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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12. 2023

인생의 진리도 달리기만큼 단순하다

30년 지기 고등학교 동창생이 모인 단톡방이 있습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인증 사진을 올렸습니다. 며칠 전 마라톤 대회 출전 기록 인증서였습니다. 풀코스를 서브 4 (3시간 이내)로 완주했습니다. 친구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대부분 의외라는 반응이었습니다. 30년을 두고 봤지만, 그 친구에게 그런 모습이 있을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단톡방 친구들의 면면을 대충은 알기에 더욱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 친구는 자영업에 미혼이기에 가능했을 거로 짐작했습니다. 


물론 자영업을 한다고 시간이 많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직장인 못지않게 정해진 일상대로 바쁘게 돌아갈 겁니다. 어쩌면 직장인보다 더 바쁠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중년의 직장인이라면 회사일로 숨 쉴 틈 없이 하루를 보냅니다. 내 시간을 갖는 건 상상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는 시간을 쪼개 자기 계발이나 운동을 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살길 원한다면 분명 방법은 있습니다. 그 방법은 스스로 찾으면 찾아질 테고요. 풀코스를 완주한 그 친구처럼요.


지난 3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주로 주말 이틀은 빼놓지 않고 달렸습니다. 주중에도 시간이 되는대로 한두 번씩 뛰었습니다. 그 덕분에 10킬로미터를 1시간 이내로 들어옵니다. 평범한 수준입니다. 시간을 줄이든, 거리를 늘리든,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어느 코치가 그랬습니다. 하루라도 건너뛰면 우리 몸은 달리기 전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일 달려야 한다고요. 그의 말대로라면 실력이든 건강이든, 좋아지기 위해서는 매일 꾸준히 달리는 게 답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매일 달리고 싶습니다. 안 달릴 때보다 달리고 나면 확실히 기분도 몸도 좋아지는 게 몸으로 느껴지니까요. 좋은 건 계속하고 싶은 게 본능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장에 매인 몸이라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잠을 줄이고 술도 끊고 사람도 안 만나며 내 시간을 만들어내려고 발악을 하는 중입니다. 쥐어짜듯 만든 시간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달리기도 하며 자기 계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럴 수 있는 건 무엇보다 성장을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풀코스를 완주한 제 친구도 처음부터 42.195킬로미터를 달리지 않았을 겁니다. 저처럼 5킬로미터, 10킬로미터, 20킬로미터씩 늘려갔을 겁니다. 이왕 시작한 거 더 나아지길 바라면서 말이죠.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정체되길 바라는 사람 없습니다. 적어도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을 살고 싶어 합니다. 불행히도 주변 환경이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때로는 원치 않는 일로 시간을 빼앗기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기꺼이 해야 할 것입니다. 부는 바람에 휘날리며 정신없이 사는 게 보통의 우리들일 테니까요.


그들 중에서도 목표한 대로 해내는 사람 분명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더 주어지는 걸까요? 아닐 겁니다.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떻게 서브 4로 완주할 수 있었는지 물었었습니다. 친구의 대답은 단순했습니다. "한 달에 300킬로미터 뛰면 된다." 단순하게 나누면 하루 10킬로미터입니다. 매일 한 시간씩 달리면 적어도 그 친구와 비슷한 성적으로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목표가 있다면 목표에 닿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게 누구나 다 아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일 것입니다. 


단순한 진리를 지켰기에 저도 이제까지 10권의 책을 써냈습니다. 또 1,400권이 넘는 책도 읽을 수 있었고요. 중간에 멈췄다면 책 한 권도 못 써냈고 1,400권 언저리에도 못 미쳤을 겁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10권을 써내겠다고, 1,400권을 읽어내겠다고 목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늘 글 한 편 쓰고, 손에 쥔 책 한 줄 더 읽어낸 게 전부였습니다. 그 시간과 노력이 쌓여 지금의 성과를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보다 내일 더 잘 살고 싶은 지극히 단순한 욕심이 동기가 되어서 말이죠.


얼마 전 삼양에서 주최한 9.9킬로미터 달리기 챌린지에 도전했었습니다. 당연히 완주했고요. 완주 인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덕분에 상품을 받았습니다. 2024년 동아마라톤 10킬로미터 출전권이었습니다. 엊그제가 대회까지 100일 남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100일 동안 연습해 동아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할 것입니다. 이왕 달리기 시작한 거 점점 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내년 3월까지는 직장에 다닐 것 같으니 시간을 쪼개야겠습니다. 완주해야 모양 빠지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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