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 1월 정부에서 발표한 수소경제 비전에 따르면 수소 생산, 저장, 활용에서 세계 선두 국가가 되고 혁신 성장을 위해 수소경제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수소 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2040년까지 수소 수입 및 자체 생산으로 520만톤의 수소 (약 0.6 EJ, 한국 최종에너지 소비 2016년 9.45EJ)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2018년13만톤, 약 40배 증가). 수소 경제 인프라 확대를 위해 2040년까지 충전소 1200개 구축하고 수소차 (누적 )생산을 620만대로 확대,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을 15GW (수출 7GW), 가정 건물용 연료전지 2.1GW로 늘리는 로드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소경제에 관련한 연구개발에 10년간 연구개발에 2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의 바램에 호응 하듯이 한국 맥킨지의 한국 수소경제 전망에 따르면 2050년 국내 수소에너지 비중이 21%까지 높아지고 70조원의 GDP 창출 효과까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50년 미래의 글로벌 에너지 믹스를 바라본 연구들은 글로벌 수소경제에 대한 장미빛 전망만을 보여주진 않는다. 세계 에너지기구 (IRENA)의 기후변화 2도씨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2050에너지 믹스 보고서에서 수소 에너지 사용은 약 8EJ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2015년 수소에너지 전세계 사용 현황이 8EJ라고 하는데 이는 현재 사용량 만큼 미래 수송 및 산업 분야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2050년 최종 에너지 수요의 약 0.4%이다.
다른 연구로 스턴보고서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 교수가 참여한 연구가 있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을 지향하는 순배출 제로 글로벌 시나리오 보고서에서는 수소가 최종 에너지소비의 약 10%(최종에너지 소비 445EJ)를 차지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수소 생산이 현재보다 10배를 증가하여 현재 60Mt (7.2EJ)에서 425-650Mt(~72EJ)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순배출 제로 시나리오는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지만 실현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시나리오다.
가장 밝은 수소 전망을 내놓은 보고서는 수소산업 이해관계자들 (자동차회사, 석유회사 CEO 연합)의 모임인 수소카운실이 발표한 것으로 기후변화 2도씨 시나리오에서 순배출 제로 시나리오와 비슷한 수소경제 규모를 예측했다. 2050년까지 수소 생산이 80EJ까지 늘어나고 최종에너지 소비의 18%를 차지할 것이로 보았다 (최종 에너지 소비 400 EJ). 문제는 이보고서를 작성한 수소 카운실이라는 조직은수소 산업 이해관계자이고 보고서의 연구 방법론에서 밝혔듯이 세계 에너지기구 (IEA)의 에너지기술 전망에서 각 최종에너지 분야에서 수소에너지의 포텐셜에 대해 나름 전문가적 견해(?)를 포함시켰을 뿐이다. 다분히 주관적이 전망이다. 매킨지의 한국 수소 전망 보고서가 이 보다 더 고차원적이 분석을 했길 바랄 뿐이다.
과연 수소카운실이 바라본 장미빛 전망만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수소는 지구상에 광범위하게 존재하지만 에너지를 저장하는 저장체 (carrier)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시스템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에 비교하여 수소경제는 저효율 고비용에너지 시스템이 될 수 밖에 없다. 에너지를 한번 더 전환한고 저장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효율이 감소하고 비용이 증가한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수소생산은 더욱 고비용일 수 밖에 없으며 직접적인 전력활용이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수소 전망을 적게 예측하는 결과는 앞으로 최종에너지 사용 (수송, 난방)에서 전력화 (Electricfication)하는 방식이 더욱 경제적이고 수용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경제가 필요한 이유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따른 비효율성을 보완해주는 에너지 저장 역할이 현재 베터리 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다. 저장된 수소를 활용해서 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난방을 하며 장거리 운송수단 (트럭, 비행기, 선박)에 활용될 수 있다. 미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에너지 시스템은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경제적이어야 한다. 높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중심주의에 갇혀 특정 기술을 정답으로 선택하면 무척 위험한 일이며 모든 기술들을 공평하게 경쟁시켜야 한다. 수소 에너지가 수출산업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해도 온실가스 배출과 경제성을 만족시키기엔 당분간 어려울 것이며 경쟁자들 (베터리 시스템, 전력 난방, 바이오연료)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은 가장 저비용의 에너지 시스템을 고집하며 석탄, 원자력 발전을 추구해 왔다. 좁은 국토에서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쓰는 것으로 효율성 높은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서 제조업을 일으켰다. 하지만 미세먼지와 원자력 사고 및 폐기물이라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남겼다. 에너지원이 아닌 수소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될 수 없다. 아이러니 하게도 수소는 근본적으로 고비용 에너지 시스템이고 경제를 위해서는 피해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지금의 미세먼지문제, 경기 하강과 실업문제를 놓고 보면 경제적 성과가 나타난다는 2040년, 2050년까지의 미래는 우리에게 아직 너무나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