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받아야 적정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일까?
워라밸이 사회의 키워드입니다. 이전에 그런 개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모든 구직자들과 직장인, 기업들에게 워라밸은 키워드가 되었고 최근에 진행된 조사들 결과를 보면 연봉보다도 워라밸을 선택하겠다는 구직자들이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추세 속에 그 위치를 조금 잃었더라도 연봉은 여전히 직업 선택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이고 모두의 관심 분야이기도 합니다. 물론 때로는 대졸 신입들과 면접 중에 대뜸 "여긴 연봉이 얼만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마치 용산에 워크맨 사러 왔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전에 용산에 전자제품을 살 때는 의례 흥정이 필요했습니다), 여하튼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연봉은 주요 요소이며 그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습니다.
흔히 동기 이론에서는 돈은 외적 보상으로 설명을 하고 이에 반해 성취나 인정, 직업 소명 등은 내적 보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외적 보상보다는 내적 보상이 더 좋은 듯한 맥락으로 설명을 합니다. 실제로 조사들을 해보면 외적 보상은 유지가 잘 되지 않고 또 경우에 따라 계속 갈구하게 되는 성향이 있지만 이에 반해 내적 보상들은 그 만족도나 효율이 더 좋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아마 인사팀에서 사람들을 세뇌시키기 위해 만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볼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부를 축적하거나 수입이 있어야 만족하고 행복한 것일까요? 연봉이나 돈이 삶에 중요한 행복이나 만족을 준다면 그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만약 세계의 인구 중에 상위 10% 정도 안에 들게 된다면 만족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중간 정도만 가도 나쁘진 않은 것일까요? 이에 대해 2015년 구호단체인 옥스팜이 흥미로운 조사를 했습니다. 옥스팜의 조사에 의하면 세계에서 상위 10%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 달러로 7만 7000달러, 한국 돈으로는 대략 8500만 원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세계 10%의 부자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50% 정도, 즉 중간에 이르기 위해서는 단돈 3650달러, 약 400만 원 정도의 자산만 있으면 된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훨씬 전체 인구의 수준을 놓고 본다면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당히 잘 사는 축에 속해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세계 1%의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약 9억 정도의 자산이 있으면 된다고 하니 정말 부의 정도는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인구가 많은 나라들의 저소득이 많으니 굳이 내가 그런 사람들과 비교한다고 기분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연봉이 오르면 만족스럽고 행복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정말 오르면 행복할까요? 경제 학자인 디톤과 케너만 (Deaton & Kahneman)의 연구에 따르면 4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연봉이 미화로 75,000달러 즉 한화로 8000만 원이 좀 넘기 시작하면 그 이후로는 소득이 오르는 것과 행복과의 상관관계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더 벌게 된다고 만족감이 생기지 않는 지점이 미국 기준에서는 그 정도라고 하네요.
이에 대해 허츠버그는 동기 요인 중 연봉은 위생 요인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 미달이 되면 만족감을 많이 저해시키지만 그에 반해 일정 수준 이후로는 동기부여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반해 동기 요인들은, 위에서 언급된 내적 보상과 비슷한 상사의 인정, 성취 등의 요인들로 제공이 될수록 계속 동기 상승효과가 있다고 하였다는데요, 앞의 내적 보상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이야기로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당장 나의 연봉은 생계에 연결될 뿐만 아니라 동시에 나의 가치에 대한 인정이기도 합니다. 물론 몇몇 동기 이론의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자발적으로 하는 행동들에 외적 보상이 주어지면 오히려 구축효과가 발생하여 동기 감소도 일어난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내가 자발적으로 하던 봉사활동에 갑자기 포인트를 부여해 그걸 모으면 일정한 보상을 준다고 하면 역효과가 발생하여 그 봉사활동에 대한 동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참 사람의 동기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급여에 대한 책정 방법은 오래 일할 수록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연공급제와 근무년수와 별개로 맡고 있는 직무에 따라 보상을 하는 직무급제도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각각의 특성은 매우 다릅니다. 연공급은 그냥 가만히 계속 근로를 하면 급여 수준이 늘어나니 충성심이 생길 수 있지만 역량 개발이 안되거나 복지부동하게 될 수도 있고 또한 근속이 길어질수록 회사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납니다. 그에 따라 회사에서는 명예퇴직이나 기타 방법을 통해 비용 효율화의 대상으로 될 위험도 있습니다. 이에 반해 직무급은 계속적으로 더 큰 직무의 책임을 맡는 다면 그에 따라 보상의 수준이 계속 커질 수 있고 또 적극적인 역량 개발도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그 역량이 안되면 퇴출되거나 일정 수준에서 정체될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연봉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더 길어진 삶과 그 경력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총 기대 수익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지금 현재 급여 수준에서 지난 몇 년 간의 인상 수준 평균을 적용해서 계속 그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면 과연 5년, 10년 뒤에 어떤 기업이 지금의 직무에 그런 대가를 지불할까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사실 급여도 일방통행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계속 인상되기를 희망하며 또 기업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인사담당을 하는 입장에서 연봉을 깎고 오겠다는 사람은, 일단 거의 드물고, 있더라도 사실 매우 의심이 갈 수밖에 없으며, 실제 오더라도 그 깎은 임금에 대한 아쉬움에 계속 사로잡혀 있는 경우들을 종종 목격했습니다. 따라서 내 급여 수준이 어느 정도에 도달한 이후에서는 그 잡마켓에서의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위험도 있습니다. 내가 직무급 제도에서 적극적으로 직무를 확대하며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역량을 계속 개발할 수 없다면 적정 수준에서 임금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상적인 워머밸 (워크앤머니 밸런스)은 적정한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갈 수 있으며 직무 확대의 경우 그에 적절한 역량이 잘 갖춰졌는지 준비하며 대비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굉장히 회사의 입장과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제가 인사담당인데 어쩌겠습니다? 다만 이런 원칙들을 직접 저에게 적용해 왔고 그것이 꽤 효과적이며 또 마음도 편한 것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