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을 지지하는 '담백한' 향기

화려한 피날레가 부담스러운 당신에게

Dec 31. 2025 brunch_membership's

12월 31일의 저녁, 세상은 들썩이는 분위기로 가득 찰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켜면 화려한 파티 사진,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해돋이를 보러 떠나는 사람들의 설렘 가득한 모습들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모두가 한 해의 마지막을 특별하게 장식하고, 감동적인 회고와 희망찬 다짐을 나누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화려한 풍경들을 바라보다 문득 고개를 들어 나의 방을 둘러보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적막만이 감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대비 속에서 우리는 왠지 모를 소외감이나, 나만 이 시간을 너무 밋밋하게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한 해의 마지막 날은 무언가 특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곤 합니다. 1년을 정리하는 거창한 의식을 치르거나, 누군가와 함께 시끌벅적하게 카운트다운을 외쳐야만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초민감자(HSP)들에게, 아무런 이벤트 없이 12월 31일을 보내는 것은 찜찜한 기분을 남길 수 있습니다.

12월 31일도 결국은 우리가 살아온 365일 중 하루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특별한 이벤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어쩌면 나를 지치게 하지 않는 편안한 일상을 지키는 것일 수 있습니다. 화려한 향수나 자극적인 향기 대신, 들판에 핀 작은 꽃처럼 수수하고 편안한 향기는 우리에게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이번 글에서는세상의 들뜬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고요한 속도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법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향기는 당신의 평범한 저녁이 실은 가장 평화롭고 안전한 시간임을 부드럽게 일깨워 줄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마지막 날에 유독 작아지는가?

비교가 만들어내는 상대적 박탈감

SNS와 미디어는 연말의 풍경을 가장 화려하고 행복한 순간들로 편집하여 보여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인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나의 비하인드 장면을 비교하게 되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쉽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초민감자는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깊이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화면 너머의 즐거움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동시에 그곳에 속하지 못한 나의 현실을 더욱 크게 자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연결되어 환호하는 것 같은 세상에서 홀로 동떨어진 듯한 느낌은, 평소보다 더 깊은 고독감과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 해를 잘 보냈는가에 대한 자기 검열

12월 31일은 일종의 성적표를 받는 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증명해 보여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HSP의 완벽주의적 성향과 깊은 자아 성찰은, 성취한 것보다는 놓친 것, 잘한 것보다는 아쉬운 것에 더 집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는 사실이 마치 특별한 성취가 없었던 한 해를 대변하는 것 같아,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고 자책하게 되는 마음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무의식적 긴장

내일부터 숫자가 바뀐다는 사실,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사실은 뇌에게 변화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변화에 민감한 HSP의 신경계는 이 시점에 무의식적인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남들처럼 파티를 즐기거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에너지 소모를 가중시키고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적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다는 불안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초민감자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주는 피로감

감각 과부하와 군중 속의 고독

연말의 거리는 빛과 소리,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번쩍이는 조명, 시끄러운 음악, 들뜬 사람들의 높은 에너지 톤은 초민감자의 감각 처리 시스템에 과부하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즐거움보다는 피로감이 먼저 찾아오고, 많은 사람들 틈에 있어도 오히려 기가 빨리고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수 있습니다. 남들이 즐거워하는 환경이 나에게는 고통스러운 자극이 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기보다 더 큰 외로움과 괴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감정의 강요와 부조화

연말 모임이나 파티는 즐거워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지배하는 공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차분하거나 혹은 우울할 때, 억지로 분위기를 맞추고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은 감정 노동이 될 수 있습니다. 내면의 상태와 외부의 표현이 일치하지 않을 때 겪는 감정 부조화는 HSP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며, 파티가 끝난 후 허무함과 탈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