라고 느끼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것입니다.


업무 중에도 이 같은 경험 있을 겁니다. 보고서 제출 시간이 다가올수록 뇌는 초집중 상태가 됩니다. 며칠 동안 겉돌던 생각도 그 찰나 섬광이 비치듯 한 방에 정리되고 순식간에 써 내려갑니다. 뇌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만들어 냅니다. 마감 시간이 뇌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게 만든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경험했을 겁니다. 시간제한이 없을 땐 아무리 쥐어짜도 겉돌기만 할 뿐 성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뇌가 전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6년째 매일 아침 글 한 편씩 써내는 중입니다.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땐 몇 줄 못 썼습니다. 그마저도 30분 이상 걸렸던 것 같습니다. 몇 줄이지만 출근 전에 끝내야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쓰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요즘도 아주 가끔 눈치 보며 쓰기는 합니다) 그러니 무조건 끝낸다는 각오를 처음부터 가졌던 것 같습니다. 내용, 분량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한 편 써낸다는 각오로 매일 썼습니다. 제한 시간은 8시 40분까지였습니다. 언제 시작하든 끝나는 시간은 똑같았습니다. 뇌에게 스트레스를 줬습니다.


몇 줄 안 되는 분량으로 시작해 요즘은 A4 한 페이지 이상 씁니다. 시간도 늘렸습니다. 6시 20분부터 8시 40분까지입니다. 대략 1시간 반에서 2시간 동안 글쓰기에 매달립니다. 끝나는 시간을 정해놓아서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간혹 완성 못하기도 합니다. 오후나 퇴근 후에 마무리 짓습니다. 그런 날은 예외로 하고 웬만하면 8시 40분까지를 데드라인으로 정했습니다. 그 시간을 넘기지 않겠다고 뇌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뇌도 훈련이 됐는지 시간을 지키려고 합니다.


이렇게 한 편을 완성해 내는 게 왜 좋을까요? 결과물은 성취감을 줍니다. 성취감은 행동에 대한 보상입니다. 우리가 습관을 만들 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즉각적인 보상입니다. 그런 면에서 결과물은 무엇보다 훌륭한 보상인 것입니다. 그러니 다음 날도 똑같이 반복하게 됩니다. 같은 보상을 바라면서 말이죠. 무엇보다 뇌는 제한된 시간 동안은 성과를 내기 위해 초 집중 모드로 들어갑니다. 결국 해내면 흥분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며 성취감을 맛보는 것입니다. 도파민은 중독을 유발하는 호르몬이기도 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매일 다른 글을 써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제와 다른 오늘 살게 됩니다. 매일 다른 내용의 글을 쓴다는 건 어제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생각이 다르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매일 반복해 내는 데 어제와 같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사는데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 하지 않을까요? 6년 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제가 그 증거이기도 합니다. 단지 매일 제한된 시간 안에 매일 다른 내용으로 글을 썼을 뿐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습니다. 매일 다르게 살아도 하루아침에 바라는 삶이 되지는 않습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저마다의 앞에 나타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도 변치 않는 한 가지 사실은, 반드시 바라는 삶을 살게 된다는 점입니다. 지난 6년을 버티며 얻은 결론입니다. 저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아마 시작은 있어도 끝이 어떤 모습일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그 마지막을 바꿀 기회는 오롯이 오늘을 사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게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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