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창업 이야기 23
카메라는 카페와 출판사 사무실 곳곳을 촬영하고 있었다. 나도, 팀원들도 신이 났다. 오래도록 준비한 우리의 소중한 시간들이 예쁜 모습으로 담기길 원했다. 출판사를 설립한 이유와 배경 그리고 출판사를 통해서 지역사회에서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한 계획들로 인터뷰를 하였고, K방송국 대구 오후 9시 뉴스와 오전 7시 뉴스에 관련 내용이 보도가 되었다.
출판사를 설립하고 3개월 만에 일어난 고무적인 일이었다. 워드스미스 출판사가 가진 미래의 비전 지역사회에 기여하려는 바가 잘 어필이 되었고, 그 가치를 잘 알아봐 주었다. 촬영기자님, 인터뷰를 진행해주신 신 기자님께 무척이나 감사한 하루였다.
팀원과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텔레비전에 나오는 우리 출판사의 모습을 보는 것은 대단히 행복했다. 다음날 책, 판매 양도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방송의 힘을 체감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꿈이라는 가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다시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투자하겠다는 것. 즉 긍정과 희망의 선순환의 문화콘텐츠 사업을 이끌어가는 출판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2014년 겨울에 출판사를 설립하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첫 책을 내는 과정에서 경험한 다양한 일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때로는 진중한 태도로 풀어나갔다. 또, O뉴스에 연재한 기사를 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또 그 다양한 수만큼이나 광범위한 피드백을 주셨다.
그중에는 가슴 뛰게 하는 격려도 있었고 때로는 낙담시키는 비판도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처음에 마음을 정하고 2015년 한 달 정도 동안 출판업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했던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잘 지켜온 것에 대해서 나 스스로 고맙고 감사하다.
출판 일은 결코 쉽거나 만만하지 않다. 제작 기일에 쫓겨 날밤을 새기도 해야 하고 새로운 책을 기획할 때면 몇 날 며칠을 제목 한 줄 때문에 잠 못 이루기도 한다. 그래도 애써 만든 책이 세상에 나와 서점에 깔리고 그 서점에서 수많은 고객들의 손에 놓여 마음으로 읽힌 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다. 팔리고 안 팔리고는 시장이 결정할 일이다. 그래서 내 뜻과는 다르게 펼쳐질 수 도 있다. 그래도 낙담하지 않아야 한다.
난 출판업을 단순히 책을 출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출판업은 누군가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사업이다. 책을 내는 것이 꿈인 사람뿐만이 아니다. 책 출간을 통해서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필드를 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서 출판은 꿈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도 책은 꿈을 찾는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해낸다.
수없이 많은 원고 투고에서 거절당하고 자신의 재능에 의심을 가지는 작가들, 꿈이 책을 쓰는 것이나 수없이 많은 주위의 반대와 경제적인 이유로 그 꿈을 놓칠 미래의 수많은 예비 조앤 롤링(해리포터 작가), 스티븐 호킹을 위해서 난 "나도 작가다"라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역의 젊은이들과 책 출간을 버킷리스트에 담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책 출간의 벽을 낮추고 현실 가능한 트레이닝 계획을 제공하려 한다.
매일 새벽마다 이 원고를 작성했다. 수많은 독자를 만나는 기쁨도 컸지만, 매일매일 누군가와 나눌 글을 쓴다는 즐거움에 힘듦은 몰랐다. 지난 한 달 O뉴스에 연재한 대구 촌놈의 좌충우돌 첫 책 출간기 기사 작업은 나의 하루의 시작과 같았다. 부족하고 미흡함이 많았지만 20만 명이 넘는 독자분들께서 지역의 출판 이야기를 읽어주셨다.
원고를 마친 나는 김 디자이너와 함께 미국의 알래스카로 향했다. 페어뱅크스라는 조그만 시골 마을인 그곳은 시애틀에서 내려 3시간 반쯤 비행기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나는 그곳에서 2번째 책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첫 책을 쓰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두 번째 책을 쓰는 과정도 쉽지 않은 건 매한가지다. 우리는 중요한 작업을 집중해서 해야 할 때는 방해받지 않는 곳으로 떠나 혼을 다해 작업한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잠시 숙소 밖을 바라보면 우리는 광활하게 펼쳐진 오로라에 감탄하고, 매서운 얼음 칼바람에 정신이 확 들었다.
이 따끔씩 한국에서 들려오는 독자의 소리에 나는 오늘도 백지위에 써 내려가야 할 가볍지만은 않을 펜을 들어본다. 잉크의 한 방울은 결코 물 한 방울과 같지 않다. 마음을 재단하는 잉크는 때론 피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희망과 사랑과 용기를 부르는 글을 전하는 작가이며 동시에 아름다운 글을 기획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출판사 대표이고 싶다.
우리는 이제 막 3년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하지만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성장만큼이나 우리의 책도 성장한다. 더 나은 책을 만들기 위한 오늘 그리고 매일 우리는 오늘도 설레며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