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맵고 쓴 지혜, 아요완의 역사

티몰 성분의 원천, 작지만 강력한 힘

by 이지현

작고 쭈글쭈글한 갈색 씨앗인 아요완(Ajwain)은 그 크기와는 달리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강렬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다. 인도와 중동 지역이 원산지로 추정되는 이 식물은 미나리과(Apiaceae)에 속하며, 큐민이나 펜넬과 사촌 지간이지만 훨씬 더 자극적이고 약효가 강한 특성을 보인다. 고대 인도에서는 소화가 안 될 때 가장 먼저 찾는 가정 상비약이었으며, 아유르베다 의학에서는 독소를 태우고 통증을 멎게 하는 중요한 약재로 다루어졌다. 서양에는 비숍스 위드(Bishops weed)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그 진정한 가치는 동방의 역사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번 글에서는 아요완이라는 이름 속에 숨겨진 고대 언어의 흔적을 찾아보고, 인도의 부엌과 아랍의 병원을 오가며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온 이 작은 씨앗의 역사를 상세히 알아본다.




그리스인의 풀

산스크리트어 야바니카(Yavanika) 이방인의 식물

아요완의 힌디어 이름인 아즈와인(Ajwain)은 고대 산스크리트어 야바니카(Yavanika) 또는 야바니(Yavani)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바나(Yavana)는 고대 인도에서 이오니아인, 즉 그리스인이나 서쪽에서 온 외국인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따라서 야바니카는 그리스인의 식물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아요완이 인도 토착 식물이 아니라 서쪽(지중해나 중동)에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혹은 고대 그리스의 약초와 유사하여 붙여진 이름일 수 있다.


그리스어 아미(Ammi),사막의 모래

속명인 트라키스페르뭄(Trachyspermum)이 정착되기 전, 아요완은 오랫동안 아미(Ammi)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그리스어 아모스(Ammos), 즉 모래와 어원적으로 연결 짓기도 한다. 이는 아요완이 건조하고 모래가 많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해석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식물학자들은 이 식물을 이집트나 동방에서 온 향신료로 인식했으며, 큐민이나 캐러웨이와 비슷한 종류로 분류했다.


학명 트라키스페르뭄(Trachyspermum): 거친 씨앗

현대 식물학에서 사용하는 학명 Trachyspermum ammi는 식물의 형태적 특징을 매우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트라키스(Trachys)는 거친(Rough)을, 스페르마(Sperma)는 씨앗을 의미한다. 실제로 아요완의 씨앗을 확대해 보면 표면에 미세한 털이나 돌기가 있어 거칠거칠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매끄러운 펜넬이나 큐민 씨앗과 구별되는 아요완만의 특징이다. 린네 이후의 식물학자들은 고대의 이름과 형태적 특징을 조합하여 이 식물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부엌의 약국이자 소화의 불

아유르베다의 아그니(Agni) 점화자

인도의 전통 의학 아유르베다에서 건강의 핵심은 소화의 불인 아그니를 유지하는 것이다. 아요완은 이 아그니를 강력하게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딥파나 약재로 분류된다. 맵고 쓴맛과 뜨거운 성질을 가진 아요완은 위장의 기능을 깨우고,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인 독소를 태워 없애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믿어졌다. 식사 후에 아요완 씨앗을 씹거나, 콩 요리에 아요완을 넣어 조리하는 것은 복부 팽만과 가스를 예방하기 위한 고대인들의 지혜로운 처방이었다.


호흡기와 통증의 치료제

고대 인도인들은 아요완이 가진 톡 쏘는 향기(티몰 성분)가 막힌 것을 뚫어주는 힘이 있다고 여겼다. 감기로 인해 코가 막히거나 가래가 끓을 때, 아요완을 끓인 물의 증기를 쐬거나 씨앗을 천에 싸서 냄새를 맡는 민간요법이 널리 행해졌다. 또한, 관절염이나 근육통이 있을 때 아요완 오일을 바르거나 찜질을 하면 통증이 줄어들고 부기가 빠진다고 전해진다. 이는 아요완이 단순한 소화제를 넘어, 염증을 가라앉히고 순환을 돕는 전천후 치료제로 가정마다 비치되었음을 보여준다.


산모와 여성을 위한 허브

전통 인도 의학의 관점에서 아요완은 출산한 여성에게 필수적인 식물로 여겨졌다. 출산 후 약해진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궁의 수축을 도우며, 모유 수유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아요완을 넣은 물이나 음식을 산모에게 먹이는 전통이 있다. 또한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 불순이 있는 여성들에게도 아요완은 자궁의 냉기를 몰아내고 혈류를 개선하는 약으로 쓰였다. 이러한 전통은 아요완이 여성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건강을 지키는 수호초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향신료 무역과 의학

이집트의 왕실 큐민

고대 이집트에서는 다양한 향신료가 의약과 미용, 의식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일부 연구자는 고대 이집트 문헌에 등장하는 왕실 큐민이라 불리는 식물이 아요완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집트인들은 이 식물을 소화제나 구충제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빵이나 술의 풍미를 돋우는 데에도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건조한 기후의 이집트에서 아요완은 재배하기 적합한 작물이었으며, 나일강 유역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나갔을 것이다.


아랍 의학의 나크와(Nakhwa)

중동 지역, 특히 아랍 의학에서는 아요완을 나크와(Nakhwa) 또는 나난크와(Nanankhwa)라고 불렀다.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이 이름은 빵과 함께 먹는 것 혹은 식욕을 돋우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랍의 의사들은 아요완이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간의 기능을 도우며, 신장 결석을 배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기록했다. 이븐 시나와 같은 중세 이슬람 의학자들의 저서에도 아요완의 약효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는데, 이는 아요완이 이슬람 문명권의 광범위한 약초학 체계 안에 편입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향신료 루트의 동반자

아요완은 인도양을 건너 아라비아반도와 동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향신료 무역로의 주요 품목 중 하나였다. 비록 후추나 정향만큼 고가의 사치품은 아니었지만, 서민들의 식탁과 약방에 없어서는 안 될 실용적인 상품으로 꾸준히 거래되었다. 대상들은 긴 사막 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배탈이나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아요완을 상비약으로 챙겨 다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고 가벼운 씨앗은 낙타의 등에 실려 국경을 넘나들며, 각기 다른 음식 문화 속에 스며들어 그들만의 독특한 향미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아요완

디오스코리데스의 아미

1세기 그리스의 의사이자 약물학자인 디오스코리데스는 『약물지(De Materia Medica)』에서 아미(Ammi)라는 식물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그는 이 식물의 씨앗이 큐민보다 작고 맛이 맵으며, 씹으면 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묘사했다. 또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생리를 유도하며, 독충에 물린 상처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 기록했다. 현대 식물학자들은 디오스코리데스가 설명한 이 아미가 오늘날의 아요완(Trachyspermum ammi)이거나 그 근연종일 것으로 보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큐민(Cumin)과의 혼동과 구별

고대 로마인들은 아요완을 큐민의 변종으로 취급하기도 했으며, 에티오피아 큐민이나 왕실 큐민과 같은 별칭으로 불린 기록이 일부 존재한다. 두 식물의 씨앗 모양이 비슷하고 소화제로 쓰이는 용도가 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과 향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로마의 미식가들은 아요완 특유의 강렬한 티몰 향(타임과 유사한 향)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요리에 사용하여 큐민과는 다른 풍미를 즐겼을 것이다. 아요완은 큐민보다 더 맵고 자극적이어서, 기름진 고기 요리의 느끼함을 잡거나 강한 양념이 필요한 요리에 선호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약용으로서의 가치

로마 시대에 아요완은 주로 약용으로 소비되었다. 플리니우스는 그의 저서에서 이 식물이 배앓이를 멎게 하고, 차가운 몸을 데우는 데 유용하다고 언급했다. 로마 군단의 병사들이나 여행자들은 물이 바뀌어 생기는 배탈을 막기 위해 와인이나 식초에 아요완을 타서 마시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비록 로마 제국 멸망 후 유럽 본토에서는 사용이 줄어들었지만, 아요완은 지중해 동부와 아프리카 북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약재로 남았다.




잊혀진 허브의 흔적

유나니 의학의 계승

중세 이슬람 세계에서 발달한 유나니(Unani) 의학은 고대 그리스 의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체계였다. 유나니 의사들은 아요완을 자나크와(Zanakhwa)라 부르며 체내의 습하고 차가운 기운을 없애는 중요한 약재로 활용했다. 그들은 아요완이 위장뿐만 아니라 신경계 질환, 마비, 경련 등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지식은 십자군 전쟁이나 무역을 통해 간헐적으로 유럽에 전해졌으며, 일부 수도원 의학서나 약초 도감에 이국의 큐민이나 아미라는 이름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유럽의 비숍스 위드(Bishops Weed)

중세 이후 유럽에서 비숍스 위드라 불린 여러 식물 가운데 하나가 오늘날의 아요완이다. 이 이름은 식물의 꽃 모양이 주교(Bishop)의 지팡이나 모자를 연상시킨다는 설과, 수도원에서 약초로 길러지며 성직자들의 건강을 돌보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유럽의 기후는 열대성 식물인 아요완이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았기에, 대중적인 허브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대신 타임과 같은 허브가 아요완의 역할을 대신했으며, 아요완은 주로 수입된 건조 향신료 형태로 약재상에서 취급되었다.


티몰(Thymol)의 원천

과학적인 분석이 이루어지기 전이었지만, 중세 사람들은 아요완에서 나는 강한 타임 향기를 인지하고 있었다. 훗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아요완 에센셜 오일은 타임 오일보다 더 높은 비율의 티몰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티몰은 강력한 살균 및 방부 효과를 지닌 성분이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이나 의사들이 아요완을 증류하거나 추출하여 사용했다면, 그것은 당대 가장 강력한 천연 방부제이자 소독제 중 하나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아요완은 전염병이 돌 때 공기를 정화하거나 상처를 씻어내는 용도로도 알음알음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대 인도의 부엌에서 피어오르던 매운 향기는 사막을 건너고 바다를 넘어 인류의 식탁과 약상자를 채워왔다. 그리스인의 식물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보여주듯, 아요완은 동서양 문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서로의 지혜를 나누는 매개체였다. 그것은 소화를 돕는 불이었고, 통증을 멎게 하는 약이었으며, 나쁜 기운을 쫓는 향기였다. 비록 서양에서는 잊혀지거나 다른 허브로 대체되기도 했지만, 아요완이 가진 강렬한 생명력과 치유의 힘은 인도와 중동의 전통 속에 깊이 뿌리내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은 씨앗 속에 담긴 맵고 쓴 그 맛은, 수천 년을 견뎌온 인류의 생존 지혜가 농축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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