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넘어서지 못했던 바로 그 벽에 도전하는 소소한 일상기록
2022년 5월 17일. “결심”
중학교 2학년 때, 그러니까 무려 2002년 월드컵이 치뤄지던 해에 나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크루져 보드, 롱보드 다양한 종류의 보드를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스케이트보드는 서브컬쳐를 대표하는 마이너 문화라 개념적으로만 알고있던 것들이 전부였다.
여느 집 아이와 마찬가지로, 이번 중간 고사에서 평균 90점을 넘으면 갖고 싶은 것을 사주겠다는 부모님 말에 스케이트보드라고 대답을 했었나 싶다. 이제 막 넓어져가고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당시 커뮤니티 중 ‘플래틴’이라는 사이트를 찾았고, 버스로 몇 정거장만 가면 있는 마두역에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스팟이 있다고 했다. 그 중간 고사를 어떻게 봤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주말 나는 마두역의 낡은 스케이트보드와 스티커로 장식된 매장에 아버지와 함께 방문했다. 거기에서 생각보다 큰 금액(18만 5천원으로 기억한다)을 주고 파웰 브리게이드 데크와 벤쳐 트럭이 달린 컴플릿 보드를 샀다.
그 후 매주 토요일에는, 마두역 버거킹 앞 대리석 광장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게 되었다. 매주 토요일이면 가방에 데크를 끼워넣고 버스를 타고 스팟으로 이동했다.형들과 인사를 하고, 이것 저것 기물을 끌어다 놓고 연습을 하기도하고, 함께 호수공원으로 이동해서 거기서 보드를 타기도 했다. 중학교 때의 어느날, 학원 버스를 기다리면서 아파트 상가 입구에서 처음으로 벽돌 하나를 알리로 뛰어넘은 날, 내 발 밑으로 지나가던 벽돌의 이미지는 아직도 선명하다.
그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원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매일 같이 출퇴근을 하는 지금에도, 스케이트보드는 내 방에, 내 차 트렁크에 항상 들어 있다. 운동 신경이 그렇게 뛰어나고 특출나지는 않아서, 고2때의 실력과 지금이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대학교 들어오면서부터 스노우보드에 빠지게된 영향도 크겠지만, 그래도 내 정서를 이루는 기반은 스케이트보드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다. 고2 때 베리얼 킥플립. (Varial Kickflip, 보드를 횡방향 으로 한바퀴, 종방향으로 반바퀴 돌리는 회전)을 성공했고, 딱 거기까지 였다. 대학 때 어떻게든 다음 단계인 360킥플립(보드를 횡방향 종방향으로 모두 360도 회전하는 기술)을 타보려고 노력 했던 기억이 있었다. 정말 가까이 갔었는데 결국 제대로 타보진 못했다.
매우 감상적이고 거창한 인트로를 지나, 그 쓰리킥을 타내어보고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물론 요새 재능이 있는 친구들은 조금만 연습하면 스쿱- 챡- 타는 기술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까지 제일 큰 벽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이라는게 한방향으로만 흐르는 불공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내게는 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한다.
목표:
- 체계적인 연습계획을 세우고, 매 연습의 감상과 일지를 작성하기
- 360 킥플립의 랜딩에 성공하기.
- 그 모습을 고프레임, 고퀄리티의 영상으로 담기
- 8월 5일(생일)전까지 (만으로 35세를 채우기 전에 완성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