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없이 전하는 이야기

예일 카바레에서 본 시각극을 생각하며

by 정현재

2019년 예일 드라마스쿨의 한 공연 떠오른다. 예일대학교가 자리한 뉴헤이븐의 Yale Cabaret에서는 매년 대사 한 마디 없이 오직 움직임과 몸짓만으로 진행되는 시각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작품 속에서 학생 무용수들은 신체의 언어로 서사를 밀어붙인다. ‘말’이 사라진 무대에서 이야기가 전달되는 순간을 바라보면, 지능 시대에 우리에게 내재된 직관적 이해와 감정 이입의 힘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 관객들은 무용수의 몸짓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기에 앞서 이해한다.


‘언어’가 없어도 통하는 이 감각적 스토리텔링은 AI가 가장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AI가 언어를 모방할 수는 있어도, 몸짓 너머에서 탄생하는 서사와 정서적 울림까지 스스로 만들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 순간마다 만들어지는 의미와, 그 의미에 공명하는관객의 마음은 여전히 인간의 방식으로만 성립한다.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인간의 직관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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