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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ikun Dec 22. 2017

대학원 일기 1 - 연구란 무엇인가.

연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연구란 무엇인가.


처음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재학생 선배들과 만나는 자리가 생겼었다. 대학원 과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나는, 궁금한 것을 자유롭게 물어보라는 말에 이렇게 질문했다.


연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연구? 말만 들어봤지 사실 연구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했다.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지만 학부시절에는 논문 한 편 제대로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 3학년 때 수강하던 커뮤니케이션 측정과 통계 강의의 과제를 위해, 당시 교수님의 한국어로 된 옛날 논문 한편을 읽고 요약해 본 것이 전부였다. (이 수업은 지금에 와서 꽤 큰 도움이 됐다.) 심지어 학부 졸업을 위한 학사논문도 필요 없이 졸업할 수 있었으니, 논문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이런 나에게 논문의 구조는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어떤 방법론을 사용해야 하는지, 주제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는 너무나도 어려운 얘기였다.

그러면 연구는 어떻게 하는가. 관심 있는 주제를 잡고 최대한 깊게 판다고 생각하면서 범위를 좁혀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요즘 AI 스피커가 유행이고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는데, 신기한데? 에서 시작해보자. AI 스피커는 음성인식이 중요하다.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는 어떻게 구분될까? 하면서 궁금한 점을 찾아가 본다. Voice User Interface니, Natural User Interface와 같은 개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이런 UI를 사용하는 제품을 비교한다던지, 혹은 특정 서비스나 제품을 분석한다던지, 사람들에게 설문을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도 좋은 과정일 것이다. Google Scholar에서 내가 정한 키워드를 검색하면서 비슷한 논문을 찾아보고,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보기도 한다. 자료는 어디서 수집할 것인지, 실험을 진행할 것인지, 논문의 흐름을 생각하면서 큰 그림을 한번 그려보자.


연구와 논문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을 때, 잘 쓰인 논문을 보면서 논문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어떤 느낌으로, 스타일로 연구를 스케치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감을 잡게 됐다. 또한 주제를 잡기 어려울 때, 나는 주로 다양한 미디어에서 인사이트를 얻곤 한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뉴미디어에 대해 깊게 분석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미디어를 선호하는 편이다.


혹은 어떤 관심 주제든 내 연구와 관련지어 보는 것도 좋다. 기계적으로 논문을 쓰는 것 같은 우리 과의 박사과정 형은 길을 걷거나 샤워를 할 때도 논문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시도 때도 없이 논문 생각을 하라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얘기인지 처음엔 와 닿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까지 논문이 마음속에 들어오진 않는다..) 그러던 중 내가 흥미롭거나 재밌다고 생각하는 무언가에 의문부호를 달기 시작했고, '이건 왜 이렇게 될까?, 왜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까?'와 같은 엉뚱한 생각을 가지다 보니 논문 주제로 발전시킨 케이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걸로 엄청난 내 논문을 쓰겠다'가 아니라 '이거 재밌지 않을까?' 하면서 궁금증을 가지면서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인드를 바꾸니 뭔가 되더라.'

물론 정답은 없다. 그냥 내 이야기를 풀었을 뿐이지 이것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막막했던 순간을 지나 이제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됐기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엔 눈물을 머금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준비해오던 주제를 엎어버렸다. 뚜렷한 그림이 나오지 않아서 그랬다. 수십 편의 영어 논문을 찾으면서 읽는 것도 너무나도 힘든 과정이지만, 인내해야 달콤한 맛을 볼 수 있을 테니. 쓴맛 뒤엔 달콤함이 기다리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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