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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May 31. 2022

출근과 재택,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비브로스 #똑닥 #일하는방식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근무방식에 대한 논의가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재택근무에 들어갔던 회사들이 엔데믹을 맞아 직원들을 회사로 부를 것인지, 재택을 유지할 것인지, 혹은 적당히 섞어서 출근과 재택을 혼용한 방식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재택(혹은 리모트) 근무를 원하는 상당수의 직장인들과 직원들이 출근했으면 하는 경영진의 힘겨루기, 혹은 미묘한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1. 출근과 재택 중에 무엇이 효율적인가?


잘못된 질문은 잘못된 답을 낳는다. 너무나 많은 기업들이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령, 출근과 재택 중에 무엇이 효율적인가 하는 질문 말이다. 이 질문은 왜 불편한가?


출근했을 때의 장점과 재택근무를 했을 때의 장점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 쪽이 출근했을 때의 장점 열 가지를 말하면, 다른 한 쪽은 재택했을 때의 장점 열 가지를 말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출근했을 때의 장점도 맞고, 재택했을 때의 장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들 법관이 되어서 판단을 내리고 싶은데 양쪽의 말에 다 일리가 있으니 결정이 어렵다. 보통 세 가지의 결론을 내리게 된다.


- 닥치고 출근시킨다. 불만이 커지니 하루쯤 재택을 허용하기도 한다.

- 재택을 디폴트로 한다. 이번엔 불안해지니 하루쯤 출근시키기도 한다.

- 일주일을 반으로 갈라 이틀은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으로 한다(혹은, 그 반대로 한다).


언뜻 각자의 선택인 것 같기도 하고, 절묘한 타협인 것 같기도 한 이런 결정들이 왜 불편할까?


2. 가이드만 쓸데없이 복잡해진다.


만약 하루만 출근을 강제한다고 하자. 그러면 출근하는 날은 각자가 자유롭게 정할 것인가, 아니면 부서원이 모두 같은 날 출근하게 할 것인가.


각자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날을 선택하는 것이 뭔가 쿨하고 가장 무난할 것 같지만, 반대로 물어보자. 그 하루는 왜 출근하는 것인가? 자기 자리가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원래 하루라도 출근하는 것의 의미를 살리려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같은 날에 출근하는 것이 낫다. 그래야 오랫만에 얼굴이라도 보면서 친해지기도 하고, 논의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같이 일하는 동료가 꼭 같은 부서는 아니라는 점이다.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이렇게 세 직군이 모여서 논의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그런데 만약 같은 날 정기적으로 출근해서 논의한다면 저 부서의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날에 출근해야할까? 그렇다면 그 날은 무슨 요일로 할 것인가?


하루가 아니라 이틀을 출근하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출근하는 날이 많아지니 우연히 겹치는 날이 많아진다는 정도?


또한, 요상한 질문들도 속속 나오게 된다. 최소 하루는 출근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8시간을 의미하는 건가요? 만약 출근해서 4시간만 있었다면, 다른 날 또 나와서 4시간을 마저 채워야 하나요? 혹시 4시간이 된다고 하면 2시간도 되나요? 그럼 아침 6시에 나와서 8시까지 근무하고 가도 하루로 쳐 주나요? 요런 질문들 말이다. 끝이 없는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근원적인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그런데 왜 출근하게 했더라?


혹은 또 극단적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아우 귀찮아. 그냥 다 출근시켜.


3. 질문을 바꿔보자.


출근과 재택 중에 무엇이 효율적인가? X

출근과 재택은 언제 효율적인가? O


만약 각자가 해야하는 일이 명확하다면 출근이든 재택이든 자신이 편한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만약 뭔가 문제가 생긴 상황이고 답을 찾아야 한다면 모두 각자 집에 있는 것보다는 두 시간이라도 잠시 회사에 나와서 이슈되는 점을 부러뜨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회사가 위기에 쳐해있는데도 재택을 통해서도 모든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안 보면 놀고 있다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사람들을 회사로 부르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이상하기는 매한가지다.


재택상황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거나 오히려 더 효율이 나는 상황은 분명히 있다.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몸이 편한 상태에서, 집중을 요하는 일은 재택 상황이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다만, 자신의 집에 이렇게 집중할 공간이 없다면 오히려 회사에 나오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뭔가 벽에 부딪혔을 때는 잠시라도 모여서 의논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아무리 리모트 환경이 개선되었어도 뾰족하게 이슈를 정의하고 단서를 찾고, 치열하게 논의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얼굴을 맞대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가벼운 이슈라면 모를까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출근과 재택 중 무엇이 효율적인가는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출근이 더 효율적인 상황은 언제인가, 그리고 재택을 통해서도 충분히 효율적일 수 있는 상황은 언제인가 하는 질문은 충분히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


4. 더 중요한 질문은 지금의 상황이 출근과 재택 중 무엇이 더 효율적인지를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출근과 재택이 효율적인 각각의 상황에 공감대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이 그 중 어떠한 상황인지를 판단하는데는 각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상황이라면 모두가 쉽게 의견이 모아지겠지만, 세상에는 항상 반쯤 걸쳐진 상황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견이 갈릴 때 누가 결정할 것인가? 혹은 출근해서 결정할 지, 재택을 통해 해결할 지에 대해서 매번 협의를 해야할까. 어떻게 하면 가장 직관적으로 이러한 기준을 결정할 수 있을까.


5. So What?


비브로스에서는 출근과 퇴근, 이 부분에 관해 아래와 같이 회사의 방침을 정했다.


Rule 1: 어디에서 일할 지는 각자가 판단한다.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은 어떻게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오늘 집에서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는 기본적으로 각자가 판단한다.  


뭔가 일하는 척 보이기 위해서 회사로 출근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데도 출근하기 싫어서 집에 있지도 않는다. 이 판단은 기본적으로 각자가 한다. 자신의 몸 상태와 그날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가령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동료들과 만나서 의견을 구하고 실마리를 찾는 것이 좋은지와 같은 판단은 구성원 각자에게 맡긴다.


Rule 2: 리더는 필요하면 언제든 회사로 호출할 수 있다(Rule 2는 Rule 1에 우선한다).


그러나 각자의 판단과는 관계없이 리더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구성원을 언제라도 회사로 호출할 수 있다. 리더는 전체를 조망하고 팀원 각각이 느끼지 못하는 어긋남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왜 회사로 오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은 필요없다. 매번 구성원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리더가 오프라인 미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는 언제든 호출한다.  


굳이 오프라인 미팅이 필요없는 상황인데 습관적으로 오프라인 미팅을 소집하는 경우나,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잠시 모여 부러뜨리는 것이 효율적임을 알고 있음에도 팀원의 눈치를 보며 호출하지 못하는 리더는 업무 능력과 관계없이 리더 자리에서 내려온다(리더보다는 팀원으로서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한다). 반대로, 팀원들은 자신의 리더의 판단을 믿고 리더가 호출하면 오프라인 미팅에 참석하여 문제해결에 동참한다. 


가이드는 위와 같이 단 두 줄이다. 구구절절한 복잡한 가이드가 추가되지 않는다.


가령 리더가 호출할 때는 24시간 전에는 알려야 한다거나, 하와이에서 근무해도 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는 두지 않는다. 리더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호출한다. 가령 내일 잠시 모여서 의논하자고 할 수도 있지만, 오전에 회의를 하다가 잘 해결이 되지 않는데 시급한 사안일 경우에 '이러지 말고 오후에 잠시 모이자'고 말할 수 있다. 리더의 상식적인 요청에 응답할 수 없는 상황(가령 하와이에 있는 상황)은 구성원 스스로가 만들지 않는다. 


6. 평가는 어디에서 일했는가 아니라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따라 부여한다.


회사에 자주 출근한 것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반대로 재택 위주로 근무했다고 해서 불이익도 없다. 집에 있으면 왠지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 굳이 회사에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는 동료를 끌어앉고 불필요한 1:1과 티미팅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마이너스다. 반대로 벽에 꽉 막혀있는데 답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성과에 좋을리가 없다.


그냥 심플하다. 어디에서 일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성과를 냈는지로 평가하면 된다.


7. 누구를 지키고 누구를 채용할 것인지에 훨씬 더 노력한다.


자신에게 선택할 자유가 주어졌을 때 환호하는 대신 오히려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강제로 어떤 상황과 가이드가 주어졌을 때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 안도하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면 굉장히 많은 경영진들이 '시기상조'나 그건 '어떤 역량 이상의 회사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럼 언제쯤 가능할 것 같은가, 혹은 그 시기를 당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물으면 보통 답이 없다. '지금이 아니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사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선택의 자유를 주고, 평가와 보상을 통해 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지키고, 이 문화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을 채용한다.


경험적으로 돌이켜봤을 때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같은 것은 없다. 그것은 '내일부터 달리기를 할 거야'라고 말하며 오늘 햄버거를 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말로 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언제나 더 낫다. 당연히 문제는 발생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는가, 정말로 그러한 문화를 만들고 싶은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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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를 잡아당긴다. 우리는 어떤 꿈을 꾸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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