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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n Nov 22. 2021

내면으로 초대하는 공연

[예술 단상] 돈화문국악당, '범패: 소리에 들다' 공연 감상 

* 11/28까지 진행되는 공연으로 공연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힘과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우린 하늘을 찾는다. 

이건 머나먼 과거였던 태고적부터 과학의 발전이 눈부신 지금도 어김이 없다.      


물을 떠놓고 빌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빌어보기도 한다. 

또는 춤과 노래를 통해 자신의 바람이 하늘에 닿길 빌어본다.

      

그래서 어떠한 종교든 의식 예술이 있다. 가톨릭에서는 그레고리안 성가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교국가였던 조선시대 때 행해졌던 종묘제례악이 의식 예술이며,  

신라시대 때부터 시작하여 고려 때 전성기를 이루었던 불교 역시 의식 예술이 있다.

      

불교 의식음악을 범패라고 한다. 

범패는 가곡·파소리와 더불어 한국 전통음악 3대 성악곡 중 하나로 재(齎)를 올릴 때 부르는 소리이다. 

목소리를 통해 이뤄지는 장단이 없는 단선율의 음악이다.

 


     

돈화문국악당에서 범패를 소재로 한 음악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읊조렸다. 

‘속았다.’      

나는 분명 불교의 의식음악을 들으러 갔기에, 

2021년의 예술가들에 의해 재해석된 음악을 감상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음악을 들으러 간 것이었는데 음악을 감상하지 못했다. 

아니, 청각으로의 감상을 위한 단편적인 공연이 아니었기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나와 나의 내면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섣부른 위로도, 어설픈 공감도 아니었다.

오히려 감정이 아닌 이성을 깨웠다. 

자신을 직시하게끔, 내면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끔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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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와 최대치의 힘을 내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함에도 알 수 없는 결과. 

이러한 막막한 삶을 버티고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하늘에 비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현실을 살아나가는 것은 하늘이 아닌 나 자신이다. 


힘을 내는 순간순간도,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도, 버티고 나아가는 것도 

또한 하늘에 비는 행위 역시 모두 나 스스로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늘에 비는 것은 내가 나를 달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현실에 치이느라 살피지 못한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동요를 잠재우는 것이다.

       



2021년의 끝자락, 한 해를 마무리를 하는 시기이다.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마무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게도 안녕을 전해야 한다. 

그리고 '범패: 소리에 들다' 공연이 자신의 심연을 마주하는 길을 안내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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