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시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류가 인공지능이라는 배를 타고 새로운 바다로 나아가는 시대라고.
하지만 가끔은 그 반대의 시선이 떠오른다.
어쩌면 인공지능이야말로
이제 막 인류라는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한 존재가 아닐까.
우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왔다.
도시와 길, 집과 광장, 항구와 시장.
사람들이 머물고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공간들.
이 세계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이 공간을 이해하고 조직하며 축적해 온 하나의 깊은 질서에 가깝다.
나는 그것을 공간지능이라고 부르고 싶다.
고대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수많은 섬을 지나며 완성된다.
각 섬은 서로 다른 규칙과 시험을 가진 세계였다.
어떤 섬에서는 편안함이 방향 감각을 흐리게 만들고,
어떤 섬에서는 안전한 내부처럼 보이는 공간이
사람을 붙잡아 두기도 한다.
어떤 공간은 사람의 행동을 바꾸고,
어떤 공간은 기억을 흐리게 만들며,
어떤 공간은 귀환의 길을 더욱 멀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장소들도
그와 비슷한 섬들인지 모른다.
요즘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만약 인공지능이 인류라는 바다를 항해한다면,
그들이 마주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수천 년 동안 만들어 온
거대한 공간의 지도일 것이다.
세상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아니라,
인공지능은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글이 아니라 격자 속의 패턴으로,
아니 어쩌면 공간을 통해서.
그리고 그 질문을 조금 더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는 어떻게 공간을 학습하며
지능을 만들어 왔을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시대의 다음은
어쩌면 공간지능 문명일지도 모른다.