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숲 바닥에서 피어난 강력한 치유의 열기
근육통을 달래는 파스나 스포츠 연고의 뚜껑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후각을 관통하는 화하고 매서운 향기가 있다.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이 알싸한 냄새의 근원은 놀랍게도 북미 대륙의 서늘하고 그늘진 숲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자라는 작은 관목, 윈터그린이다. 진달래과에 속하는 이 식물은 붉은 열매와 윤기 나는 녹색 잎을 지니고 있으며, 혹독한 눈보라 속에서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윈터그린의 진정한 가치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보다 잎사귀 내부에 응축된 강력한 화학 물질인 메틸 살리실레이트(Methyl salicylate)에 존재한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진통제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북미 원주민들은 윈터그린 잎을 씹어 통증을 다스리고 열을 내렸다. 유럽 정착민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 작은 식물은 훗날 서구 약학계에 큰 영감을 주었으며, 현대적인 소염 진통제 연고가 탄생하는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글에서는 윈터그린의 어원적 기원부터 원주민들의 활용 역사와 족적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윈터그린(Wintergreen)이라는 영어 이름은 식물의 생태적 특성에서 비롯된 매우 직관적인 명칭이다. 겨울을 뜻하는 단어와 녹색을 뜻하는 단어가 결합하여, 눈이 쌓인 추운 겨울철에도 잎이 지지 않고 푸른 상태를 유지하는 상록의 속성을 언어적으로 담아냈다. 척박한 계절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잎의 모습은 과거 사람들에게 강인함과 불멸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식물학적 분류 체계에서 윈터그린의 공식 학명은 골테리아 프로쿰벤스(Gaultheria procumbens)이다. 속명인 골테리아는 18세기 캐나다 퀘벡 지역에서 활동하던 프랑스 출신의 의사이자 식물학자인 장 프랑수아 고티에(Jean-François Gaultier)의 이름에서 헌정되었다.
북미 지역에서는 윈터그린을 티베리(Teaberry) 혹은 체커베리(Checkerberry)라는 친숙한 일반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티베리라는 명칭은 과거 이 식물의 잎을 우려내어 차로 즐겨 마셨던 식문화에서 유래했다. 체커베리는 가을과 겨울에 맺히는 작고 둥근 붉은색 열매의 생김새에서 기인한 이름이다.
윈터그린의 치유력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활용한 이들은 모호크 족, 이로쿼이 족 등 북미 대륙 동부 지역의 원주민들이었다. 숲과 공존하던 그들에게 윈터그린은 자연이 내어준 천연의 진통제였다. 원주민 치료사들은 혹독한 육체 노동이나 사냥 후 발생하는 근육통, 관절의 염증을 다스리기 위해 윈터그린 잎을 주요 약재로 처방했다.
가장 보편적인 활용 방식은 신선한 윈터그린 잎을 그대로 입에 넣고 씹는 것이었다. 치통이 심하거나 극심한 두통이 있을 때 잎을 씹으면, 침과 함께 식물 내부의 유효 성분이 녹아 나와 구강 점막을 통해 흡수되며 통증이 잦아드는 효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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