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날 초민감자의 회복 방법

감각 과부하로부터의 회복

by 이지현

어느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나를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형광등 불빛은 칼날처럼 눈을 찌르고, 사람들의 평범한 대화 소리는 의미 없는 소음의 파도가 되어 머리를 때립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운데 신경은 바늘 끝처럼 날카롭게 곤두서 있습니다. 결국 집에 돌아오자마자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불 꺼진 방 침대에 쓰러져 세상과 나 사이에 두꺼운 벽을 치는 것뿐입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감각 과부하(Sensory Overstimulation)'는 이처럼 갑작스러운 셧다운(Shutdown)의 형태로 찾아옵니다. 이는 단순히 '피곤하다'는 상태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뇌의 회로가 타버린 듯, 더 이상 어떤 정보도 처리할 수 없는 완전한 방전 상태입니다. 이런 날이면 우리는 무기력한 자신을 탓하며 자괴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감각 과부하는 나약함의 증거가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초민감자의 신경계가 보내는 'SOS 신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초민감자의 신경계가 이토록 쉽게 과부하에 이르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탐색하고, 과열된 시스템을 안전하게 재부팅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서의 '향기' 활용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감각 과부하: 왜 나만 유독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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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민감자(HSP)의 뇌: 필터가 얇은 고성능 수신기

감각 과부하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이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이는 결코 당신의 성격적 결함이나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초민감자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독특하고 특별한 방식에서 비롯된 완전히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입니다. 초민감자의 뇌를 비유하자면, 마치 세상의 모든 미세한 주파수와 신호까지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잡아내는 매우 정교하고 민감한 '고성능 수신기'와 같습니다. 이 특별한 수신기는 다른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작은 변화와 세부사항까지 포착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호의 볼륨을 적절하게 조절하거나 불필요한 주파수를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필터'의 성능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설정되어 있어 쉽게 과부하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뇌의 '정보 처리 용량' 초과

비초민감자의 뇌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감각 정보(예: 카페의 배경 소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를 무의식적으로 필터링하여, 중요한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인지적 자원을 확보합니다. 하지만 초민감자의 뇌는 이 필터링 과정 없이 더 많은 정보를 대뇌피질로 통과시킵니다. 즉, 우리의 뇌는 한정된 '정보 처리 용량'을 가지고 있는데,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이 용량을 초과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좁은 도로에 너무 많은 차가 한꺼번에 몰려 발생하는 '신경학적 교통 체증'과 같습니다.


감각 과부하의 과학: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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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과부하 상태가 되면, 뇌의 경보 시스템인 편도체(Amygdala)가 극도로 활성화됩니다. 편도체는 위협을 감지하고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키는 기관으로, 이 기관이 활성화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대량으로 분비됩니다. 동시에, 이성적 사고와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기능은 급격히 저하됩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인지적 증상
머리가 멍해짐(브레인 포그), 생각의 단절, 결정 장애, 평소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어렵게 느껴짐.

감정적 증상
극도의 예민함, 사소한 일에 대한 분노 폭발, 이유 없는 눈물,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충동.

신체적 증상
극심한 피로감, 두통, 근육 긴장, 소화 불량, 심박수 증가.




향기가 감각 과부하에 작용하는 메커니즘


향기: 과열된 신경계를 위한 '강제 종료'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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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로 다운된 컴퓨터를 재부팅하듯, 과열된 우리의 신경계에도 안전하게 시스템을 재시작할 '강제 종료' 버튼이 필요합니다. 향기는 이성적인 노력을 건너뛰고,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여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감각 과부하는 시각, 청각 등 여러 감각 채널에 무질서한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상태입니다. 이때, 우리가 의식적으로 하나의 강력하고 안정적인 감각, 즉 '후각'에 집중하면, 뇌의 주의를 다른 혼란스러운 감각들로부터 의도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패턴 인터럽트(Pattern Interrupt)'라고 합니다. 혼란의 패턴을 깨고, 뇌에 새로운 초점을 제공함으로써 과부하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입니다.


교감신경계에서 부교감신경계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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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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