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단상] 죽기 전에 들어야 할 목소리, Billie Holiday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1915~1959)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감정선은 오히려 듣는 이로 하여금 온전히 음악에 빠지게 하고 감정을 뒤흔든다.
그냥 들어도 먹먹해지는 그녀의 노래이지만 그녀의 삶을 알고 들으면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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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부모에게 버림받아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지독히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살 소녀였던 때, 그녀는 백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피해자였지만 단지 흑인이란 이유만으로 감화원으로 보내진다. 백인 남성을 유혹했다는 죄명으로.
감화원에서 나온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또다시 다른 백인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점점 망가져버린다.
이 괴로움을 잊기 위해 손을 댄 마약은 점점 그녀의 삶에 스며들어 결국 마약중독으로 44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뜬다.
scene 2.
당시 빌리는 유명한 가수였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끊임없는 차별을 당해야만 했다.
극장 출입문 조차 백인과 흑인 간에 차별을 두어 같은 팀임에도 함께 출입할 수도 없었다. 밴드의 마스터들은 대부분 백인이었는데, 함께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선 백인이었던 반주자들은 숙소에서 쉴 수 있었지만 빌리는 길거리에서 잠을 청해야만 했다.
무대 위에선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레이디’란 칭송을 받았지만,
무대 아래선 그 누구도 그녀를 봐주지 않았으며, 극심한 차별의 틀 안에 갇혀있었다.
scene 3.
당시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 린치 사건이 흔하게 있어왔다.
나무에 걸린 흑인의 주검들.
이 모습을 보고 시인 루이스 알란(Lewis Allan)은 Strange Fruit란 시를 짓는다.
Strange Fruit
이상한 열매
Southerm trees beat strange fruit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맺히지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잎에는 피 그리고 뿌리에도 피
Black bodies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바람에 흔들리는 검은 몸뚱이
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
포플러 나무에 열린 이상한 열매
(중략)
과거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라고 하면, 감정을 기록하는 것은 예술일 것이다.
그저 차별이란 단어로 정리될 수 없을 만큼 흑인에게 잔인했던 역사, 빌리 홀리데이는 그 시대의 감정을 절절히 기록한 가수였다.
이 시에 선율을 입혀 1939년 노래로 만들어 불렀고, 이후 그녀의 공연 레퍼토리에서 빠진 적이 없는 곡이 되었다. 감정을 누르고 담담히 불려지는 그녀의 노래는 오히려 처절하게 전해온다.
한없이 슬폈던 그녀의 일생과 인종차별이란 시대적 배경이 빚어낸 노래, Strang Fruit.
감사하고 다행스럽게도 라이브 영상이 남아있다.
1959년 실황으로, 귀한 영상, 음악이자 역사의 한 페이지라고 감히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