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여름. 덕수궁 돌담
돌을 좋아한다.
돌담, 돌길, 돌기둥.
시멘트처럼 차갑고 정 없어 보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으면 돌의 울퉁불한 지점들이 그대로 나에게 전달해지는 매 걸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돌을 좋아한다.
이런 이유로 돌길이나 돌담을 걸을 때면 가만히 돌을 살펴본다.
제 각기 다른 색과 모양과 질감으로 뭉쳐 길이 되고 벽이 되는 돌을 보면 잘 보이려 꾸미지 않은 모습이 부러워진다.
이쁘려 애쓰지 않아 좋은 돌이지만, 사실 서울의 돌은 자연스러움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보존공사가 진행되는 궁궐의 돌담이나 골목의 돌길을 보면 자로 잰 듯 모두 같은 모습이다.
서로 맞춰서 하나의 공간을 만든 게 아니라, 공간을 만들어 돌을 끼워 맞춘듯하다.
한 번쯤 가볼 법한 길로 꼽히는 덕수궁 주변을 걸었다. 궁의 돌담과 돌길로 이어진 일대를 하염없이 걸어가며 돌들을 봤다. 흙 속에서 이리저리 파묻히고 깨진 돌이 아닌, 공장에서 기계에서 부딪히고 깎인 돌이었다.
물론, 정말 오래된 돌들도 간혹 섞여있지만.
아직도 온돌을 사용하는 시골에 가면,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아 폐가가 된 집의 구들장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다. 집을 짓다가 몸이 불편할 정도로 모나지 않은 평평한 돌을 주변 산에 올라 찾아내서 만든 온돌의 돌은 지금도 아주 귀한 돌 중에 하나다.
주기적으로 청소가 필요한 온돌에서도 구들장은 깨지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
사실 구들장으로 쓰는 돌도 공장에서 깎아내는 시대가 됐지만, 온돌을 오래 사용한 사람들은 공장에서 나온 돌을 쓰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외형만 맞춰 따라 하는 돌의 한계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흙길은 검은 아스팔트로 덮어지고, 흙벽은 시멘트로 채워지는 지금, 돌은 작은 공간이나마 제 위치를 잡을 수 있다. 혹자는 걷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매끈한 길을 원한 다지만, 가만히 돌이 주는 감각에 의지에 몇 걸음 내디뎌보면 사뭇 다른 느낌에 빠져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