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야 잘 죽는다

해양장을 아시나요?

by 몽상가


인천 여객터미널에 가면 파란 바다, 파란 하늘, 파란 나라라는 이름을 가진 파란색 배 3 척을 볼 수 있다. 파란색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이 세상 소풍을 마친 한 인생의 골분이 바다로 뿌려지고 생화를 산분(散粉)하는 해양장이 펼쳐진다. 육지에서 장례식을 치른 유족들은 화장을 마친 골분과 함께 인천 여객터미널로 이동하여 지정된 배에 올라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다 위에 두둥 떠있는 장례용 파란 배 3척을 처음 보기에 자신이 유족인 것도 잊고 호기심 어린 눈빛이 되곤 한다. 파란 바다, 파란 하늘, 파란 나라 이 3척의 배 중에 배정된 배에 오르면 간단한 제례의식과 함께 음악이 깔리며 도자기에 담긴 골분이 바다에 먼저 뿌려지고 유족들이 꽃을 한 줌씩 바다에 던져 넣는다.


해양장은 1995년부터 인천 앞바다에서 시작되었는데 2025년 1월부터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시행되면서 해양장이 합법화되었다. 해양장은 육지 해안선에서 5km 이상 떨어진 해양에서 산분 할 수 있는 장소 또는 시설을 마련한 장사시설에서 할 수 있고 전국 해양장의 70%가 인천 앞바다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인천대교 쪽에서 바라보면 등대같이 생긴 초록색 부표를 볼 수 있다. 해양장을 마친 배가 마지막 의식으로 부표를 한 바퀴 도는데 그 부표에 새겨진 숫자가 고인의 바다 무덤 표식이다. 바다 위에는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 골분과 생화가 춤을 추며 바다 위 꽃길을 만든다. 파란 배가 죽은 자의 표식인 숫자가 적힌 초록 부표를 돌 때면 누군가는 소리 죽여 애달파했고 누군가는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두 가지 방식의 애도 방식을 보면서 사람은 죽어서도 남겨진 사람들을 통해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 또 한 사람이 해양장을 준비하고 있다. 장강명 작가의 아내인 김새섬 씨는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을 앓고 있는 암환자이고, 동시에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을 운영하고 있다. '교모세포종'은 각종 치료방법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평균 생존기간이 12~14개월인 악성도가 매우 높은 질환으로 2025년 4월 말 뇌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그는 현재 '암과 책의 오디세이'라는 팟캐스트를 남편과 진행하며 자신의 생을 불태우고 있다. 너무나 밝고 정겨운 목소리로 자신이 먹는 음식, 치료, 책 등 주변의 일들을 투명하게 전하는 김새섬 씨는 사후에 해양장을 원한다고 한다. 해양장을 원하는 이유는 의례적인 절차를 좋아하지 않아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였으며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내기 어렵고, 부조금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떠나기 전에 이미 자신의 장례방식을 해양장으로 할 것을 유서로 남겨두었다. 이 두 사람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 아니 삶을 대하는 태도에 저절로 숙연해졌다.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죽고 나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고 나서 남겨진 사람들을 통해 다시금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 죽은 자는 살아있을 때 보다 더 명확하게 산자에게 각인된다. 죽었으나 살았을 때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애도의 깊이와 방향이 달라진다면 너무 가혹한가. 그러나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사는 것과 동의어로 볼 수 있다. 좋은 삶을 사는 자만이 좋은 죽음과 남겨진 사람에게로 이행되는 아름다운 애도가 균형을 이룬다.


해양장을 지켜보며 남겨진 사람들이 보이는 두 가지 다른 애도의 방식은 똑같은 죽음이지만 어떻게 살았느냐가 그 죽음에 대한 산자들의 대답이 다른 애도로 표현되고 있음을 이해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새섬 씨가 죽음을 준비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과 인식은 좋은 삶으로 향하고 있기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좋은 죽음으로 아름다운 존재를 드러낼 것이다.

잘 살아야 잘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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