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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Aug 29. 2024

똑닥, 프리챌의 악몽을 지우다.

#유료멤버십

2002년 11월, 커뮤니티 최강자였던 프리챌은 늘어나는 손실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사용자 대상의 유료화 정책을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프리챌에 큰 애착을 보였던 핵심 사용자층이 크게 반발했고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 싸이월드와 다음카페로 이탈했다. 반년 후, 프리챌은 유료화 정책을 철회했으나 한번 돌아선 유저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프리챌은 쇠락의 길을 걷다가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프리챌의 유료화 실패는 한국의 IT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무료로 사용자를 끌어모은 서비스는 유로로 전환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상식으로 자리잡았고, 그렇게 성장한 서비스가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마침내 BM을 고려하게 되었을 때에도 사용자에게 직접 과금하는 모델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트래픽을 늘린 후에는 1) 게임 아이템이나 도토리와 같이 부분 유료화 정책을 도입하거나, 2) 핵심 서비스는 무료로 둔 채 광고를 통해 제 3자로부터 수익을 냈다.


프리챌은 실패했지만, 사용자를 모으면 돈이 된다는 믿음은 계속되었다. 아니, 계속 되어야 했다. 그렇게 '프리챌 유료화'는 20년 넘게 금기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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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리챌은 정말로 왜 실패했을까. 단순히 사용자에게 과금을 시도했다는 것 때문일까. 


프리챌의 유료화를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자.


1) 월 3,300원 정액제였다.


2) 모든 사용자가 아닌, 커뮤니티 운영자에게만 과금을 했다.


3) 이메일 용량을 100배 넘게 증액하는 등, 유료 과금에 따라 운영자에게 큰 폭의 부가 혜택을 주었다.


4) 유료화 공지는 매우 짧은 시간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5)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반발하자, 유료화에 동의하지 않은 커뮤니티는 즉각적으로 폐쇄하겠다는 매우 강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하는 것은 가격과 과금대상이다.


20년의 세월을 고려하더라도, 월 3,300원은 사실 그렇게까지 큰 금액은 아닐 수 있다. 특히 모든 사용자가 아닌 커뮤니티 운영자였다면 더욱 그렇다. 커뮤니티 운영자는 공동구매나 커뮤니티 내 광고를 통해 자체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더군다나 유료화를 기점으로 커뮤니티 운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각종 기능들이 큰 폭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모든 유저에게 더 적은 금액을 과금하는 대신, 소수의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적정한 금액을 과금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이 정도는 당연히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충분히 갖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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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커뮤니티 운영자는 아마도 프리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저 중에 프리챌에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프리챌을 통해 이전에 없는 기회를 발견하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주도하며, 프리챌과 함께 성장하면서 그 누구보다 프리챌을 아끼고 사랑했을 찐팬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따끔한 질책을 아끼지 않았겠지만, 그 누구보다 프리챌과 함께 하려는 마음이 컸을 핵심 유저층이 아니었을까.


3,300원.


큰 돈은 아니었을 것이다. 프리챌을 떠나 처음부터 커뮤니티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수고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운영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왜 그랬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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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닥에 유료멤버십을 도입하면서 프리챌의 유료화 실패 과정을 굉장히 오랫동안 살펴보고, 고민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렸다.


먼저 가격.


가격은 처음부터 월 천원, 연 만원이었다. 그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가격은 최대한 낮아야 했다.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가 유료화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이어지는 메시지는 굉장히 간결해야 했다. 유료화가 되었는데, 화가 났는데, 그래서 얼마인데? 라는 생각이 이어졌을 때,


그 때 처음으로 바라보는 그 숫자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똑닥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에 대한 설명은 그 다음이다. 


한 번 책정한 단가는 어지간하면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일단 처음에 단가를 높게 세팅한 후 할인을 주는 것처럼 해서 원하는 단가를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그 자체로 복잡하다. 설명이 구구절절해진다. 


다음으로 기본기능과 유료기능의 분리, 그리고 과금대상.


똑닥을 이용하는 유저는 크게 두 타입으로 나뉜다. 첫째는 똑닥을 통해 접수와 예약을 하는 유저이다. 얼핏보면 그것이 똑닥을 이용하는 이유일 것 같지만, 실제로 이 숫자는 똑닥 MAU의 일부분이다. 


그보다 훨씬 많은 유저는 두 번째 타입으로, 똑닥을 통해 주변의 병원을 찾고 그 병원에 현재 몇 명의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능을 주로 이용한다. 병원에 가서 허탕을 치거나, 굳이 전화를 걸 필요없이 똑닥을 도입한 병원이라면 실시간으로 해당 병원의 환자수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똑닥을 통해 접수, 예약한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병원에 가서 현장 접수를 하게 되면 자기가 몇 번째인지 똑닥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기가 길다면 아이와 함께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집에 갔다올 수도 있다.


월 천원의 과금은 첫 번째 유저에 한정하기로 했다. 똑닥으로 접수, 예약하지 않은 경우에도 다수의 유저들이 기존대로 똑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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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가장 많은 시간을 준비한 것은 똑닥이 왜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병원과 유저에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똑닥은 7년 동안 병원과 유저 양쪽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의료법상 돈을 받고 병원으로부터 광고를 받는 것은 쉽지 않고, 법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유저에게 어떤 병원을 보여주어야 하는가의 랭킹에 과금여부가 영향을 주는 것은 서비스의 본질에 벗어난다고 생각했다. 


광고말고 똑닥을 사용하는 병원으로부터 일정액의 비용을 받으면 되지 않는가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러기에는 똑닥을 통해 접수와 예약이 일어나는 병원 수가 매우 적었다. 단순히 똑닥에 병원이 검색되고 실시간으로 환자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과금하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똑닥을 도입한다고 병원의 환자가 느는 것도 아니고, 똑닥이 완전히 해당 병원에 자리잡기 전까지는 병원의 운영 리소스가 감소하는 것도 아니었다. 


브랜드나 기업 광고를 받기에는 똑닥의 DAU나 이용시간이 너무 적었다. 무엇보다 똑닥은 '목적형 서비스'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명확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이 달성되면 굉장히 빠르게 앱을 닫는다. 아이가 아파서 똑닥을 켰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구매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 광고의 가치는 매우 낮다. 


똑닥이 앞으로 광고를 통해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똑닥에 어울리는 방식을 찾는 것이 필요했고, 그것은 시간이 걸린다. 1년반의 런웨이가 남은 상황에서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다.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똑닥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월 천원, 연 만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유저들이 생각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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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한 것은 똑닥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병원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병원으로부터 과금을 하지는 않지만, 유료화에 따른 유저의 항의를 직접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것은 병원이기 때문이다. 


사실 병원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답은 똑닥 도입을 철회하는 것이다.


똑닥 도입을 철회한다고 해서 병원의 환자가 줄지는 않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대기하는 환자가 많아지고 병원 내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 병원을 찾는 환자수는 큰 차이가 없다. 사람들은, 특히 어린 자녀를 갖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잘 치료해줄 수 있는 병원을 찾아간다. 똑닥은 병원 내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이 똑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병원에서 기다리는 것이, 특히 어린 자녀를 데리고 병원에서 기다리는 경험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기 때문이다. 


5월부터 7월까지 약 3개월 동안 600곳이 넘는 병원을 직접 찾아갔다. 원장님과 간호사를 만나 똑닥의 유료화 결정을 설명드리고 의견을 들었다. 질책과 조언을 가리지 않고 의견을 듣고,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했다. 똑닥 상황은 이해하지만 유료화가 되면 똑닥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겠다는 병원들도 있었지만, 꽤 많은 병원에서 똑닥의 상황을 이해해주었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아래와 같다.


내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는 잘 이야기해 볼께요. 하지만, 환자들이 정말로 싫어하면 그 때는 똑닥도입을 철회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똑닥에서도 잘 준비해서 런칭했으면 좋겠네요.


이런 것들은 메일과 공지사항으로 들을 수 없다. 세상에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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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대상의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웠다. 병원은 숫자가 한정되어 있고 물리적 실체가 있다. 그러나 다수의 유저와 직접 얼굴을 보면서 똑닥의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도하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똑닥앱을 통해 똑닥에서 고민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의견을 줄 유저들을 신청을 받아 20명 정도로 끊어서 구글밋을 통해 원격으로 세션을 여러 차례 진행을 했다. 똑닥을 많이 이용하는 유저로부터 이제 막 똑닥을 알게된 유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저를 대상으로 똑닥이 어떤 상황이고,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피드백을 들었다.


처음 유료 멤버십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갖는지, 똑닥의 결정을 이해하는지, 설명이 잘 이해가 되는지 혹은 좀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유료 멤버십 런칭 이후에도 똑닥을 계속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가감없이 이야기를 들었다. 스무명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똑닥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유저들이 우리의 결정에 대해서 어떤 느낌을 갖는지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그 간격을 좁힐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견을 묻고 또 물었다. 


하나의 세션에서 부족했던 것들은 수정을 해서 다음 번에 새로 모인 스무 명의 유저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듣고, 다시 또 수정하여 스무 명의 세션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들었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스무 명의 반복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유저들을 직접 만난다고 생각을 했다.


유저를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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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멤버십을 준비하며 같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한 키워드는 '진정성'이었다.


뭔가를 그럴 듯 하게 꾸미려고 하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놓자. 이런 상황이고, 이런 고민을 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이야기를 듣고 계속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나가자고.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똑닥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해해줄 것이란 것을 믿자고.


그리고 만약 그 이해를 얻지 못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서비스를 종료하자고.


다만 우리가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하고, 우리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고, 응원이든 질책이든 계속해서 듣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설득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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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유료화를 안내하고, 9월부터 도입하되, 첫 유료결제는 10월부터 진행되도록 단계를 나누었다. 유저들에게 충분히 안내하고, 빠른 결제를 유도하기 위한 프로모션은 진행하지 않았다.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무엇보다 많이 들었다.


똑닥 앱 내의 커뮤니티탭이나 기사 덧글, SNS나 각종 커뮤니티에서 똑닥에 대해서 다루어지는 내용은 그것이 응원이든 질책이든 비난이든 가리지 않고 빠짐없이 보고,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이나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찾아 최대한 빠르게 개선했다.


가령 지금은 천원이라고 해도 나중에는 금액을 올릴 수 있지 않는가의 의견에 대해서는 똑닥 앱내의 공지사항을 통해 멤버십 금액은 앞으로 변경이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똑닥 내부적으로도 멤버십 비용은 똑닥의 운영비용을 커버하기 위해서 진행한 것이고, 이것을 통해 이익을 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행히 멤버십을 통해 혹시라도 BEP 이상의 이익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병원과 환자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투자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천원이 정말로 부담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똑닥앱의 1:1 문의하기를 통해 최소한의 확인을 거친 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바로 정책을 수정했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본인 진료에 한해 유료멤버십을 결제하지 않고도 병원을 접수, 예약할 수 있도록 빠른 시간 내에 변경하겠다고 고지했다. 시간을 끌지 않고 최우선으로 개발하여 현재는 적용이 완료된 상태다.


유료화를 통해서 좋아지는 부분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가족등록 설정을 통해 엄마와 아빠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유료멤버십을 결제하면 본인 혹은 자녀의 병원 접수 및 예약을 진행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고, 다자녀 아이를 가지고 있는 부모는 아이를 따로따로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두 명 이상의 아이를 동시에 접수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어떤 결정이든 최대한 빠르게 검토했고, 정책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은 즉시, 그리고 개발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공지로 먼저 안내하고 1-2개월 내에 개발을 완료했다. 기술적인 한계나 리소스 부족으로 인해 모든 요청사항을 처리할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실행에 초점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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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답하기 어려운 부분은 의료는 공공의 영역인데 왜 민간기업이 그 사이에서 영리를 취하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학교와 달리 현실에서는 정답이 없는 질문이 많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모든 의견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의 입장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다름을 애써 숨기려 하고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논의가 필요하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관련해서 회사의 의견이 아닌 내가 갖는 의견은 아래와 같다.


국가가 더 잘하는 부분이 있고, 민간이 더 잘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는 공공의 영역이지만 병원은 국가 소유가 아니다. 국가는 의료보험체계를 구축하고 관리하며 일선의 병원들과 끊임없이 교류한다. 모든 것을 국가가 하는 것보다는 어떤 부분을 국가가 진행하는 것이 좋고, 어떤 부분은 민간에 위임하고 경쟁을 시키되 부작용을 줄이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민간기업과 이야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직접 만들어서 운영을 하든, 민간기업이 만들어서 운영을 하든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고 개선하는데는 돈이 들어간다. 똑닥과 같은 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만들었을 때 더 좋은 기능을 더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공공에 관련된 것은 모두 국가에서 진행해야 한다라고 하는 의견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다만, 민간기업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현행법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 병원, 유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고 생각한다.


똑닥의 유료 멤버십을 진행하면서 보건복지부와 좀더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뒤늦게 많이 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으로서 준비 과정에 부족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지나고 나서 알 수 있는 부분이고, 아쉬웠던 부분은 복기를 하고 그 시점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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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닥의 유료 멤버십이 성공하면 스타트업들이 앞 다투어 유료화를 도입하고 플랫폼으로서의 우월적 위치를 이용하여 사익을 도모하게 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굉장한 Risk를 가지고 있고, 실패했을 때 원복하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 정말로 자신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의 가치를 믿고, 무엇보다 그 서비스의 핵심 유저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회사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닥의 유료 멤버십이 의미를 갖는다면,


부분 유료화나 광고가 아닌,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는 것 역시 충분히 하나의, 그리고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언제라도 BEP을 달성할 수 있는 서비스는 굳이 유료화를 통하지 않고서도 가치에 맞는 Valuation을 인정받고 투자를 받고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프리챌 유료화 실패로부터 벗어날 때가 되었다.


스타트업의 모든 도전은 실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프리챌 유료화 실패 건이 없었다면 똑닥의 유료 멤버십도 실패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실패가 있었기에, 그만큼 더 문제 해결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만약 똑닥 역시 실패한다면, 똑닥의 실패를 분석하여 좀더 나은 방법을 다른 스타트업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스타트업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답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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